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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베스, 아굴, 예수[설교] 마6:9-13, 청파교회 김기석목사 주일 설교 음성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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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10월 08일 (일) 00:00:00 [조회수 : 36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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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베스, 아굴, 예수
마6:9-13
(2006/10/8)
 음성으로듣기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 이름을 거룩하게 하여 주시며, 그 나라를 오게 하여 주시며, 그 뜻을 하늘에서 이루심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주십시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내려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여 주십시오. 나라와 권세와 영광은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한가위 연휴 동안 마음이 좀 푸근해지셨습니까? 고향에는 다녀오셨는지요? 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反者, 道之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끊임없이 바뀌지만, 결국은 제 뿌리로 돌아가게 마련이라는 말일 겁니다. 가을은 돌아감의 계절입니다. 나뭇잎들은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고, 제비들도 따뜻한 곳을 찾아 먼 길을 떠납니다. 우리가 조상의 묘를 찾아가 성묘(省墓)하는 것도 결국은 자기의 뿌리를
돌아보는 일일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추석 풍경이 다소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단식원에 들어가 살을 빼고, 어떤 이는 성형 수술을
받고, 어떤 이들은 해외 여행을 즐겼습니다. 이게 우리 삶의 풍경입니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입니다.
지금 나이가 40세 중반이 좀 넘은 분들은 전근대, 근대, 탈근대의 세월을 순차적으로 살아왔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근검 절약하며 살아야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시민사회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통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삶이 너무 비속하게 변질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이 그 자체로 존중되는 게 아니라, 그가 가진 구매력에 따라 평가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런 세상에 적응하느라 우리는 숨이
찹니다. 이제는 잠시 멈추어 서서 우리 삶의 풍경을 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거울에 우리 모습을 비추어보듯이, 근본 앞에 우리 삶을 세워보아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먼 곳까지 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신앙생활이란 물러섬과 나아감의 통일입니다. 물러섬이란 근본으로 돌이키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분주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한적한 곳을 찾아가 하나님 앞에 엎드리셨습니다. 나아감이란 하나님의 뜻으로 조율된 마음을 가지고 삶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 그것은 섬김과 나눔과 돌봄의 삶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인 반칠환의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보도 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시인을 멈추게 하는
것은 작은 것들입니다. 그리고 눈물겨운 삶의 풍경들입니다. 그런데 시인은 자기로 하여금 다시 걷게 하는 힘은 바로 그런 것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멈추어 설 줄 알아야 걸을 수 있습니다. 물러설 줄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물러섬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독교인의 물러섬, 그것은 하나님과의 대면입니다. 달리 말해 기도입니다. 존 웨슬리 목사님은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만을 구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려는 열망을 갖는 것 자체가 기도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저마다 삶의 처지에 따라 다른 기도를 바치게 됩니다. 오늘
저는 야베스의 기도와 아굴의 기도 그리고 예수님의 기도를 통해 우리 삶의 지향을 새롭게 해보고 싶습니다.
• 야베스의
기도
먼저 우리가 생각해 볼 야베스라는 인물은 역대상 4장 9-10절에 등장하는 유다의 후손입니다. 그에 대한 정보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탄생이 평범하지 않았다는 사실뿐입니다. 그것이 산고(産苦)인지 다른 사정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탄생은 어머니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그의 이름을 야베스(Jabez)라고 지었습니다. 이 이름은 히브리어로 고통을
뜻하는 오체브 (otzeb)라는 단어에서 자음의 순서를 바꾼 야베츠(yabetz)의 영어식 표기입니다. 얼마나 힘겨웠으면 아들 이름을 이렇게
지었겠습니까? 야베스는 어쩌면 고통이라는 숙명을 타고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숙명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 엎드려 두가지를 청했습니다. 자기 삶의 지평을 넓혀달라는 것과, 환난에서 벗어나 근심없는 삶을 살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기도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역대기서의 기자가 유다의 자손들의 이름을 죽 나열하다가
야베스라는 인물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역대기서의 삶의 자리를 이해해야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역대기서의 독자들은 바벨론 포로생활에서 귀환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척박한 땅을 개간하고, 호의적이지 않은 이웃들과 늘 대면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삶은 힘겨웠고, 미래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았습니다. 그런 현실을 너무나 잘 아는 역대기서의 저자에게 야베스라는 인물은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로 보였던 것입니다. 몇 해 전부터 야베스의 기도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그가 마치 기도를 통해 세속적 성공을 거둔 사람인양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새 나라를 이루게 하겠다는 하나님의 언약을 이루어내기 위해 포기할 줄 모르는 믿음과 열성을 가진 기도의
사람이었습니다.
