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이름이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가을 한복판입니다. 산등성이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하늘하늘한 하얀색과 연분홍빛 꽃잎은 여리고 연약한 듯 보이나 더위에도 추위에도 강해 전국어디서나 볼 수 있는 들국화입니다. 꽃이름 앞에 ‘포천’이라는 지명이 붙어있습니다. 처음 발견된 곳이지요. 잎이 여느 구절초보다 가느다랗습니다. 국가적으로는 아직도 시스템이 정리되지 않아 ‘가는잎구절초’로 올라 있는 곳도 있습니다.

경기도 일부와 한탄강 일대에 살고 있으니 ‘포천구절초’를 만나려면 시월의 시원한 강바람을 쐬어야합니다. 해마다 절정인 시기가 들쭉날쭉해 싱싱한 포천구절초를 아직 제대로 만나지를 못했네요. 철원 직탕폭포는 찾아가기가 수월하고 탁 트여 있어 혼자 꽃여행으로도 안심인 곳입니다. 웅장한 물소리를 친구삼아 까만 현무암 위에 피어있는 구절초를 만나면 그곳이 둘도 없는 명당이요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멋진 곳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포천구절초를 사진으로 보고 그곳의 바람결과 꽃내음을 궁금해하던 시간을 잊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한라산 높은 곳에 피어있는 ‘한라구절초’ 만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백두산 푸르디푸른 천지를 내려다보며 살고 있는 8월의 ‘바위구절초’와 나란히 서있는 꿈을 꿉니다. 멀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