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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사람, 박효섭 목사님을 보내드립니다
박철  |  pakchol@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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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7월 01일 (월) 10:36:32
최종편집 : 2019년 07월 01일 (월) 12:06:33 [조회수 :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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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사람, 박효섭 목사님을 보내드립니다

   
 

십여 년 전 초가을 어느 날, 박효섭 목사님의 호출을 받고 달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박효섭 목사님은 괴정교회 작은 뜰에 앉아계셨습니다. 표정이 매우 행복하셨습니다. 가을햇살이 감미롭게 비추고 있었고, 바람은 시원했습니다. 박 목사님은 그 시간을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라고 하셨습니다. 작은 나뭇가지 이파리들이 가을햇살에 반사되어 반짝거리자, 연신 감탄을 하면서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셨습니다. 박 목사님은 그런 분이셨습니다. 영혼이 때 묻지 않은 순수하고 해맑은 사람이셨습니다.

오늘 박효섭 목사님을 떠나보내는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들은 생전에 박 목사님과 이런 저런 인연을 맺고 계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박 목사님을 처음 뵙게 된 것은 30년 쯤 되었고, 제가 15년 전 부산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박효섭 목사님과의 교유(交遊)가 시작되었고, 8년 전, 박 목사님이 감리교단에서 은퇴를 하고 나서부터 더욱 가깝고 내밀하게 만날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 박 목사님은 많이 외로워하셨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에 한 대목-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고.” 이 담담한 두어 마디가 당시 박 목사님이 처한 상황이었습니다. 박 목사님 생애에 있어서 분신과도 같았던 정선제일교회 전영호 목사님이 세상을 떠나시고 그의 부재에 따른 상실감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박효섭 목사님은 탁월한 영성가요, 기도자요, 신학자이셨습니다. 그는 세계신학의 흐름을 꿰뚫고 계셨습니다. 편협한 종교, 생명력을 상실한 종교, 박제화된 종교, 교리화된 종교, 이념화된 종교를 매우 거북하게 여기셨습니다. 박 목사님은 타 종교도 다 자기 나름의 구원의 방식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더러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그것을 개의치 않으셨습니다. 박 목사님은 시류에 영합하는 그런 분이 아니셨습니다. 기독교 역사 가운데 등장한 성인들이나 사막 교부들, 영적 스승들의 가르침에 늘 귀를 기울이고 신학의 내면화를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박 목사님은 “기독교 전통에서 성인이란 죄가 적은 사람이 아니라 남보다 죄를 슬퍼하는 영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박효섭 목사님은 기도의 사람이기도 하셨습니다. 그는 정교회의 전례를 따라 금식과 기도생활을 실천하셨습니다. “내가 하는 기도에서 성령의 주장하심 가운데 기도가 나를 이끌 때까지, 그리고 내가 기도가 되고 기도가 내가 되는 경계에 이를 때까지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박효섭 목사님은 여러분이 잘 아시는 대로 동방정교회 영성에 깊이 심취하신 분이셨습니다. 2001년 거제도 홍포 바닷가에 수도공동체인 카리스마타 수도회를 창설하여 이를 중심으로 제자들을 육성하고 수도원 운동을 펼치기도 하셨습니다. 동방정교회 영성을 오만하고 타락한 기독교와 교회현상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사셨지만 감리교 목사가 되고, 감리교 목사로 은퇴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셨습니다.

8년 전 연회에서 은퇴하시고 인생의 노년에 ‘통섭(統攝)’이란 화두 풀어 그것을 신학화하는 작업을 시작만하고 떠나시게 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박효섭 목사님은 우리의 스승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면서 “지팡이 밖에는 아무 것도 가지지 말고, 빵이나 자루도 지니지 말고, 전대에 동전도 넣지 말고 다만 신발은 신되, 옷은 두벌 가지지 말라”고 하신 말씀을 일평생 실천하신 분이십니다. 박 목사님은 가난하였지만 맑고 아름답게 사신 분이십니다. 스승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일평생 올곧게 사셨습니다. 우리가 박 목사님과의 이별을 애석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제 그런 박 목사님을 다시 뵐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박효섭 목사님의 부재가 실감나지 않습니다. 박 목사님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대 자유인이셨습니다. 그분의 영혼은 자석처럼 언제나 떨림이 있었습니다. 아무 말씀을 하지 않아도 깊은 울림을 주는 분이셨습니다 마음을 깨쳐 튼실한 심지를 지닌 하느님의 참 사람이셨습니다. 이제 박 목사님 78세의 일기로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사랑하는 사모님과 자녀들 성도들 제자들 후배들을 떠나게 되셨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프고 우울하지만 우리는 박 목사님을 떠나보내야만 합니다.
박효섭 목사님, 큰 형님, 압바님, 안녕히 가십시오. 천국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를 낭독해 드리는 것으로 추모사를 마칠까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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