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버무리가 아니고 ‘개버무리’입니다. 이름만 들어서는 그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꽃입니다. 꽃과 타고 올라가는 곁의 나무, 잎과 줄기가 엉켜있어 버무리라는 이름을 얻은 것까지는 생각이 따라갑니다. ‘개’자는 어떻게 붙었을까요. 어떤 모습이나 성질을 보고 붙였을까요.
 
남쪽에서는 강원도와 충청북도 일부에 살고 있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숲 가장자리나 냇가에서 드물게 볼 수 있지요. 하늘을 향해 살짝 꼬부라진 노란 네 장의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입니다. 그 꽃받침이 떨어지면 기다랗게 깃털처럼 생긴 씨앗들이 하얗게 머리를 풀어헤칠 겁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사위질빵이나 할미밀망, 요강나물과 종덩굴들, 조희풀들이 같은 모양의 씨앗을 맺는 으아리과 식구들입니다. 개버무리는 나무랍니다. 얼른 수긍이 되지는 않지만.

카메라를 들고 첫해, 타고 올라갈 것 없는 냇가에서 돌들을 베개 삼아 누워 엉켜있는 꽃 한무데기를 만났습니다. 어느 분이 개버무리네...하길래 이름을 듣고는 자세히 살피지도 않고 지나쳤습니다. 이름이 생긴 모습과 딱 맞아 떨어지면 더 말할 나위 깔끔하겠으나 모양이나 빛깔이 이쁘다고 이름까지 고와야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은 해도 ‘개버무리’는 엉뚱합니다. ‘돼지감자’도 있으니 모른 척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