믿음의 반대말은 숙명론이랍니다. 물론 세상에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그런 것은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하지만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야베스는 자기에게 덧씌워진 고통의 숙명을
벗어던지기 위해 노력했고, 끊임없이 하나님 앞에 엎드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역동적인 삶으로 숙명을 극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지금 숙명론적인
정서에 빠지신 분이 계십니까? 야베스와 같은 기도를 하나님께 바치십시오. 그리고 하나님이 주시는 힘으로 숙명의 너울을 벗어던지십시오. 야베스의
기도는 어쩌면 생존의 위기에 처한 이들이 드리는 절박한 기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은 그의 기도를 이루어주셨습니다.
• 아굴의 기도
그에 비해 잠언 30장 7-9절 사이에 등장하는 아굴(Agur)의 기도는 다소 안정된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 엎드려 두 가지를 구합니다. 첫째는 허위와 거짓말을 멀리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스스로 허위에 빠지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게 해달라는
뜻일 수도 있고, 그런 이들이 자기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달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두 가지 다 해당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허위나
거짓말은 우리 영혼을 병들게 합니다. 실속은 없으면서 남에게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해 겉꾸미는 행동이나, 순간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지어내는
거짓말은 결국은 자기를 포박하는 줄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요8:32)이라고 말씀하신지도
모르겠습니다. 힘겹더라도 진실을 지켜가는 것이 영적 자유를 향해 가는 첩경입니다.
아굴의 두 번째 기도는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오직 저에게 필요한 양식만을 주십시오”입니다. 그는 그 까닭도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는 너무 가난하면 도둑질을 하거나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참 정직한 기도입니다. 그는 결코 자기를 과대평가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기를 지킬 내적인 힘이
자기에게 없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너무 가난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물론 그가 절제와 자족하는 마음을 구하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모든 사람의 마음이 옹색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아굴은 “저를 부유하게도 하지 마십시오”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기도는 좀 피하고 싶으시지요? 아굴의 기도를 드릴 때 사람들은 ‘가난하게도’는 큰소리로 외치고, ‘부하게도’는 들리지도
않게 기도합니다. 물론 심정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우리는 얼마나 가지면 만족할 수 있을까요? 욕망에 초점을 맞추고 사는 사람에게
만족은 없습니다.
아굴은 풍요로움이 얼마나 큰 유혹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풍요로움은 결국 우리를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듭니다. 예수님은 사람이 재물과 하나님을 함께 섬길 수 없다(눅16:13)고 하셨고,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마19:24)고 하셨습니다. 바울은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딤전6:10)라고 말했습니다. 선지자 호세아는 말합니다.
“이스라엘은 열매가 무성한 포도덩굴, 열매가 많이 맺힐수록 제단도 많이 만들고, 토지의 수확이 많아질수록 돌기둥도 많이 깎아
세운다”(호10:1). 우리도 지금 제단과 돌기둥을 만들어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들이 우리 삶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풍요의 신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고 있는 이 시대야말로 아굴의 기도가 진실하게 드려져야 할 때입니다.
• 주님의 기도
하지만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저는 이 시대가 하나님의 영광이 가리워진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마틴
부버는 우리 시대를 ‘신의 日蝕’이라는 말로 요약했습니다. 우리 눈에 드리운 과도한 욕심의 비늘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을 볼 수 없는 청맹과니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장 절실하게 드려야 할 기도는 주님이 가르쳐주신 기도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십니다. 그런데 그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분이십니다. 이 말은 하나님이 저 위 어디에 계시다는 말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때나 어느 곳에나
계시다는 말입니다. 옛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을 깊이 생각하고 그런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것(念天呼父)이 참 믿음이라 했습니다. 주님의 기도의
초점은 당신의 뜻을 이루는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기를 구했고,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구했고,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도했습니다. 예수님의 삶은 하나님의 뜻에 대한 온전한 ‘아멘’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그런 세상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게 하실 분도,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하실 분도, 하나님의 뜻을 이루실 분도 하나님이심을
너무나 잘 아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일을 위해 당신이 매개체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그리고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도 하나님의 아름다운 뜻을
세상에 펼치는 도구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상한 갈대같은 우리라 해도 하나님께서 숨결을 불어넣어주시면 우리는 아름다운 곡조를 연주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니 발람이 타고 가던 나귀는 사람의 말로 주인을 꾸짖었고, 이스라엘 백성을 저주하라고 불리움 받았던 발람은
그들을 축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민22-24장 참조). 지금 우리 삶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하나님 한분만으로 만족하십니까? 이 물음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해 우리 인생이 이 지경입니다. 우리는 야베스의 기도도 드려야 하고, 아굴의 기도도 드려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기에
더하여 주님의 기도를 진심으로 바쳐야 할 때입니다. “믿고 구하는 것은 다 받으리라”(마21:22) 하셨으니, 진정으로 기도할 때 우리는 하늘의
능력을 덧입게 될 것입니다. 가을은 앞으로 나아가는 계절이 아니라 물러서는 계절입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 모두 하나님과의 대면을 통해
삶의 질서를 되찾고, 내적으로 튼실해져서 하나님의 복을 나르는 통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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