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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 세미나에 나선 이일영 교수와 이혁배 교수는 감정에 호소하는 논리를 지양하고 한미FTA에 대한 실사구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뉴스앤조이 유헌

발제를 맡은 이일영 교수(한신대·중국지역학과)는 "빠른 속도와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지금의 한미FTA 협상은 반대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 진영의 '한미FTA 협상을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일각에서 지금 한미FTA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하는 것은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지만 아직 우리가 모르는 내용이 많다. 더 알아야 하고 절대적인 반대보다는 상대적인 반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반대 진영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상황이 올 것이라는 가장 나쁜 상황만을 말한다. 그리고 반대로 정부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두 가지 시나리오가 다 맞지 않을 것이다. 경제학적으로는 객관적인 사실이 확정되어 있지 않아 판단할 수가 없다. 다만 덜 위험한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게 내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 이일영 교수는 "FTA 협상에서 정부에게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유헌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메커니즘이 없고 시장중심적인 국가다. 시민사회가 성장했지만 시민 없는 시민사회라는 말을 듣는 실정이다. 이 교수도 어떻게 재분배 메커니즘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이날 세미나에 청중으로 참여한 목회자들에게 그 공을 넘겼다. 그는 "북유럽에서는 노동운동이 복지 동맹을 이루어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나눔의 마인드가 아직 정착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노동운동도 북유럽의 그것과는 달라 많은 기대를 걸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한국교회에 사람은 많아졌다. 그러나 그동안 무엇을 했나?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고 규율하는 부분에 교회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라고 질문했다.

논찬으로 나선 이혁배 교수(숭실대·기독교윤리학과)는 "한국교회의 FTA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공감한다"면서"한국교회가'신자유주의=세계화=한미FTA=시장주의=맘몬'과 같은 과대하게 단순화된 동일시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잘못된 한미FTA 협상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기존의 천박한 현실 인식을 버리고 정교한 사회·과학적 인식을 구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가 토론과 소통을 거치지 않고 한미FTA를 추진하는 과정을 비판하면서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 깊이 뿌리 내린 비민주적 의사소통의 문화 구조가 더 문제다"라고 자성론을 펼쳤다.

한편 그는 최근 '한미FTA 기독교 공동대책기구'의 결성에 대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기독교는 에큐메니컬 진영과 복음주의적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고 이 둘은 신학적으로 적지 않은 차이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공동대책기구와 같은 이들의 교류와 연대는 고무적이다"라며 이들의 연대가 기독교 사회운동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

발제를 마친 후에는 참석자들의 여러 질문이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평택 미군기지 문제와 한미FTA 문제를 같은 문제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은 '한미FTA 기독교 공동대책기구'가 논의되던 때부터 나오던 단골 질문이었다. 이일영 교수는 이에 대해 "당연히 문제는 연결되어 있다. 미국의 패권주의 정책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해법을 위해서는 둘을 따로 생각해야 한다. 두 가지를 섞어서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하나씩 풀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다"며 각각 다른 해결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