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풀에는 입술을 삐죽 내민 호리병 모양의 ‘병조희풀’과 꽃잎이 깊게 갈라지고 그 끝이 또르르 말린 ‘자주조희풀’이 있습니다. 조희풀이라... 종이의 옛말이 조희, 조이인데 이름을 그리 붙인 명쾌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저 꽃에서 한지의 느낌이 나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낙엽이 지는 ‘나무’인데 ‘풀’이라 부른 것은 어떤 상상력을 발휘해도 이해의 끝이 닿지를 않습니다.

암,수꽃이 따로 있고 피는 나무도 각각이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암꽃에는 암,수술이 같이 있으나 수꽃에는 수술만 있다는 것도요. 그리고 그것들을 구별해 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두 함께 말이지요. 꽃빛은 청보라, 연보라, 하늘색도 보입니다. 병조희풀이 비교적 깊은 숲속에 살고 있지만 자주조희풀은 우리와 더 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여름이 주고 간 뜨거운 기운을 이기지 못했는지 하늘을 향해 네갈래 몸을 맘껏 젖혔네요. 미처 다 뿜어내지 못한 그 열기는 꽃잎 양옆에서 바르르 떨며 매달려있습니다. 가을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네가 날 물들게 한다’ 는 어느 꽃시인의 말을 기꺼이 빌리고 싶은 계절입니다. 자주조희풀, 그 은은한 향을 머금은 보랏빛으로 물들어도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