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마주친 한국인들과 한 금발머리 천사

                -15 일간 미 대륙 휭단기10-

미국 전체인구에서 한국계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1% 정도다.

미국에서 출생한 이세, 삼세들을 제외하면 나같은 이민 일세들은

이마도0.5 %(?)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계 일세들은 가치관이나 문화적인 정체성 면에서

자신들의 편리함에따라 두 나라 국경을 넘나드는

한계인(Marginal Person) 이라고 할 수 있다.

육체는 미국 땅에서 마음은 한국 땅에서,   현실생활은  미국사회에서

꿈속생활은 한국사회에서…. . 더 심하게 표현하면  미국 땅내  한국 식민지

보호구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저런 이유와  경제적 기회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계 일세들은

대도시 생활을 선호한다. 내가 살고있는 워싱톤 근교만 해도

볼티모어 씨티를 포함해서  17 만 가까이 한국계가 살고 있는 걸로 알려져있다.

우리 집에서 15분만 운전을 하고 나가면 한인타운이 향성되어 있어

한국 식품점, 각종 식당,  제과점, 이발소, 미용실, 케피샵…. 등 있을만한 것들은

다 있어서 불편함이 전혀 없다.

내가 여행했던  지역들은 대부분이 범 백인계 인구비율이  90% 가 넘는다.

한국인들을 여행길에서 만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이번 여행중 한국인들과 우연히 마주쳐  짧은 대화를 나눈 경우가

딱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Yellowstone 저쪽 입구에 있는 McDonald에서 였고,

다른 한 번은 Memphis  위치한Elvis Presley 생가 Graceland  박물관에서 였다.

두 번 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며  “혹씨 한국인 입니까?”  하는 인사를 거넀었다.

Graceland 에서는 만났던 부부는  “어디서 오셨느냐? “ 는 나의 인사에

“Alabama 주에서 왔습니다” 하고 얼굴을 돌려버렸으니까 별 대화가 없었다.  

Yellowstone 입구 멕도날에서 내 달골메뉴 Big Mac로 한참 굶주린 배를

채우고 있을 때였다.

한 눈에  한국으로 보이는 40대 부부와 두 자녀가 옆을 지나갔다. 식사를

멈추고 “혹씨  한국인이 아닙니까?” 하고 반갑게 물었다.

“ 예 맞습니다. 선생님도 한국인이시군요. 반갑습니다. “ 하고 대답을  했다.

“  그러시군요. 이런 곳에서 한국인을 만나다니 무척 반갑습니다.

저는 버지니아 주에서 살고 있는 데  혼자서 대륙 휭단여행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느 주에서 오셨습니까?”

“아, 우리들은 한국에서 왔습니다. 애들 방학을 이용해서 애들과 함께

렌트카로 7주간 미 서부지역을 돌고 있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십시요” 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식사를 마친 후  왠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식당 밖 벤치에 자리잡고

식사를 하고 있는  가족들을 찾아가 말을 걸었다.

“이번 미국 여행이 처음이십까? “

‘아닙니다. 우리 부부는 서울 근교 일산에 있는 국민학교 부부교사입니다.

매년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자녀들 과외비에 저축한 돈을 보태서

가족여행을 해오고 있습니다. 과외를 해서 인류학교에  진학시키는  것보다는

교육상 여행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미 둥부 지역과  남부 지역들은

지난 방학기간에  이미 둘러보았습니다.   서부 지역은  너무 광활해서 동부지역에 비해

아기자기한  재미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 여행은  유럽이나

동남아 지역들에 비해  편리해서 좋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나에게 남겼다.

“여행중에 한국인이  찾아와서 저희들에게  먼저 건내고

 대화를 나눈 경우는 선생님이 처음입니다. 대부분 한국인들은 길에서

마주치면 얼굴을 돌려버리곤 했습니다”

사실 내가 여행중 마주쳤던 한국 여행객들도 대부분이 그러했었으니

특별히 변명할 말이 없었다.  

착각은 항상 자유다.  그러나 착각은 진실보다 더 아름답다.

이 이야기만은 나만의 비밀로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는데….,

예수 가르침을 따르려고 하는 사람이 어찌 이 가르침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

  “숨은 것이 장차 드러나지 아니할 것이 없고 감추인 것이 장차 알려지고

나타나지 않을 것이 없느니라 (누가복음 8:17를 )”

성경 한 구절 한 구절을 하느님  말씀이라고 믿고 있는 근본주의 신앙인들로부터

돌팔매질은 맞을 각오를 하고  내가  이해하고 있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쫒겨나게된  진짜 연유는 이렇다.

내가 믿고 있는 신은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 하찮은  나무열매 몇 개를

따먹었다고 쫒겨낼 만큼 옹종한 분이 결코 아니다. 사랑의 하나님이다.

솔직히 나는 그보다 훨씬 심한 일로도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집에서 쫒겨낸 적이  전무하다.  그러나 아들이 나에게 거짓말로 사실을

숨길 경우에는 참지 못한다.

