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날이 차츰 따듯해지고 지붕 위의 눈이 녹아내립니다. 교회 뒤 응달의 빙판도 차츰 크기가 작아지고 있습니다. 봄이 정확히 언제 오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여러 가지 징조를 통해서 차츰 겨울이 지나가고 봄에 이르고 있음을 느낍니다.

지난주일 저희 교회의 오후예배는 한국교회사를 전공한 목사님을 모시고 ‘3.1운동 백년 신앙특강’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인근의 한 교회 성도들도 초청했고 다른 두 교회의 목사님도 함께 오셔서 특강을 들었습니다. 가톨릭교회와 땅 끝 선교, 종교개혁과 세계선교의 과정을 살펴본 후 3.1운동 당시 기독교는 어떤 역할을 하였으며 민중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인상 깊었던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독교가 세계선교를 시작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로 퍼져나가던 때에 제국주의와 서구 물질주의가 함께 들어갔으며 기독교는 제국주의를 옹호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하였다는 것,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침략한 일본인들은 십자가 깃발을 꽂고 이순신 장군과 싸웠다는 것, 최초로 우리나라 땅을 밟은 천주교 신부는 전의를 잃은 일본군을 위로하기 위해 왔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3.1운동을 기점으로 하여 서양의 종교라 생각되던 기독교를 믿는 많은 사람들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본 민중은 기독교가 ‘남의 종교’가 아니라고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세계사적으로 볼 때도 3.1운동은 기독교가 ‘제국주의의 수호자’가 아닌 민족의 자유와 정의를 지키는 종교로 거듭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저항운동에도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일본은 미국에 의해 개항을 하였고 우리나라보다 먼저 서구문물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국주의 침략에 의한 아픔을 맛 본 일본은 ‘아시아를 벗어나 구라파로 들어간다.’는 기치를 내세워 스스로 제국주의의 선봉에 서는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중국 등 아시아를 침략하고 지배할 계획을 세우지요. 일본의 이러한 선택은 저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먼저 개항을 하였고, 먼저 예수교 신부들의 전도로 수많은 기독교 신자가 생겨났지만 그들의 선택은 먼저 강자가 되어 다른 나라를 제압하고 약탈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만약 전쟁 당시 일본에 살고 있는 일본인이었다면 저는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없고 나라의 이익만을 위해 부속품처럼 살아야 하는 삶이 행복할 수 없을 것이며, 나라는 부강해 지더라도 전쟁 속 개인의 삶은 풍요로울 수 없습니다. 살인과 약탈을 밟고 선 부강함 위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이 어불성설입니다. 전쟁은 전쟁을 원하는 소수의 사람들만 만족시키고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잃는 것이 더 많은 참혹한 게임입니다.

3.1운동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면, 강사 선생님은 “3.1운동은 그때까지 왕의 백성이고, 천황의 신민이기를 강요받던 이들이 비로소 ‘내가 나라의 주인’이 되는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곧 ‘회개’였습니다. ‘누군가의 소유’로 생각되던 자신을 ‘고귀하고 소중한 주인’으로 인식하게 되는 사건이었던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소중한 존재, 누군가의 소유가 아닌 하나님의 자녀, 그것이 바로 3.1운동의 주역으로 선 기독교인들의 정체성이었다는 말입니다.

한 시간이 조금 넘는 특강 시간 동안 기독교 역사에 대한 해석 속으로 빠져들어 저는 즐거웠습니다. 제가 모르고 있던 것들도 있고, 듣는 이에 따라서 이견이 있을 수도 있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들을 때는 새롭고 귀에 쏙쏙 들어왔는데 기억해서 쓰자니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하지만 이번 특강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배움에 게으르지 않되 그리스도의 가르치심을 생각하며 그리스도인다운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악(惡)에서 악(惡)을 배우는 방식으로는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우리의 지난 역사를 보며 악(惡)에서도 선(善)을 배울 줄 아는 지혜를 구해야겠습니다. 오늘 하루, 악을 선으로 갚아 하나님의 정의가 제 삶 속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오직 자기 건설에 있을 뿐이요, 그것은 결코 남을 파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엄숙한 양심의 명령으로써 자기의 새 운명을 펼쳐나갈 뿐이오, 결코 묵은 원한과 일시적 감정으로써 남을 시새워 쫓고 물리치려는 것도 아니로다.

낡은 사상과 묵은 세력에 얽매여 있는 일본 정치가들의 공명에 희생된 불합리하고 부자연스러움에 빠진 이 어그러진 상태를 바로잡아 고쳐서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올바르고 떳떳한 큰 근본이 되는 길로 돌아오게 하고자 함이로다. (독립선언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