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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되신 목자[설교] 요10:11-18, 청파교회 김기석목사 주일 설교 음성 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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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10월 01일 (일) 00:00:00 [조회수 : 2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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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요10:11-18
설교자 : 김기석
일시 :
2006/10/01
 음성으로듣기
[나는 선한 목자다. 선한 목자는 양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린다. 삯꾼은 목자가 아니요, 양도 자기의 것이 아니므로,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들을 버리고 달아난다. 그러면 이리가 양들을
물어가고, 양 떼를 흩어버린다. 그는 삯꾼이어서, 양들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선한 목자다. 나는 내 양을 알고, 내 양은 나를 안다.
그것은 마치,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과 같다. 나는 양들을 위하여 내 목숨을 버린다. 나에게는 이 우리에 속하지 않은
다른 양들이 있다. 나는 그 양들도 이끌어 와야 한다. 그들도 내 음성을 들을 것이며, 한 목자 아래에서 한 무리 양 떼가 될 것이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다. 그것은 내가 목숨을 다시 얻으려고 내 목숨을 버리기 때문이다. 아무도 내게서 내 목숨을 빼앗아 가지 못한다. 내가
스스로 원해서 내 목숨을 버린다. 나는 목숨을 버릴 권세도 있고, 다시 얻을 권세도 있다. 이것은 내가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명령이다.]
• ‘잘’ 산다는 것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잘 살기를 원합니다. 문제는 부사인 ‘잘’이라는 단어의 의미
규정입니다.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요즘 들어 wellbeing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우리말로 이 단어를 어떻게 번역할 수 있을까요? 어떤
분은 ‘참살이’라는 말을 사용하자고 하고, 어떤 분은 ‘넉넉살이’라는 말을 사용하자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현대인들의 일차적 관심은 ‘참’보다는
‘넉넉함’에 있다고 본다면 ‘넉넉살이’라는 번역이 적절해 보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주거환경 속에서 여가를 즐기며 사는
것을 성공의 징표로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독교인인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은 그와는 조금 다른 것 아닐까요? 저는 삶은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무거운가요? 하지만 우리 삶이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믿는다면 우리는 보내신 분의
뜻을 온전히 행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래서 “내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내 뜻을 행하려 함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려
함”(요6:38-39a)이라고 하셨습니다. 누가 잘 사는 사람입니까? 그는 일상의 모든 순간을 성화하려는 열정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바울 사도는
로마서 14장 14절에서 “무엇이든지 그 자체로 부정한 것은 없고, 다만 부정하다고 여기는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부정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바울은 그런 진실을 예수 안에서 알았고 또 확신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후 바울의 삶은 일상을 성화하려는 열망으로 점철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 당시의 종교인들이 ‘죄인’이라고 규정한 사람들 속에 있는 거룩함의 씨를 보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는 늘 드시던
음식에 영원한 의미를 부여하셨습니다. 그 거룩한 시간 빵과 포도주는 영원한 삶을 가리키는 기억의 매개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땅의 현실에 매인
사람들을 이끌어 저 푼푼하고 품이 넓은 하늘에 잇대어 살도록 하셨습니다. 마이다스 왕의 손에 닿은 모든 것은 황금으로 변했다고 하지요? 그렇지만
주님의 손길이 닿은 것은 모두 거룩한 것으로 변했습니다. 죄인도 원수도 친구로 변했습니다. 주님은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거룩한 광휘로
채우셨습니다. 주님과 함께 동행하는 순간 삶은 기적이 됩니다.
