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성탄 인사를 미리 드립니다. 진부령은 ‘거리마다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이 없습니다. 그저 밤이 되면 밝게 빛나는 달빛과 별빛에 기대어 가가호호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여 조용히 그리스도의 나심을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예수님의 나심보다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더 기다리며 두주 전부터 산타할아버지께 받고 싶은 선물을 저와 남편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제가 우스갯소리로 “엄마는 산타할아버지와 통화한다.”고 했더니 큰아이는 코웃음을 치고 작은 아이는 호재를 본 눈빛이었습니다. 올해도 뒷산 고라니가 끄는 산타썰매는 저희 집을 다녀갈 것입니다.

   아이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했습니다.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정말 제가 제일 예쁘다는 뜻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제가 제일 예쁘다고 말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에도 제가 제일 예쁘다고 말해 준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제가 두 아이를 낳고 보니 그 아이들은 제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했습니다. 설혹 제가 세수를 하지 않고 머리도 감지 않은 상태로 함께 마트에 간다고 해도 “엄마가 제일 예쁘다.”는 대전제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근래 큰아이가 객관과 주관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 잠자리에 누워서 “예쁘다”의 정의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문득 제가 “넌 엄마가 제일 예쁜 거 아니었어?”하고 물었더니 큰아이가 쑥스럽게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마치 어른이 아이를 달래듯이 “당연히 엄마가 제일 예쁘죠. 가을이는 가을이 엄마가 제일 예쁘고, 은영이는 은영이 엄마가 제일 예쁘고, 저는 엄마가 제일 예뻐요.”라고 말했습니다. 말인즉슨 이전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뻤지만 이제는 “예쁘다”에 기준이 생긴 것입니다. 주관적으로는 엄마가 가장 예쁘지만 객관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안 것입니다.

   저도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외모가 수려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건 간에 제게 가장 의미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예쁩니다. 저와 친밀하고, 기쁠 때나 슬플 때 함께 마음을 주고받는 사람, 어려울 때 앞뒤를 재지 않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 자발적으로 그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싶은 대상들이 바로 예쁜 사람들입니다. 객관적인 잣대는 미를 평가하는 대회에서나 중요한 것이지 제가 살아가는 현실의 세상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예쁘다고 말하는 것은 “너를 사랑한다.”는 의미이고 “너를 신뢰한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의사전달입니다.

   저도 객관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던 10대와 20대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살면서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일 필요가 없습니다. 보여 지는 세상의 아름다움은 언젠가 늙음으로 변해가고 영원하지도 않을뿐더러, 가까이 함께하는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를 얻는 것이 스치고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것보다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우리가 가꾸어야 할 것은 관계 속에서 만들어져 가는 아름다움입니다. 마음을 주고받으며 상대의 필요를 채워주기도 하고 자신의 아픔을 나누기도 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서로에게 예쁜 사람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부족함을 재지 않고 저를 예쁘다고 말해주는 아이들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늘 하루, 저를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과의 관계 속에서도 조금씩 더 예쁜 사람이 되어져 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