사랑의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쫒겨낸 진짜 이유는

선악과 나무에 열려있는 열매 몇 개를 따먹은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은 하나님께 솔직히 밝히고 용서를 구하지 않고 온갖 변명을

들어 숨겼기 때문일 것이다. 천국에서는 “ 성령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 는

일부 성직자들의 잡스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천국에서도

‘침묵은 미덕이다. 그러나 사실은 숨기고 감추는 것은 악덕이다’  

아담과 이브가 쫒겨난 에덴동산에는 아직도 선악과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려있고

거짓을 모르는 온갖 산새들과 짐승들이 그 감질나는 맛을 맘껏 즐기고 있을 것이다.

Montana 주에서 I- 94  Hwy 를 타고내려가다가

버지니아에 살고 있는 지인 Y가 소유하고 있는 천연 salty Hot Spring에

예정없이 들려  2-3시간  수영을  즐기고 있던중 Oklahoma State, Tulsa City

근교에 살고 있는 대학동문 DR. Lee 로 부터 

 “언제 도착 예정입니까?  저희 부부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는

카카오톡 멧시지를 받았다.  Dr. Lee 부부는 작년 가을 테네시  스모키 마운틴에 산장을 빌려놓고

“몸만 오십시요” 하는 전갈을 보내와  한국에서 돌아온 바로 뒷날 짐도 플지 못하고

10시간을 혼자 운전하고 찾아갔다가  일주일간을 함께  보냈던 의대출신 대학동문이다.

그때 “이왕 온김에 Oklahoma 에 들렸다가라” 는 초청을 받고도 시간이

여의치 않다는 핑개로  다음 기회로 미루었었다.

이번 여행길에 ‘시간이 나면 들리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는 약속(?)을 해놓고

하룻밤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  2,500 miles 이상을 Extra 로 운전해야 하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던중이었다.

그렇다고  그런 간절한  메시지를 받고 거절하는 것은  사내 대장부 도리가

 아닌것만 같았다.  “가자! 소중한 인연은 사랑의 길에서 만난다!”

당장 “ 내일중으로 도착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는 메시지를  보내놓고

계산해 보니 장장  1,500 마일 이상 떨어져 있는 먼 거리였다.

내일 늦은 밤까지 도착하려면  적어도 1,000 마일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잠을 자고 이른 새벽에  출발해야 했었다.  점심도 거른 채  부지런하게 운전을 해서

 Wyoming 주 한 조그만한 도시 Evanstown 에 도착한 시간이 밤 9시 30분이었다.

마침 모텔 건너편에  Bar& Grills 니온 간판이 번쩍거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모텔  카운터에서 체트인를 끝내자마자  식당으로달려갔다. 

식당 카운터에서 20대 후반쯤 되어보이는 금발머리 아릿다운 아가씨가

웃음띈 매력적인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

“ 이 식당은 나이 21세 이하는 출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나이를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을 보여주십시요”  하고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내가 아무리 젊어보이기로서니 나를  20살 전후의 청춘으로 보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한편으론 가슴이 뛰었다.

 “내가 정말  21세 이하로 보이십니까?” 하고  말을 건내며  버지니아주

운전면허증을 지갑에서 꺼내 그녀  손에 건냈다.

그 금발머리 백인  아가씨는 내 운전 면허증은 뚤어지게  들여다보더니

“죄송합니다. 나이 아직 어려서  식당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하며

운전면허증을 나에게 돌려주었다.  그건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었다.

“그래요. 죄송하지만 이 식당 총지배인을 좀 불러주십시요.”

그 아가씨가 안으로 들어간더니 조금 후에 나이가 40-50 대 쯤 되어보이는

중년 백인 부인이 나와  내 운전 면허증은  다시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 죄송합니다. 리셉션 종업원이 계산 실수를 범한 것 같습니다” 하며

정중하게 사과를 하며 자리로 안내했다.  곁눈질로 훔쳐보는  리렙션 아가씨의

얼굴이 빨간 홍당무로 변해있었다.

자리에 앉아마자  그 식당에서 가장 비싸고 큰 스테익을  주문해 놓고

많은 양과 씨름을 해야했었다.

나오면서 그 금발머리 미녀에게

 “고맙습니다. 나를 그렇게 젊게 보아주셔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어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호텔밤에 돌아와서도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새벽녁까지  침대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딩굴며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시인 예이츠는  사랑은  눈으로 들고 술은 입으로 든다고 했거늘….,

그녀가 혹씨라도  사랑에 눈이 멀어 내 나이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을까????

“사랑에 빠지면 눈이 먼다” 는 말은 더 이상 시인들의 섬세한 감상에서 나온

헛소리가 아니다. 이미 영국 런던의  과학자  게미르 제키 교수가

사랑에 빠진 남녀들의 뇌 단층 촬영을 통해서 증명한 과학적 사실이다.

“사랑에 빠지면 비판적인 평가능력을 살실해 모든 것들이 분홍빛으로

보이게 된다. “

영국의 천재 문인 괴테는 세상에 알려진 것만 해도 14번이나 여인들과

깊은 사랑에 빠졌었다. 그 대상으로 미혼과 기혼의 구분이 없었고, 천민과

귀족의  구분도 없었으며 나이도 19살 연상에서 55세 연하까지  총천연색이었다.

그가 74세 나이에 사랑에 빠졌던 여성이 19세의 소녀 울리케이었으니까.

암튼  그 금발머리 아릿다운 처녀(?)는  내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이번 여행길에서 만났던 나의 천사였다.

-계속, 마지막 회,  다시 사람만이 희망입니다.-

09/29/2018 아침에

버지니아 숲속에서

박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