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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역사를 마주하는 신학의 기초 원리와 역동성
김학철  |  webmaster@dangda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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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5월 04일 (토) 00:15:15
최종편집 : 2019년 05월 04일 (토) 00:17:54 [조회수 :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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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마주하는 신학의 기초 원리와 역동성

로저 헤이트/ 전현식안〮규식의 『신학의 역동성』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19)
김학철 (연세대학교)

 

화이트 헤드와 버트란트 러셀이 쓴 『수학 원리』는 수학의 논리적 기초를 다룬 책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것의 정합성은 무엇인지를 해명하였다. 가령 러셀이 한 유명한 증명 가운데 하나는 “1+1=2”를 증명한 것이다. 수학의 논리적 근간을 살피려는 노력을 신학에 적용해서 생각해 본다면 “신학의 원천, 본성, 구조, 방법, 그리고 목적”을 분석하고, “신학을 근본적인 수준에서 설명”하는 일에 해당할 것이다. 이러한 신학적 작업을 ‘기초신학’ 혹은 ‘근본신학’이라고 부른다.

   
 

기초신학 분야의 여러 연구가 있지만 로저 헤이트의 『신학의 역동성』만큼 풍성한 사유가 간결하게 표현된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가톨릭 사제로 기초신학에서 이름 높은 그의 이 책은 비록 출판된 지 오래되었지만, 그것의 문제의식이나 내용은 여전히 소진되지 않은 채로 독자들에게 지적 자극과 새로운 인식과 통찰을 주기에 충분하다. 나아가 오늘날 우리 신학계와 신학 교육계에 던지는 함의가 적지 않다. “3년 혹은 4년의 집중적인 신학 연구 이후에”도 “많은 신학생들은 종종 그들이 어릴 때 배운 교리 문답의 구절들을 반복”할 뿐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하나님의 백성을 섬길 수 없으며, 오히려 그것은 기독교적 메시지에 대한 불신앙과 책임 결핍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직면”한 우리 현실을 정확하게 지적하기 때문이다. 하여 신학의 기초를 체계적으로 탐구하는 이 책은 역사 속에서 신학적 상상력과 변증이라는 신학 본연의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호소력을 갖는다.

 

역사는,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역사의식은 교회와 신학에 기초신학을 요청한다. 신학이 마주하는 역사의식은 서양 근대에 역사를 보는 이념을 뜻한다. 불교나 힌두교, 그리고 동양종교에서 역사는 진전이나 진보가 없다. 그래서 온전한 파멸이나 파국도 없다. 그것은 시작도 끝도 없는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전개 속에서 태어났다 성장하고 쇠퇴하다가 마침내 죽고는 다시 새로운 순환의 주기를 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서양의 역사와 시간 관념이 동양에 대비하여 직선적이라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분명한 것이 아니다. 서양 문명의 한 축인 고대 그레코-로만 세계의 역사관은 순환이며 혹은 윤회라고도 부를 수 있는 시간관에서 멀지 않다. 기독교의 성서도 직선적 역사관을 분명히 내세우지 않는다. 구약성서를 관통하는 주요한 역사의식인 신명기적 역사인식은 인간과 나라의 흥망성쇠를 야훼와 연관 지어 순환적 패턴을 제시한다. 신약을 관통하는 묵시문학적 종말론은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역사의 줄기를 말한다. 그러나 그 때 그것은 언제나 신의 계획 속에 모든 일이 필연적으로 일어나며, 과거에 신이 약속했던 것의 성취로서 나타난다.

서양의 근대 역사의식은 이전의 그레코-로만 세계의 것도 기독교의 것도 아닌, 기독교 것의 속화된 형태로 등장했다가 독특한 특징을 띠게 되었다. 헤이트는 이를 “우발성, 다원주의 그리고 변화에 대한 의식을 수반”하는 것으로 요약한다. 필연이 아니라 우발이고, 일관된 진리가 아니라 다원적 진리 주장이 있을 뿐이며, 어제 당연했던 것이라도 오늘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의 목적은 오늘날과 같이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창조적 해석 안에서 전통적 교리를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헤이트의 기초신학은 몇 가지 전제 혹은 확신으로 부를 수 있는 일차적 원리가 있다. 그것은 신학의 본성, 곧 신학의 변증적 본성과 인간 실존의 역사성, 초월성, 그리고 행위 안의 역동적 자유라는 네 가지다. 신학의 변증적 본성이란 신학이 공통된 인간 경험의 관점에서 보편적인 적실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실존의 역사성이란 인간 실존의 역사적 측면과 사회적 구성을 그것의 무질서 및 모호성과 더불어 고려하는 것이다. 초월성은 “특수성 안에서 보편성을 발견할 수 있는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을 의미한다.” 행위 안의 역동적 자유는 인간 실존이 행위라는 인식 위에 인간의 수동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온전히 인간이 된다는 것은 “행위 안에 자유”를 얻는다는 것을 깨닫는 역동적인 삶의 철학으로 사는 것이다. 그것은 “발견하고 창조하는 것”이다. 이 원리를 통해 그는 다섯 가지 주요한 신학함의 주제인, 신앙, 계시, 성서, 종교 상징, 방법을 다룬다. 각 주제는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부분은 주제에 관해 일반적인 이론의 기초를 놓고, 두 번째 부분은 그것을 구체적으로 적용한다. 결론에 이르러서는 이 다섯 주제의 상호 연관이 창출하는 신학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그는 다섯 주제 모두 선명하고 풍요로운 내용을 정갈하고 간결하게 서술하지만 아마도 종교 상징에 관한 부분이 기초 신학으로서 그 진면모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 상징의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도 그러하지만 종교 상징의 기능과 상징의 힘을 다차원적인 맥락에서 조망하는 부분은 기존의 신학책에서 많이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신학의 역동성은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지만, 신학적 해석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기준을 숙고한다. 하나는 “전통에 대한 충실성(fidelity)이고 다른 하나는 가해성(intelligibility) 그리고 기독교적 삶의 권능(empowerment)”이다. 이 세 기준은 신학적 해석을 전통의 창조적 보존에 충실하면서도 역사의식 속에서 일관성과 보편성을 지니도록 하고, 나아가 삶 전체에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도덕적 훈계를 넘어서는 본질적인 영향력을 갖도록 격려한다.

 

헤이트의 개관하고, 설명하고, 명료화하고, 구조화하고, 요약하는 능력은 탁월하고, 독자들은 그가 쓴 한 문장 배후에 놓인 숱한 논의와 통찰을 지긋하게 음미하는 독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또 그의 신학이 전유하는 칼 라너, 파울 틸리히, 그리고 그의 신학의 원조격인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적 사유의 창발성과 적실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그가 말하는 신학의 역동성은 신앙 전통을 물려받은 공동체가 역사의식 속에서 고백적인 자기 신앙의 일관성과 보편성을 확보해 나가는 해석의 역동성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시대를 지배하지만 하느님에 맞서고 있는 전제적 권력 및 우상숭배에 권능으로 대응하며 계시를 전달하려는 해석적이고 실천적인 교회를 위한 신학적 노력이다. 정갈하게 번역된 이 책은 대학원 수준에서 신학을 배운 독자들 모두에게 풍요로운 신학적 자극을 선사할 것이다. 망설임 없이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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