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서 종은 울리나

-LA 3일간 여행기-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성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전체의 일부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의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바닷바위들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며

만일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의 영지기 그리 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전체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지를 알고저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서 울리는 것이니!

-존 던-

비행기 출발 시간이 브테이크 정비 탓으로 3시간이 지연되어

 워싱톤 Dulles Airport 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6시였다.

벌써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기온도 70도 이하로 떨어저 싸늘한 가을 날씨였다.

내가 떠나있던 4일만큼 버지니아 초 가을도   성숙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동네 설렁탕 집에 들려 새벽 4시부터 비운 배를 대충 채우고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

이웃 Jill 가족들에게 부탁하고 온 선더가 보고싶었다.

어둠속 문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던 선더가 차문를 열고 있는

나에게 뛰어오르며 연속 신음소리를 토하고 반겼다. 선더는

 역시 떼어놓을 수 없는 내 삶의 일부다.

열려있는 문를 열고 들어가니 테이블 위에 지난 4릴간의

우편물들과 소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층에서 "여보, 빨리 이층으로 올라와봐!" 하는 케롤의 기겁하는 목소리가 들렸왔다.

선더를 Jill 가족들에게 부탁하고 가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문들을 안에서 잠그지 않고

 놔두었는데 '혹씨 집안에 무슨 사고라도 발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 우편물들을 뒤적이던 손길을 멈추고

불이나케 이층으로 뛰어올라갔다.

샛노란 Black- Eyed Susan Flowers 들로 가득 채워진 유리 꽃병하나가

식탁위에 놓여 있었다.

"지난 4릴 동안 선더를 우리 가정에 맡겨두어서 고마워!' 하는

 감사카드 한 장과 함께.....

이웃 Jill 가정은 분명히 우리 가정의 일부이다.

머룰고 있던 LA 다운타운 J J Grand Hotel 에서 있어났던

 에피소드다. 7시 비행기 스테줄에 맞추어 새벽 3시에 일어나

호텔 정문 앞으로 나가 택시를 기다렸다.

내 나이쯤 되어보이는 검은 제복을 입은 경비원이

경비 카운터을 지키고 있었다. 그분께 다가가서 아침인사를

건내며 "저는 버지니아에서 이곳에 와서 4일 밤을

머물고가는 여행객입니다" 하고 나를 간단히 소개했다.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무슨 사연으로 LA에 들리섰습니까?"

로 시작된 대화가 20여분 이상 계속되었다.

"내가 선생님 관상을 보니까 선생님은 돈복도 있으시고 그동안

행복한 삶을 살아오신분 같은데...." 말문들이 터이기 시작하자

그분은 한국에서 테니스 선수와 코치 생활을 하시다가 88년

 올림픽 후부터 시작된 미국 이민생활의 애환을 나에게

 허스름 없이 털어놓았다.

 "우리 나이가 되면 돈의 많고 적음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난 가을에 10여년만에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미국보다 더

편리한 것 같았습니다"

"잠시 여행을 하면 그렇게 느껴실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살게되면 너무 복잡하고 남의 눈치를 보며 경쟁을

심하게 하게되 삻이 고달픕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미국 생활이 편합니다"

그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택시가 도착하자 그는 내 두손을

 덥접 잡으며 "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셔서... 며칠 더 머무신다면 함께하며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부디 건강히십시요"

하며 내 차문을 열어주는 그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선생님,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은 나이가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했습니다. 선생님 관상이

선생님이 그동안 정직하고 성실한 삶을 사신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내내 행복하게 사십시요"

그리고 우리들은 헤어졌다.

그 경비원 선생님과 나는 분명히 한 대륙의 일부였다.

췌장암 말기로 죽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계시는

 장모님을 모시고 담당 의사를 만났다.

고통에 시달리는 그녀의 얼굴은 무척 어두었다.

마침 의사 탁터 안은 새까만 내 대학 후배였다.

의사왈 장모님 고집이 워낙 세서 자기의 충고를 잘 듣지

않는다는다는 고충을 나에게 털어놓았다.

그는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다.

그러나 젊은 그가 하루하루 죽음으로 다가고가 있는

환자들의 고통을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겟는가?

 "일단 의사를 택했으면 그의 충고를 따르십지요. 믿음이

바로 치료제입니다"

그리고나서 이틀 동안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찾아

이름난 음식점들을 찾아다니며 비빔냄면 순두부지게를

 가족들과 함께 즐겼다. 장인의 말에 의하면 자난

 몇 개월만에 장모님이 그렇게 밥을 많이 비우신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장모를 껴안기도 하고, 연인들처럼 손을 잡고 걸으며

시종 농담으로 그녀을 웃겼다.

케롤과 처제는 신앙인으로 평생을 엄숙하고 근엄한 삶을

 사셨던 그녀가 그렇게 어린이들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라고 털어놓았다.

" 비록 이순간 죽더라도 재미있고 즐겁게 사십시요.

먹고 싶은 것이 있으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먹으시고,

노래를 부르고 싶으시면 목이 터지게 부르시고,

춤추추고 싶으시면 맘컷 추십시요.

의술이나 현대과학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생명은 100%가 하나님의 특권에 속합니다.

장모님이 평생 믿고 계섰던 신앙적 기적들은

지난 과거의 역사물만이 아닙니다. 지금 바로 이순간에도 그런 기적들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애를들어 오늘 함께 먹었던 순두부찌게가

장모님 병을 완괘시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걷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마십니요.

발바닥 뒷꿈차부터 땅을 밟으시며 하나 둘를 세면서

매일 걸으세요. 건강은 발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녀는 "당장 박서방 말을 믿고 시작할께!" 하고

 나에게 약속을 했다.

"장모님이 만약 저보다 천국에 일찍 가시게

어제 오늘 내가 사주었던 비빔냉면 과 순두부 찌게를

 꼭 사주셔야 합니디. 천국에서도 빚은 갚으셔야 지요...."

그녀는 파안대소로 웃었다. 나는 그녀가 좋아하는 가곡 '기다리는 마음' 과

찬송가 "Amazing Grace' 를 아파트가 떠나도록   큰 소리로 불러주었다.

"난 박서방이 그렇게 노래를 잘부르는 줄 몰랐어.

몸이 괜찮으면 합창을 할 텐데...."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다시 만날 약속을 하면서.

그녀는 분명히 내 삶의 일부이다.

죽음도 결코 우리들의 관계를 갈라놓치는 못할 것이다.

10/21/2018 아침 메모

버지니아 숲속에서

박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