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칼럼
코스모스와 케일
홍지향  |  ghdwlgid@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9년 09월 03일 (화) 23:50:25 [조회수 : 394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지난 주말에는 코스모스 모종을 마당에 심었습니다. 봄에 씨앗을 화분에 뿌릴 때는 과연 제대로 싹이 올라오기나 할까 하고 의심하였는데 제법 소복이 잘 올라와서 꽤 튼튼하게 자랐습니다. 더 이상 화분에 두면 자랄 수 없을 것 같아 마음먹고 옮겨 심었습니다. 그것도 혼자 하자니 막막하여 아이들을 불러다 놓고 같이 했습니다. 아이들은 호미를 들고 “먼저 잡초를 제거해야 겠네요.”하며 제법 능숙하게 마당 한쪽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귀찮았는지 한 포기씩 심지 않고 여러 포기를 한꺼번에 심었습니다. 제가 잔소리를 하며 다시 한 포기씩 나누어 심자고 하니 심은 것을 다시 뽑아 흙을 털고 뿌리를 나누어 심었습니다. 화분에서는 얼마 안 돼 보이던 것이 그렇게 나누어 심어놓고 보니 30포기도 넘었습니다.

   사실 쌀쌀한 진부령에는 벌써 코스모스가 피었습니다. 지난주에 옮겨 심은, 아직 어린 저희 집 늦깍이 코스모스들도 부디 죽지 않고 꽃을 피우기를 기대해봅니다. 씨앗을 뿌려 싹이 트고 모종이 되는 것을 지켜보고 그것을 심어보니 기분이 썩 좋습니다. 뭐든 식물을 키우면 죽이고 마는 저의 ‘마이너스의 손’이 개과천선한 것 같은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매일 물도 잘 주고 거름도 잘 주기로 다짐했습니다. 부디 거센 추위가 오기 전에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야겠습니다.

  코스모스 모종 심기를 마치고 물을 듬뿍 준 다음 유기농자재를 물에 희석하여 뿌려주었습니다. 창고에서 호스를 꺼내 모종에 물을 준 후 작은아이는 물을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장난을 하였습니다. 나무에 물을 뿌리기도 하고 제 차에 물을 뿌려 세차도 해 주었습니다. 그러다가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고 “어, 배추흰나비다.  배추흰나비 있으면 마을에 배추농사 안되는데. 엄마 배추흰나비 애벌레는 케일 같은걸 좋아하는데 어디 케일이 있어요?”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고추와 토마토를 심어둔 텃밭에 케일이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코스모스 씨앗을 살 때 상추와 케일 씨앗도 함께 사서 텃밭에 뿌렸었습니다.

   상추는 솎아주기를 하지 않아 먹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지만 케일은 제법 잘 자랐습니다. 사실 케일은 약을 치지 않고 키우기가 어렵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 기대 없이 씨앗을 뿌리고 새싹이 올라왔을 때 대충 솎아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작은아이의 말을 듣고 가서 보니 케일이 제 손바닥만 하게 잘 자라 있었습니다. 여기서 ‘잘’의 의미는 죽지 않고 자랐다는 의미입니다. 가까이서 보니 작은아이의 말대로 케일은 배추흰나비 애벌레가 열심히 식사를 했는지 구멍이 송송했습니다. 마트에서 보는 것처럼 깨끗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구멍이 좀 있어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비교적 구멍이 적은 케일을 뜯어서 씻었습니다.

   주일 저녁 식사에는 낮에 뜯은 케일이 올라왔습니다. 크기는 제각각이고 구멍이 송송 뚫리거나 케일을 반 접어놓은 것처럼 한쪽이 배추흰나비 애벌레에게 다 먹히고 없는 것도 있었지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배추흰나비 애벌레가 케일의 반을 먹고 저희 가족도 그 나머지 반을 먹고 사이좋게 살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좀 더 전문적으로 모종을 옮겨 심어가며 공을 들여 케일을 키워보아야겠다는 자신감도 덤으로 얻었습니다. 케일을 좋아해서 심기는 했는데 설마 제 손으로 심은 것을 먹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케일 씨앗이 힘을 내서 싹을 틔우고 흙과 태양이 성실히 양분을 공급해 준 덕에 케일은 잘 자라났습니다. 거기에 저의 부지런함과 돌봄이 더해진다면 더 좋은 케일을 수확할 수 있겠지요?

   농사는 이런 맛으로 짓나 봅니다. 물론 생계를 위한 농사는 부지런함과 강한 육체노동이 수반됩니다. 마을 사람들이 보기에 저희 집 텃밭은 아이들 소꿉장난 같겠지만, 심은 작물이 잘 자라나서 식탁에 오를 수 있게 되었을 때의 기쁨, 그것이 오물오물 아이들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는 행복, 그때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씨를 뿌린 것 말고는 아무 노력 없이 가뭄에 콩 나듯이 텃밭을 들여다 본 저에게도 하나님께서 족한 수확을 주셨습니다. 들풀도 먹이시고 입히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저희 집 텃밭에도 임했습니다.

  오늘 하루, 저를 세상에 내신 하나님께서 제 삶 속에 때론 비로, 때론 바람으로, 때론 햇살로 역사하실 것을 기대하며 저도 케일처럼 매일 하나님의 은혜로 자라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홍지향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9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0 / 최대 22400바이트 (한글 11200자)
- 금지어 사용시 댓글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 [댓글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도배성, 광고성, 허위성 댓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