• 희생과 보상 사이
오늘의
본문에서 예수님은 자신이 양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선한 목자라고 말합니다. 예수님도 살기를 원하는 생명입니다. 하지만 주님은 살기 위해
당신에게 위임된 양떼들을 버리고 달아나는 삯군이 아닙니다.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는 제목의 책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당신의 생명을 바치셨습니다. 히브리어로 ‘희생하다’라는 동사는 ‘가까이 가다’, ‘접근하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요즘 T.V에 나오는 공익광고가 이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씨는 병으로 신음하는 ---에게 신장과 췌장의 일부를
떼어주었습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그들은 지금 부부가 되었습니다. 희생 없는 사랑은 없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당신의 생명을
바치셨기에, 우리의 가장 깊은 곳에 머물고 계신 것입니다. 그 고마움을 안다면 어찌 우리가 함부로 살겠습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희생보다는 보상을 좋아합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때 우리는 자기 초월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기를 희생해가면서 이웃을 돌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않은 평안을 맛본 사람들입니다. 십자가의 사랑과 은혜를 말하면서도 자기는 조금도 희생하려 하지 않는
이들이 지금 한국 교회의 현실을 암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신앙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상인근성’입니다. 이 말은 상인들을 모독하기 위한
말이 아니니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상인근성’이란 모든 것을 이해타산의 관점으로 보는 태도를 말합니다. 신앙생활이란 뭔가 보상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예배에 잘 참석하고 헌금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우리가 세속적인 성공을 거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오늘의 많은 교회와
출판사들이 그런 성공의 신화를 만들어서 확대재생산하고 있습니다. 그게 대체 신앙의 본질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입니까? 삯군 목자들은 보상에 대한
기대라는 꼴을 들고 사람들을 함정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호메로스의 <오뒤세이아>에 보면 고향 이타카를 향해 가던
오뒤세이가 일행이 ‘사이렌’이라는 마녀가 사는 섬을 지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이렌은 가장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합니다. 그 노래에
이끌린 사람들은 누구나 섬으로 다가가다 목숨을 잃게 됩니다. 신화는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은 가장 위험한 것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칫 하면 ‘축복’이라는 말은 독이 묻은 사과처럼 우리 영혼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보상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것이기에 행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인이 됩니다.
• 우리에 들지 않은 양
오늘의 본문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16절입니다. “나에게는 이 우리에 들지 않은 다른 양들이 있다. 나는 그 양들도 이끌어 와야 한다. 그들도 내 음성을
들을 것이며, 한 목자 아래에서 한 무리 양 떼가 될 것이다.” 오늘의 세계에서 우리에 들지 않은 주님의 양들은 누구입니까? 그들은 고귀한
존재로 태어났지만 가난 때문에, 혹은 질병 때문에, 혹은 전쟁 때문에 천더기로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또 정욕의 노예가 되어서 썩어질 것들에만 마음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힘을 숭상하며 사는 사람들도 주님의 우리에
들지 않는 양일 겁니다. 주님은 그들을 당신의 은혜 가운데로 불러 모으시려 합니다. 여러분은 우리 안에 들지 않은 양 떼를 생각하며
노심초사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느끼십니까? 우리가 이웃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은 그들을 목자이신 주님께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길은 사랑과 이해와 섬김과 나눔의 실천을 통해 열립니다.
지금은 무슬림들의 라마단 기간입니다.
무슬림들의 의무 가운데 하나인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9월 초승달이 뜨는 날부터 시작됩니다. 라마단 기간인 한 달 동안 무슬림들은 해 뜨는 때부터
해 지는 때까지 낮 시간 동안 금식을 합니다. 아랍어로 금식을 뜻하는 ‘sawm’은 ‘삼가다’, ‘그만 두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라마단 기간 동안 남을 헐뜯는 일을 금하고, 더러운 것을 보지 않고, 남의 것을 취하지 않고, 쓸 데 없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죄악된 곳에 가지 않습니다. 그런 ‘삼가는 태도’를 통하여 그들은 영혼을 정화하고, 흩어졌던 마음을 신에게 돌이키고, 자기 희생을 실천하고,
가족과 벗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나쁜 습관들을 멀리 합니다. 해가 저물면 그들은 비로소 음식을 먹는 데 그것을 ‘iftar’라고 합니다.
이때는 부유한 사람들이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대접합니다.
저는 이슬람의 이런 사회적 실천이 일상을 성화하는 아주
소중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라마단의 뿌리는 어쩌면 이사야서의 가르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사야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은 ‘굶주린 사람에게
양식을 나누어 주는 것’, ‘떠도는 불쌍한 사람을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았을 때에 그에게 옷을 입혀 주는 것’, ‘골육을
보았을 때 숨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사58:7). 우리는 지금 성찬에 초대받고 있습니다. 우리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밥이 되신 주님은
이제 우리가 밥이 되어 살기를 원하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잘난 사람이 되지 말 일입니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삶의
기운을 북돋는 이들은 스스로 잘난 줄 아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이들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우리 속에 뜨겁게 흐를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에 대한 냉담을 극복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주님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려고 목숨을 내놓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성찬의 자리에 초대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존재 전체로 받아들이고, 그리스도의 심정으로 세상을 대한다면
세상은 신성한 빛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어둡다 해도, 등불 하나를 밝히는 사람이 있어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로
그런 이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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