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읽었다.

“중학교 시절, 우리 반에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녀석이 있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여드름투성이인 그 친구는 늘 외톨이었다. 옷도 유행에 뒤쳐진 단벌뿐인 그에게서 나는 역겨운 냄새를 아이들은 무척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나는 그를 구박하고 메스꺼운 표정을 지으며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티를 냈다.

그래도 항상 밝은 얼굴로 나를 대하던 그는 지각이 잦아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했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더러운 놈, 냄새풍기지 말고 아무도 없을 때 좀 일찍 다니면 안 되냐?’고 면박을 주었다.

방학이었지만 시험을 앞둔 우리는 보충수업을 받았는데 그날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나는 허둥지둥 엄마 차를 얻어 타고 학교 근처에 내려서 학교를 향해 언덕길을 뛰어 올랐다. 헉헉거리며 급히 뛰어가고 있는데 저만치에서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수레를 끌고 있었다. 그 뒤에는 내 또래의 한 아이가 냄새나는 수레를 묵묵히 밀고 있었다.

‘또 지각이잖아. 그만 가래도’

‘아니에요. 십오 분밖에 안 늦었어요. 마저 끝내놓고 가도 괜찮아요.’

그 순간 나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바로 냄새나는 아이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멍하니 서있는 나를 본 그가 멋쩍은 듯 말했다.

‘우리 아버지야’

그는 나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고는 계속해서 수레를 밀었다. 그날 나는 지각한 벌로 매를 맞았는데도 왠지 흐뭇했다. 그 뒤로 나는 그의 냄새를 싫어하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 냄새나는 그 아이의 미소를 잊지 못할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어쩜 내 어렸을 때 경험과 비슷한지, 한참을 옛 생각에 잠겨야만 했다. 어렴풋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기억력 떨어지는 내게도 또렷한 기억이 있다. 만복이란 아이, 나보다는 서너 살 아래였던 걸로 생각 든다.

만복이 아버지는 소위 ‘똥 푸는 아저씨’였더랬다. 화장실을 전문 청소차가 와서 퍼가는 때가 아닌 내 어릴 때, 만복이 아버지는 우리 동네의 모든 화장실 청소담당 CEO였다. 때가 되면 만복이 아버지를 동네 사람들은 불러댔고, 그는 몇 푼 안 되는 돈을 받고 똥통을 말끔히 비워주곤 했다.

그는 화장실 청소를 하고 돈을 받을 뿐 아니라 그 똥은 또 원하는 사람들의 밭이나 논에 잘 뿌려주고 또 뒷돈을 챙기기도 했다. 만복이 아버지도, 만복이도 항상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다녔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그의 가족을 기피했다. 만복이 역시 위의 이야기처럼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기 일쑤였다.

하나님은 우릴 그리스도의 향기 나는 사람으로 살라고 하신다. 그런데 정말 우린 그리스도인으로 향기를 내며 사는 걸까,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사는 걸까. 만복이도, 만복이 아버지도 자신에게서 나는 냄새에 무감각했던 것이 특징인데, 우리도 혹 악취를 풍기며 그 냄새를 못 맡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