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칼리아에 나타난 통회의 눈물의 영성적 의미

로마인들에게는 자신의 눈물을 담아 놓는 눈물병이 있었다. 그들이 눈물을 담아 놓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을텐데, 그 중의 하나는 눈물이 우리의 감정을 정화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독교 영성가들도 눈물을 소중하게 여겼다. 특별히 가책의 눈물은 기도자들로 하여금 마음의 고요에 이르게 하는 영성훈련의 한 방법이었다. 필로칼리아의 저자중의 하나인 니키타스 스티타토스는 눈물의 가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념으로 채워진 생각들의 억제되지 않는 지성의 물이 성령의 영원한 임재로 말미암아 억제되며, 죽음에 대한 묵상과 절제로 말미암아 상스러운 형상들과 욕망들의 쓰디쓴 심연이 정복되면, 회개의 거룩한 영의 바람이 불고 가책의 물이 솟아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리 주 하나님은 그것을 회개의 그릇에 담아 우리의 영적인 발을 씻어 주셔서 하나님 나라의 뜰을 걸을 수 있게 해주십니다.”

니키타스 스티타토스는 가책의 눈물은 우리의 더러운 발을 씻어 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깨끗해진 영적인 발은 하나님 나라의 뜰을 걷기에 합당한 발이 된다고 비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거듭났음에도 불구하고 욕심으로 채워져 마음을 하나님께 집중하지 못하는 영혼이 가책의 눈물을 통해 욕심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타토스는 계속해서 눈물의 힘에 대하여 강조한다.

“그리고 영혼이 기만적이고 가시적인 것들을 보지 않고 오직 영적이고 근본적인 빛을 보기만 열망하며, 감각 인식에서 파생된 모든 것을 거부하고 성령이 주시는 은혜를 받아들일 때, 마치 샘에서 물이 솟듯이 눈물이 분출하여 영혼의 감각을 온화하게 만들며, 온갖 종류의 기쁨과 거룩한 빛으로 정신을 채워 줍니다. 그 눈물은 마음을 강력하게 뒤흔들어 놓으며, 지성으로 하여금 보다 고귀한 세계를 보면서 겸손해지게 합니다.”

여기서 감각 인식에서 파생된 모든 것이란 마음 안에서 활동하는 욕심, 근심, 잡념, 그리고 과거의 기억의 활동들과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내면에서 그러한 것들에 의해 방해를 받고 있는 기도자가 그것들을 거부하고 성령이 주시는 은혜를 열망할 때 샘물과 같은 눈물이 분출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눈물은 단순한 마음의 정화를 넘어서서 마음의 고요인 무정념(無情念)의 상태에 이르게 하는 힘이 있다.

눈물은 더 나아가 무정념의 상태의 궁극적 목표인 관상의 상태가 가능하도록 도와준다고 니키타스 스티타토스는 가르친다.

“로고스께서는 그들이 거룩함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겸손을 통해서 무정념의 상태에 접근하려고 노력하다가 기운을 잃고 포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분은 그들이 한층 더 높이 나아가 관상의 상태로 올라가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그들에게 눈물의 빵을 적당히 먹여 양육하신 후에 가책의 빛으로 축복해 주시고 지성의 눈을 떠서 성경의 깊은 사상을 이해하고 존재하는 모든 것의 본성과 내적 본질을 인식할 수 있게 해주십니다.”

주님이 영적 진보를 위해 애쓰는 심령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눈물의 빵’을 적당히 먹여 양육하신다는 표현이 놀랍다. 우리는 흔히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 보아야 인생에 대해 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생에서 고난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주님은 우리가 세상의 염려와 욕심으로 인해 하나님께 더 정진하지 못하는 것을 아시고 눈물이라는 마음훈련의 특효약을 주신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에 갈수록 눈물이 메말라 가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위기의 한국교회를 향한 희망은 회개의 눈물이 아닐까? 그리고 회개를 넘어서서 하나님의 거룩함을 닮고 그분의 뜻과 일치하는 삶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분투해야 하지 않을까? 그럴 때만이 한국교회를 위한 희망의 미래가 다가올 것이다. 우리 모두 이번 한주 눈물의 은혜를 간구하는 복된 한주가 되기를 소망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