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노랑'이란 필명으로 날리던 시절이 그립군...
내 친애하는 화율군,
메일이 왜 반송되었는지 원인을 해결했나?
어쨌든 메일 받으니 반갑군.
너무 길어서 다 읽기가 버겁기는 했네만...
자네의 그 왕성한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보니
10여 년전 내 모습이 갑자기 그리워진다네.
너무 일찍 사이버 공간에서 내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다 쏟아버린 탓에
지금은 시들해져 버렸다네.
하긴 내 재간이 바닥이 나버린 탓이겠지..

텃밭 가꾸기는 지금 내가 사는 용인 동네 주변에서도
많은 이들이 하고 있다네.
저녁마다 주변을 산책하며 동네 사람들이
열심히 가꾸는 모습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네만,
자네야, 원래 그 쪽으로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걸
내가 모르는 바 아니네.
언제 손수 가꾼 야채 좀 싸들고 우리 집으로 놀러 오게나.
함께 상추쌈에 보리밥을 수북히 얹고 구수한 된장을 쳐발라
두 번만에 밥 한그릇을 비우는 우리의 실력을 함께
겨루어 보면 어떻겠나?

그리고, 이번에도 자네는 또 한 가지 내게 빌미를 잡혔네.
내가 자네를 나무랄 빌미 말일세.
자네 글 중에 다음의 표현이 있었네.
"부디 이 땅에서만 아니라, 썩고 부패하는 흙에 속하지 않은
둘째 사람, 마지막 사람이신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부활의 몸을 입고
그 풍요한 생명의 축복을 함께 누리기를 바라네."
이 말의 뜻이 무언가?
마치 나는 아직 그 생명의 축복을 누릴 자격이 없거나,
혹은 타락을 해서 그 자격을 박탈이라도 당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군 그래.
여기에 대해 다음 편지에서 해명해야 할 걸세.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면 내 자네를 가만 안 둘걸세...흐흐...
자네의 편지를 은근히 기다리게 되 버린
자네의 천적(?) 연금술사가 썼네.

2005-07-17 / 18:21
연금술사 황재일

[답신]
드디어 자네의 예리한 독수리 눈에 내 속을 들키고 말았나 보군.
아아,  그 긴 꼬릴 밟혔군...
드뎌 연금술사의 본색을 드러내다니...
으흠.. 하지만 가 자네 속에 집히는 데가 있나 보이.

연금술사라는 아이디보다는
자네 혈육에 내재하는 무진장한 황(黃) 금맥을
캐는 게 훨 수월할 텐데 말야....
그래서 자넬 황금술사라고 나는 여전히 칭하고 싶다네.

나는 세상 누구라도 교회 안에 영님(the Spirit) 존재하시는
우리 영광의 소망이신 크라이스트의 형상을 본받아 살기를 바라네.
내가 자네를 구원도 받지 못한 자라고 치부해 버리거나
형편 없는 존재라고 여긴다고 오해를 하는 것 같군.

구원의 문제는 스스로의 증거가 타인의 그것보다
중요하고 정확하다고 나는 알고 있네.
로마서 8장 16절 말씀을 따라
영님께서 우리 혼과 더불어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인 것을
증거하신다 하신 그대로
자네의 내적 고백과 증거가 다른 누구의 간증보다 중요한 거겠지.
자네를 내 친구로서 자네의 상태나 태도와 상관 없이
변치 않고 대하 듯이
주님에 대한 나의 일편단심도 영원히 변치 않음을 말해 주고 싶네.

자네가 행복하길 빈다고 하여
자네가 현재 불행하다는 전제를 바탕에 깔고
축원하는 것이 아니 듯이....
자네가 주님 안에서 변치않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이었네.
그러니 내 말에 너무 긴장하지 말게.

하지만 나는 자네가 주님을 향한 첫 사랑이 변치 않은 것인지...
복음의 진리에 대한 확신 가운데 든든히 뿌리를 내린 것인지...
내가 오히려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남아 있네.

영원히 변치 않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나의 기대는...
 내 행위나 신실함에 기초하지 않고
오직 그분의 믿음과 신실하심에 기초한
주님의 무궁하신 긍휼에 근거하여 내가 감히 고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의 초보적인 인본적인 철학과
거짓이라고 일컬어지는 소위 과학에 대한 미련을 접어 버리고
단순하게 그분의 은혜 속에서 강한 사람으로 살기를 바라네.

나역시 실패하고 불안하고 모순에 빠지고
누구보다 연약한 육을 지닌 사람이지만
나를 도울 수 없는 나를 더이상 바라보지 않고
나를 대신해현재 십자가에 못박혀 계시는 주님,
그분의 믿음 안에서 내가 육체 안에서 살고 있음을 고백하고 싶네.
세월이 변해도 인간의 풍조가 바뀌어도
바뀔 수 없는 하나님의 긍휼!
하나님으로서 인간의 몸으로 오신 구세주요
주님이신 지저스 크라이스트!
내 행위가 조금도 섞이지 않은 오직 그분의 선물로 거저 주시는
믿음과 은혜로 내가 죄사면을 받고, 거룩하게 되고
그분 앞에 감히 당당하게 접근권을 가지게 된 특권적 사실!
나무에서 죄인을 대신하여 저주가 되사
하나님의 그 피 흘리심 만으로 그분 앞에 설 수 있다는
이 보배로운 믿음 안에 그 온갖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감히 고백할 뿐이네.

이런 이유로 내가 남이나 자넬 비판하거나 나와 견주어 보려거나
남의 믿음을 좌지우지하거나 판단하려는 자세가 아니요
나의 이 간증은 예전이나 이후에도
내가 신실하게 믿음을 변치 않았다는 것을
천하에 밝히고 싶은 것이네.

천사라고 할지라고 이 단순한 복음의 진리를
다른 복음으로 바꾸어 사람을 현혹시키려는 것은
용납하지 않고 경계하고 싶네.
아이자이어흐가 토로했듯이 로마서 10장 17절 말씀을 따라
믿음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음에서 유래함을 믿기에
믿음을 영원한 진리의 말씀에 두기를 바라네.

자네도 잘 알고 믿고 있는 사실을
마치 가르치려는 듯이 장황하게 말했다 싶어 미안하네.
가르치려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게.
자네 친구인 내가 우리가 청년시절에 믿던 그 믿음 안에서
흔들리지 않고 있음만 자네가 알아주면 고맙겠네.

난 바람 같은 존재요,  논쟁하는 것이 생리적으로 맞지 않네.
그러니 다음부터는 내게는 시비를 걸려고 하지 말아 주게.
내 믿음만큼은 고수하되 이론적으로는 대적과 따져서
이기고 싶지 않으니까.

이 열대야를 시원하게 잘 넘기게.
말씀을 묵상하여 숨을 헐떡였다는 데이빗의 고백처럼
나역시 말씀을 얻어먹기를 사모하는 열심으로
이 밤의 열기를 이겨 내고 싶으이.
잘 자게.. 친구.

2005-07-18 /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