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금요기도회나 새벽기도회 때 가장 늦게까지 기도하시는 권사님에게 이렇게 질문하였다. ‘권사님! 기도생활 정말 모범적으로 하시는데 주로 어떤 내용에 대하여 기도하세요?’ ‘네, 중보기도 하지요.’ 젊었을 때 오랜 세월 아동부 교사로 헌신했던 그 분은 전도도 열심히 하는 훌륭한 신앙인으로 존경 받고 있다. 하지만 그분의 답변을 들으며 기도생활에 대해 조언해 주는 영성지도(Spiritual Direction) 사역이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성지도란 기독교 영성 전통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사역이다. 313년 기독교의 공인이후 새로운 운동이 등장했는데 그것이 사막이나 외진 곳에서의 수도 운동이다. 주님을 신실하게 사랑하는 신자들이 세속적 가치를 추구하지 않고 오직 영적 생활에 정진하고자 사막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수도생활에 입문하는 후배들을 위해 영적 조언을 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영성지도 사역 전통이 되었다. 영어로 Direction이란 방향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기도생활의 방향을 안내해 준다는 의미가 되겠다.

한국교회 신자들이 뜨겁게 기도했고 강력한 성령의 임재를 경험했다. 하지만 별로 바뀌지 않았다. 왜 우리는 성화의 강력한 수단인 성령의 임재를 경험했는데 바뀌지 않았을까? 필자는 그에 대한 대안으로 영성지도 사역을 생각한다. 영성지도 사역이란 간단하게 말하면 기도의 경험을 나누고 목회자나 기도의 경험이 많은 평신도 지도자들이 바람직한 기도방향에 대하여 조언하는 것이다. 무엇이 기도의 바람직한 방향일까? 기도자가 자신의 내면에서 활동하는 성령의 일하심을 분별하며 그 인도를 신실하게 따라가는 것이 아닐까? 사실 영성지도 사역은 어려울 것도 없다. 필자가 아는 한 목사님은 강원도의 소도시에서 기도의 목회를 하시는데 교인들도 기도를 좋아해 낮에도 수시로 교회에 와 기도를 한다고 한다. 그러면 목사님이 커피를 대접하며 자연스럽게 기도의 경험에 대하여 조언하신다고 한다. 그래서 한 동안 목사님의 건강으로 어려웠던 교회가 다시 부흥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에서 그 교회 신자들이 변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영성지도 사역은 단순히 개인적인 성화만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관상적인 삶의 태도 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관상적인 삶의 태도란 예수님이 요 5: 17-20에서 하신 말씀에 근거한다.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아들이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을 보지 않고는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나니 아버지께서 행하시는 그것을 아들도 그와 같이 행하느니라.’ 다시 말해 관상적인 삶의 태도란 ‘내 주변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활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삶’(attentive life to God’s activities around me)’라고 할 수 있다. 신앙이란 오늘도 우리 주변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활동을 분별하고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기도의 경험을 나누고 조언하는 영성지도 사역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현재의 새벽기도나 금요기도회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성경공부처럼 별도의 기도학교를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도에 관심 있는 성도들을 모아 다양한 기도들을 실천하고 기도의 경험에 대해 나누고 조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도학교 참여자들이라도 성숙한 신앙인으로 양육해야 한다. 근래 들어 주일 오후 예배를 성경공부로 전환하는 교회들이 증가한다고 들었는데 수요예배나 주일오후예배를 기도 후에 그룹별로 나눔과 영성지도의 시간으로 구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러한 사역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필자가 운영하는 ‘열번의 물러남-한국교회를 살리는 10주간 기도학교’를 통해 도움을 얻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