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 날

드넓게 펼쳐진 자연 속을

 오래도록 걷고 싶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요, 그대여

폭풍우로 대지를 휩쓸고 가는 그 모습을

이보다 더한 경이로움이 있었던가.

순수한

 몸짓으로

 생명을 잉태해 내는

 자연을

 바라보는 것보다.

-칼릴 지브란-

1914년 5월 24일, '예언자' 의 천재 시인 지브란이 약관의

31세의 나이로 썻던 시다. 나는 타인의 삶을 평가할 때

서로 다른 독특함을 인정하지만 그 우열은 인정하지 않는다.

더 좋아하고 싫어하는 가슴의 잣대는 있지만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머리의 잣대는 멀리 한다. 순위 메김도 싫어 한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 두명을

 뽑으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없다. 그러나 '내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시인 두명을 뽑으라' 고 묻는다면

 서슴치 않고 레바논의 시인 '칼릴 지브란' 과 인도 멩골의

시인 '타고르' 을 뽑을 수 있다.

또, 나에게 그들을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를 묻는다면,

......... 나는 아무런 할말이 없다.

사랑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처럼 좋아하는 데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냥.....' 이라는 말밖에는.

어제 오후엔 국립공원 Blue Ridge Mountains 을 찾아갔다.

"가을이 익어가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등산이나 함께 합시다"

하는 나의 전화 "선배님, 그렇잖아도 연락을 드릴려고 했는데...

마침 잘됐습니다. C 목사 아시지요? 스카이웨이 입구에

 살고 계시는 C 목사로부터 내일 오후 12시에 식사나

 함께 하자는 초청을 받았는 선배남 시간이 괜찮으시면

 함께 갔으면 합니다." 하는 고향 후배 K 총재의 말을 듣고

 선뜻 '그럽시다" 하고 승낙을 했다.( K 후배는 판소리, 마라톤,

글... 들 각 분야에 걸처 다재다능한 후배로 특히 신문에 기고하는

 그의 탁월한 정치 칼럼 때문에 내가 'K 총재' 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나 같은 백수가 어찌 그런 즐거운 초대를 감히 거절할 수

있겠는가?'

 '문동환' 목사가 세우신 교회에서 목사로 시무하고 있는

'C 목사' 와는 교포들 모임에서 마주친 것 이상의 특별한

 인연이 있다. 식사 테이블을 함께한 한 교포모임에서

'Blue Ridge Mountains 산자락으로 이사를 가서 농사를

 짓고있다' 는 그의 말에 솔깃해서 전화번호를 받아 두었었다.

작년 봄 어느 월요일 오전 스카이웨이를 드라이브 하다가

C 목사 이름이 머릿속을 스쳐가

"C 목사님, 제가 예정없이 이 지역에 들렸는데 시간이

 되시면 근처 맥도날드에서 만나 커피나 함께 마십시다" 하는

 메시지를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그러자 몇 분이 채 안 되어

"오늘은 다른 목사님들과 어룰려 정규적으로 골프를 치는

 날입니다. 30분 후며 끝날 것 같은데, 다른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집으로 곧장 돌아가겠습니다. 저희 집으로

오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렇게 무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밝힌 희망사항인데.... 고민해 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나서 스카이웨이 드라이브를

 한참 즐기고 있던 중에 C 목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박 회장님, 제가 방금 집에 도착했습니다. 카카오톡으로

주소를 보내드릴테니 저의 집에 꼭 들리십시요.

맛있는 삼계탕으로 대접하겠습니다"

삼계탕! 나는 천성적으로 그정도의 강한 유혹을 물리칠 위인이

 되지 못한다.그래서 삼계탕에 곁들어 외인 한병을 비우는

 뜻하지 않는 행운을 맛보게 되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그의 농사솜씨는 솔직히 내가 도움을

 청할 정도 수준은 아닌듯 싶었다. 손수 만들었다는 덱이나

정자는 목수 예수를 닮아서 그런지 수준급 이상이라는 인상을

 받았었지만....

아침 퀘이커 명상을 끝내고 우리집 근처 한국식당

주차장에서 메릴렌드에서 온 K 총재 부부를 만났다.

새벽에 일어나 10마일 정도를 함께 뛰고 왔다고 했다.

날씨는 모처럼 청명했다. K 총재의 혼다 유틸리티 카에

동승했다. 프른 하늘엔 하얀 구름들이 가을처럼

 여유있게 부유하고 있었고, 차장 밖에서는 가을이

 서서히 익어가고 있었다.

"장엄한 선음산에 구름 개이고

유서 깊은 관두봉에 백로 춤춘다.(?)"

58년만에 두터운 무의식 세계의 벽을 뚤고들어가

 추억속에서 블러보는 국민학교 교가, 나는 아직

 가슴이 뛰는 어린애였다. 천국은 결코 죽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잠시 새파에 자리를 내주고 사라졌을 뿐이다.

모임은 K 총재의 말과는 달리 교회 야유였다.

 "우선 당신을 사랑하십시오, 그리고나서 타인을

 사랑하십시오" 세계 젊은이들을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가고 있는 한국 방탄소년들의

유엔 연설을 내용으로 하는 C 목사의 설교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방탄소년들은 단순한 가수들이 아닙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꾸려고 꿈들거리고

있는 청소년들, Army 들의 꿈이고 외침입니다.

우리 나이먹은 사람들도 예수의 삶고 가름침을 실천해서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바꾸는 Army 들이 됩시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만들아 놓고

떠나는 것/자신이 한때 이곳에서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랄프 왈드 에머슨)

"난 결코 대중을 구하려고 하지 않느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 껴안을 수 있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마더 테레사)

예배을 마친 후 K 총재 차를 타고 Blue Ridge Mountains

길은 드라브했디.

하늘은 프르고, 하얀 구름들은 자유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 가슴은

 그 생명을 잉태해 내는 싱싱한 경이로움과

신비감으로 계속 뛰고 있었다.

내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처럼.......마구

10/29/2018 아침 메모

버지니아 숲속에서

벅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