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다 핀 거야? 아직 덜 핀 건가? 갸우뚱 거리게 만들었던 첫인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자줏빛 꽃보다 더 짙은 줄기와 잎이 여느 꽃과 같지 않네요. 입을 꼭 다물고 휘어져있는 꽃송이는 고집불통처럼 보입니다. 해마다 스쳐 지나던 ‘송이풀’을 다시 보게 된 것은 올여름 함백산 에서였습니다. 아래는 폭염으로 뜨거운데 정상 가까이 오르자 바람에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서늘한 안개로 딴 세상이었습니다. 그 속에 ‘흰송이풀’이 다른 꽃들과 어울리며 싱싱하게 피어있었습니다. 송이풀은 화악산표입니다.

전국에서 보이지만 깊은 산 높은 곳으로 가야 만날 수 있지요. 바람개비처럼 휘어져 있고 활짝 핀 것처럼 보이질 않는 꽃부리는 위아래로 갈라져 있습니다. 잎은 줄기 끝에서는 마주보고 있는데 뾰족하고 가장자리 톱니가 눈에 뜨입니다. 종류도 많습니다. 들꽃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잽싸게 소개해 드린 보기 드문 ‘애기송이풀’과 오늘 사진 속 주인공인 송이풀과 흰송이풀, 가야산과 한라산에만 사는 한라송이풀, 잎이 마주나는 마주송이풀, 만주송이풀, 나도송이풀, 큰송이풀...만나야 할 송이풀이 아직 많으네요.

줄기 끝에 옹기종기 모여 송이를 이룬다고 송이풀입니다. 이런 모양을 이루는 꽃들이 참 많은 편인데 유독 송이풀에만 이름으로 붙여주었네요. 꽃이름을 이야기 할 때 이름이 붙은 이유와 그 배경이 사뭇 궁금해지는 꽃이 있는가 하면 이름만 듣고도 금방 모양새까지 짐작할 수 있는 꽃이 있습니다. 꼬부라져있는 꽃잎은 바라볼수록 성의 없이 붙인 자기 이름이 불만스러워 뾰로퉁하게 꼬인 송이풀의 심사같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