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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
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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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5월 07일 (화) 18:58:58 [조회수 : 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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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지난 주 토요일에 저와 큰아이는 마산봉 등반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분교에서 여러 번 마산봉 등반을 하였는데 저는 진부령으로 이사를 와서 한 번도 마산봉에 올라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마산봉 등산로에 공사가 진행되고 마산봉 정상에 건물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포크레인으로 나무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아이들의 말을 들으니 지금이 아니면 자연 그대로의 마산봉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마산봉을 오르는 추억을 한 번은 남기고 싶어 아이들에게 함께 등산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다행히 큰아이가 선뜻 응해주어 함께 오후에 마산봉에 올랐습니다.

   마산봉에 오르는 등산길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파르고 멀었습니다. 산을 오르는 동안 보라색 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는데 큰아이가 그 꽃의 이름은 얼레지이며 ‘숲속의 요정’으로도 불린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식물에 관심이 많은 학교 선생님이 계셔서 아이들도 각종 식물에 관심이 많고 숲을 개발하는 것을 걱정합니다. 한번은 차를 타고 읍내에 내려갔다가 오는 길에 작은아이가 “엄마 정부는 우리를 생각 안하나 봐요.”하고 말하였습니다. 무슨 뜻인지 물어보니 작은아이 자신은 마산봉에 어떤 시설도 설치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으면 좋겠는데 나라에서 무언가를 만든다고 나무를 베고 길을 넓히고 있으니 속이 상한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숲을 아끼는 아이들의 마음이 사랑스럽습니다.

    큰아이와 저는 길 가장자리로 쓰러진 나무들을 피해 세 번을 쉬어가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마산봉 정상을 향해 걸었습니다. 수십 년을 살아온 나무들이 힘없이 뿌리 뽑혀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저도 나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큰아이와 저는 쓰러진 나무들을 한 번씩 만져보며 한 시간 반을 걸어 마산봉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정상에서 등반 성공의 기쁨을 나누며 준비해 온 김밥과 물을 가방에서 꺼내보니 김밥은 원래 모습을 잃고 도시락 속에서 흩어져 있었습니다. 허기진 큰아이와 저는 터져서 흩어진 김밥 재료들을 손으로 모아가며 맛있게 먹었고 정상에 핀 진달래도 따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잠시 정상에서 휴식을 취한 뒤 내려오는 길은 쉬지 않고도 내려올 만큼 힘들지 않았고, 왕복 세 시간 동안 마산봉을 오르내리며 큰아이와 주고받은 정겨운 이야기들은 저에게 값진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등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저의 발걸음은 분주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장로님댁 비닐하우스에 들러 이제는 제법 자라서 먹을 수 있는 상추와 로메인을 뜯어서 왔습니다. 작년 9월에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후 지금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발령을 받아 전라도의 한 시골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청년(연수)이 저희 교회에 방문해 하룻밤을 자고 함께 예배를 드리기로 했기 때문에 저녁 반찬거리가 필요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뜯어온 쌈채소와 산에서 채취한 고사리, 교회 권사님이 주신 참나물 등으로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두 아이도 연수(가명) 삼촌이 온다며 좋아서 목을 늘이고 기다렸고 남편은 연수가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마중을 나갔습니다.

   고성으로 오는 완행버스를 탄 연수는 예정시간보다 늦게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서로 반가운 인사를 하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연수의 제대 후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연수는 군대에 있을 때는 제대만 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줄 알았다고 합니다. 입대 전 이미 초등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비교적 미래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대는 또 다른 시작이었습니다. 선생님으로 부임하여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받아야 했던 대출, 학교 선임선생님들과의 갈등 및 타지에서 혼자서 생활해야 하는 외로움,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교사로서의 자질에 대해 고민한 이야기 등 연수는 지난 7개월 간 겪은 다양한 사건들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막상 돈을 벌어보니 돈이 주는 만족감은 그리 크지 않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막상 월급을 받아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만족도가 높지 않았고, 돈을 벌고 쓰는 과정에 의미가 담겨 있어야만 돈을 버는 것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지혜로운 고백이었습니다.

  주일에 연수는 군부대 교회에 들어가 예배를 드린 후 저희 교회에서도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후임들을 위해 피자와 치킨을 대접했습니다. 교회에 나오는 후임들은 제대한 선임이 방문해 간식도 사고 제대 후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니 마냥 즐겁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떠난 군부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리고 진부령의 저희 가족을 찾아오는 것도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연수의 방문이 참 귀했습니다. 연수도 언젠가 가르치던 제자가 어른이 되어 찾아가면 저희 부부의 마음을 알 것입니다.

   가르치는 아이들의 어려움을 헤아릴 줄 아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 하나님의 사랑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간절한 바램, 누군가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 주어야겠다는 결심, 이 모든 것들이 연수의 소명입니다.  오늘 하루, 신실한 믿음의 선생이 되어 어린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기도하는 연수처럼 저도 제가 부름 받은 자리에서 신실한 믿음의 사람으로 조금씩 성숙해 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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