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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온 Y는 미등록 노동자다.관광비자로 들어왔다가 눌러 앉았다.Y를 처음 만난 건 병실에서.지난 봄 손가락이 하나 잘려 입원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지만 미등록자라서 산재보험조차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게다가 사장은 병원비를 줄이려고 빨리 퇴원하길 바라는 눈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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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불법체류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신분이 드러나면, 강제출국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미등록자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 나는 그가 산재보험 혜택을 받도록 조언하며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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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내게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털어놓는 그를 본 나는 허탈했다.안타까웠다. 두 아이의 아빠인 그가 손가락 잘린 모습으로 그냥 고향에 돌아갈 걸 생각하니 맘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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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다른 산재 노동자의 일로 어느 노무사와 얘기를 나누다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을 들었다. 불법체류자도 산재법에 따라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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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장 Y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산재보험 신청을 서둘렀다. 허나 사장이 노골적으로 훼방을 했다. 그는 Y를 강제 퇴원시켰다.그리고 협박했다. 산재 신청하면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해 강제출국시키겠다는 협박을 했다.한국사회 물정을 모르는 Y는 잔뜩 겁을 먹고 산재 신청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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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우리 센터는 Y를 안심시키며 설득했다. 결국 그는 산재보험으로 통원치료까지 잘 받았다.그리고 장해보상비 750만원도 받았다. 그는 한국사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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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재법은 불법체류자라도 산재보험 혜택을 준다. 불법체류라는 사실보다는 노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사실에 더 주목하는 법정신이 있는 거로 보인다.그리고 산재보험 혜택을 받은 불법체류자를 강제 출국시키지 않는다. 사고를 당한 사람의 약점을 잡아 강제 출국시킬 정도로 모질게 하지는 않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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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불법체류 노동자를 선호하는 기업주가 많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주노동자 없이는 중소기업들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라고 할만한 현실
속에서 미등록 노동자들을 선호하는 기업주들이 흔하다. 더 싼 임금을 주고 마구 부릴 수 있다는 영악한 계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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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Y의 계획을 물어보지는 못했다. 제 나라로 돌아갈지 계속 여기서 노동을 할지 ,그건 그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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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자본주의시대에 자본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윤ㅡ착취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자본엔 국적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이 시대에 노동자들도 자유롭게 여기저기 다니며 노동을 하는 건 어떨까?
그런 때가 오려나?

김달성목사

포천이주노동자상담센터(평안교회 부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