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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9월 25일 (월) 00:00:00 [조회수 : 35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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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요새 노인네들 치매가 심하다고 하는데 주의하세요.”
“족자야, 나이롱 뽕을 하면서 며느리가 무엇을 내었는지, 손자가 무엇을 쥐고 있는지, 머리를 굴러야 하기에 치매 걸릴 시간도 없데이.”
“호호, 맞는 말이네요.”
“그런데 돌다리 두드리는 며느리는 어찌 느린지… 충청도 여자라 그런 모양이제.”
“삼석이에게는 화끈한 경상도 여자에게 장가가라고 할께요.”
“야옹~”
기숙사생들은 매일 아침 새벽기도회가 필수임으로 족자가 제안한 40대의 자전거가 질서 정연하게 2열 횡대로 복음성가를 합창하며 교회로 달리는 자전거 부대라는 새로운 명물이 등장하였다. 주일에는 예배가 끝나면 청량리 광장에서 성도들에게 자전거를 배워주고 간혹 근처 공원이나 절을 찾아 복음성가를 불러 주기도 하는 특공대인 것이다.
왕초 할머니가 교회에 가는 날은 자전거 대열 중간에 족자가 모는 자전거 뒷좌석을 이용하는데, 오늘은 수요열린모임에 특별한 손님이 초대되었기에 오랜만에 야옹이도 외출을 하여 족자의 어깨에 앉아 동의를 한 것이다.
“안녕하세요, 경기도 평택역 근처에 있는 집창촌(속칭 ‘쌈리’) 성매매 여성들이 만든 ‘민주성노동자연대(약칭 민성노련)’ 이희영 위원장입니다.”
오늘따라 라합교회에는 근처의 집창촌 여성들이 많이 참가를 했으며 라합씨리즈 마다 열변을 토해주셨던 노인 분들도 다 참석을 하였기에, 처음 보는 25세 정도의 발표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었다.
“저의 단체가 소개된 잡지를 보시고 주애자 살몬 이사장님께서 절 초대 하셨는데, 제가 늦게 이 자리에 선 것은 소문만 듣던 라합교회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졸업장이 유일한 가방끈이었지만 라합뉴스를 통해 오래 전에 이런 교회도 있음과 예수님을 조금 알게 되었고 게다가 산 증인들을 모시고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제가 집장촌 바닥으로 들어온 사연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죠. 엄마는 없고, 아버지는 아프고, 동생은 학교에 다녀야 했고…. 제가 일하지 않으면 식구들이 다 굶어죽을 상황이었습니다. 저 하나만 먹고 산다면 시간당 2000원 남짓 받는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등에서 일했을 거예요. 하지만 당장 집에 쌀이 떨어지고, 동생 등록금을 내야 하는 처지에 그런 곳에서 일해서는 생계가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미성년자인 중3 때부터 단란주점, 룸살롱 같은 곳에서 일했으며 중학교만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이쪽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열아홉 살 때 아버지가 다리를 절단하지 않으면 돌아가시게 됐어요. 수술비 2000만원이 필요했는데 마련할 방법이 없었죠. 누가 뭘 믿고 저한테 돈을 빌려주겠어요. 그때 친구 소개로 집창촌을 알게 됐는데, 업주가 ‘아직은 미성년자라 이곳에서 일할 수 없으니까 1년 후에 오라’며 선불금 2000만원을 줬어요. 그렇게 해서 이곳 생활을 시작한 거예요. 그때 그 돈을 받지 않았다면 아버지는 돌아가셨을 거고 동생은 학업을 중단했을 겁니다.”
모임에 참석한 많은 밤꽃들도 이 위원장의 말에 공감을 하며 같이 눈시울이 잠시 붉어졌다. 특히 50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든 애자 자매는 젊은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2004년 성특법 시행 때, 처음엔 단속이 심해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처럼 흐지부지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직업 특성상 이동이 잦아 흔히 집창촌이라고 하는 성매매집결지마다 친한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과 통화를 하면서 ‘우리가 나서서 시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오갔어요. 그 과정에서 한터여성종사자연맹(한여연)이라는 전국 집창촌 여성들의 모임이 만들어졌어요. ‘한터’는 집창촌을 일컫는 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성특법이 우리를 뭉치게 하고, 우리도 노동자라는 걸 일깨워준 셈이 되었습니다.”
청량리 밤꽃들도 2년 전에 생전 처음으로 시위를 해 보던 생각이 났고 영이 엄마와 족자는 미군을 상대로 시위를 했던 시절을 생각나게 하였다. 그늘 속에 숨어살던 밤꽃들이 시위를 할 정도로 사회는 투명해졌다는 사실과 반대로 성직자들의 성적타락이 문제가 될 줄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2004년 12월6일 정부청사 앞에서 소복(素服)시위를 할 때는 진짜 눈물이 났어요. 한겨울에 비까지 내리는데, 안에 아무것도 안 입은 채 소복차림으로 몇 시간을 앉아 있었으니 얼마나 추웠겠어요. 그래도 뜨거운 커피를 타다 주며 ‘힘내라’고 격려해주는 분들이 있어 힘을 얻었으며 국회 앞에서 73일 동안 단식투쟁을 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때 여러 단체 사람들을 만났어요. 거기서 이성숙 교수, 고갑희 교수, 인터넷신문 한국인권뉴스 최덕효 대표를 알게 됐어요. 그분들과 이야기하면서 우리도 노동자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 후 그분들에게 배우고 있는데, 가방끈도 짧고 책을 놓은 지 오래되어 너무 어렵더군요. 그러나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성매매도 노동임을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했습니다.”
성매매도 노동이라는 주장에 제일 당황을 하는 사람은 동료 목사들 중에 성문제에 대해서 제일 포용력을 보였으며 실제로 이들과 함께 교회를 지켜온 철수 이사장이었다. 그러나 성매매가 노동이라는 사실은 생각해 본 적도 없기에 새 시대 밤꽃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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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웃겠지만 9월 초에 인터넷에서<신동아> 잡지를 볼 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나 기뻤습니다. 한국사람 가정에 갈 때마다 월간지가 있냐고 물었는데 “인터넷을 통하면 볼 수가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군요.
한정된 시간 속의 삶에서 “내가 무엇을 찾으며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발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잊었던 세월들을 월간지를 통해 뒤적이다 이희영씨(2006년 6월호)를 알게 되어 라합편에 편집을 하여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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