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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동정녀 탄생은 역사적 사실인가?
최재석  |  jschoi41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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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년 12월 06일 (목) 18:50:12
최종편집 : 2018년 12월 08일 (토) 18:47:10 [조회수 :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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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리트 반 혼토르스트, 목자들의 경배, 1662, 목판에 유화』

2년 전 12월 초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예수의 탄생에 관련된 이야기를 <당당뉴스>에 올린 일이 있었다. 나는 그 글에서 예수의 동정녀 탄생에 관한 기록이 탄생 설화의 한 종류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글을 읽은 어느 목사는 불편한 심기를 『당당뉴스』에서 털어놓았다. 그런가 하면 어느 장로는 그 글을 읽고 당신의 신앙의 기초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고 말하면서 역사적인 사건을 설화라고 말하는 것은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항변했다. 여기서 예수의 동정녀 탄생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그 사건을 설화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이 아주 많아서 안타깝기 때문이다.

나는 예수의 탄생에 관한 성경의 기록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려고 그 글을 <당당뉴스>에 올리기 이틀 전에 ‘부처는 정말 어머니의 옆구리에서 나왔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먼저 올렸었다. 나는 그 글에서 부처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는 부처를 성스러운 인물로 만들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그 이야기는 역사적 사건이 아니고 불교의 창시자를 신성한 존재로 부각시키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설화라고 말했다.

이 글에 대해서는 항변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그 주된 이유는 <당당뉴스>의 독자들이 기독교인들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불교신자가 그 글을 읽었다면 항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지 모르겠다. 기독교인들은 부처의 출생에 관한 그 글을 읽고 그 사건은 분명히 설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부처의 어머니 마야 부인은 큰 코끼리가 그 여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난 다음에 부처를 잉태했다는 이야기며, 부처가 어머니의 왼쪽 옆구리로 나온 직후에 일곱 발자국을 걸어가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크게 외쳤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처의 출생기록을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예수의 탄생 기록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것은 잘못 된 것 아닌가? 그들이 그렇게 믿는 이유는 부처에 대한 기록과 달리 성경은 오류가 없는 하나님의 말씀인데, 성경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으니 그 기록을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성경에 기록된 것은 모두 문자적으로 읽어야 하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구약에는 시편, 아가서 같은 시문학서가 있는가 하면, 욥기, 잠언, 전도서 같은 지혜 문학서도 있고, 다니엘서 같은 묵시 문학서도 있다. 그리고 역사서로 분류된 것들 가운데서 룻기, 에스더는 문학서로, 예언서 가운데서 요나서도 문학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학서들을 역사적 사건으로 그리고 문자적으로 읽으면 안 된다.

신약에도 서신서들과 요한계시록은 역사적 기록이 아니다. 서신서들은 서간문학에 속하고, 특히 요한계시록은 구약의 욥기처럼 묵시 문학서여서 상징적 혹은 비유적 표현으로 가득하다. 복음서 안에도 비유적 이야기나 은유적 표현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문학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신약의 글을 모두 문자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된다. 예수의 사역을 기록한 복음서들은 신앙적 체험을 기록한 책들이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 역사적 기록이 아니다. 그런 사실은 예수의 공생애를 다룬 네 권의 복음서가 각각 다르다는 데서 잘 드러난다.

따라서 성경이 모두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책이라고 믿는 것은 성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아니다.

실상 예수나 부처의 출생에 대한 기록과 유사한 출생 설화는 건국신화나 시조설화에 흔히 나온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자주색 알에서 나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탄생에 관한 기록도 비슷하다. 주몽의 어머니가 방안에서 이상한 햇빛을 받은 후 알을 낳았는데, 그 알을 깨고 나온 것이 주몽이었다.

예수의 탄생 기록은 분명히 건국 신화나 시조들의 탄생 설화와 동류의 것인데, 그 기록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판단이다. 탄생 설화에서는 잉태의 계기가 되는 행위나 상황을 신령스러운 존재의 계시나 간섭으로 일어났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잉태 과정은 태어나는 인물들의 신성함을 높여주는 상징적인 기능을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이러한 유의 탄생 설화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남녀의 결합이 아닌 특이한 계기나 성스러운 물체의 정기를 받아 잉태하게 되었다는 설화. 이것은 비범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 신화나 인물 전설에 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유사』, 『삼국사기』, 『동국여지승람』 등의 문헌과 구전 설화를 통해 전해지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도 널리 분포되어 있다.”

현대의 지적 지평은 3, 4세기의 교부들의 시대나 17세기의 개혁자들의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졌다. 그래서 현대에 와서는 성경에 대한 이해가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 예를 들면, 창세기 1장을 과학적인 기록으로 받아들인 때가 있었지만, 과학이 발달한 지금 그 기록을 과학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여성을 비하하는 서신서의 기록은 여자를 사람의 수에 넣지 않았던 당시의 사회·문화적 상황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는 오늘에는 재고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부 시대에는 예수의 탄생이 역사적인 사실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탄생 설화에 대한 이해가 일반화한 지금 예수의 탄생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탄생 설화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주장이 통할 수 있겠지만, 탄생 설화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예수의 탄생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예수의 탄생 기록이 설화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장로에게 나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 일이 있다. 그리고 부처의 출생에 대한 기록은 설화이지만, 예수의 탄생에 대한 기록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아전인수격인 자기중심적 사고의 전형이다. 그런 억지가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교회가 계속해서 그런 억지를 부린다면, 그런 교회는 현대인들에게 외면당하게 마련이다.

교부 시대나 종교개혁 시대에 정립된 전통적인 성경 해석에 묶여 있는 고지식한 사람들은 예수의 탄생 기록을 설화로 보면 기독교 신앙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주몽이나 박혁거세의 출생에 관한 기록이 설화이기 때문에 고구려나 신라의 근간이 흔들렸는가? 그리고 부처가 어머니의 옆구리에서 나왔다는 것이 설화라고 받아들이면 불교의 근간이 흔들리는가? 오히려 그런 설화는 그 주인공의 비범함이나 신성함을 암시함으로써 그가 건국하는 나라나 창시하는 종교의 격을 높여준다.

예수가 성령으로 잉태되었다는 설화는 수태되면서부터 예수가 성령과 결합되어 있었다는 것을, 예수의 삶 전체에서 성령이 함께 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실제로 예수의 사역은 그가 성령과 하나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성령은 아버지 하나님의 영이기 때문에, 성령과 하나였다는 것은 아버지 하나님과 하나 되었음을 뜻한다. 그래서 성령 수태 설화는 우리의 신앙 기반을 흔들기보다는 예수의 삶 전체가 성령의 역사 가운데서 일어난 하나님의 사건임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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