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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계수의 답가
이일배  |  6_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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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9월 19일 (화) 00:00:00 [조회수 : 5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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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계수의 답가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다시 오기가 어려오니
명월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여간들 엇더리'

황진이의 이 노래가 좋아 이따금 흥얼거린다.
배운 적은 없지만 일종의 시조창이다.

학급의 도우미로 오신 세 분이
뒷편 게시판에다 황갈색과 적갈색의 가을산 모양을
오려 붙여 주셨다.
그래서 앞쪽에도 노랑색 부직포로
달 모양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제법 빈 산을 비추는 보름달 형용이다.
그 달은 자그맣고 초라하고 아무 빛도 없지만
풍성한 보름달처럼 생각하고 함께 놀기로 마음먹었다.

황진이의 이 시조는 암유적이라 더 흥겹다.
달빛을 받고 도도히 흘러가는 푸른 계곡물을
노래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도도한 선비 벽계수를 빗대어 노래한 것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그 벽계수의 반응은 가부간에 전해지지 않는다.
가야금 소리에 맞춰 달 밝은 밤 구성진 여인의 가락
은밀한 유혹에 도학자인들 아니 흔렸을까?

며칠 전 들판에서 뿌리째 뽑아와
깡통에 넣고 수경 재배를 하는 씀바귀 류의 들풀이
아잘아잘한 노란 꽃들을 흐드러지게 피우고 있다.
우리 교실은 바야흐로 가을풍이다.
살아 있는 들꽃에다 부직포 달도 둥실 떠있고
장구도 하나 들여놓았으니 굿거리장단쯤이야~.
눈을 감으면 어느 꿈결에 황진이가 나타나
춤이라도 출 듯 하다.

눈 다시 뜨니 빈 교실에 나 홀로이다.
컴퓨터 앞에 우둑허니 앉아 시간을 죽이면서
벽계수의 답가를 이렇게 상상해 본다.

'달은 높고 맑으나 숲에 산길은 어둡고
창해는 아득히 멀어 서둘러도 먼 길인 걸
사나흘 맴돌다 가면 어찌 아니 썪을까.'

마음은 사뭇 흔들려도 일도창해하겠다는
이 어설픈 답가를 들어 주실까?
황진이는 흙이 되어 바람이 되어
이 산하를 훨훨 나부끼실 텐데.

2006-09-19
화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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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은 (122.3.135.51)
2011-04-06 22:02:46
안녕하세요


모두들 즐거운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하루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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