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가는 게 인생이다. 뭐 거창한 인생론을 말하고픈 게 아니다. 어떤 삶도 평탄한 삶이 없고, 어떤 성공도 어쩌다 성공하는 것은 없다. 실패를 딛고 일어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요, 좌절을 딛고 일어난 사람이 뭔가를 이룬다.

도종환 시인은 이렇게 읊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신앙생활은 어떨까? 마찬가지다. 교회에 처음 나온 사람이 아무런 수고와 아픔이 없이 신앙이 하루아침에 훌쩍 크지 않는다. 신앙의 경험은 어느 날 갑자기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신앙은 온갖 시련을 이기고 인내로 거름을 주고 나서야 크는 법이다.

위대한 신앙인 바울은 어느 날 갑자기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그가 예수님을 만나는 경험을 했다고 금방 성숙한 신앙인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때론 번민하고 때론 두 생각이 마음속에서 싸웠다.

육신의 생각과 영의 생각이 치열하게 싸워 결국 영의 생각이 승리를 거둘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사도 바울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는 그런 성숙한 신앙인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택했다.

삶은 선택이다. 그 선택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되고, 삶의 성공여부가 결정된다. 신앙도 선택이다. 매 순간마다 하나님을 선택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신앙 성숙과 신앙 퇴보가 결정된다.

극한 도전과 고난 속에서도 바울은 한 결 같이 하나님을 선택하려고 몸부림쳤다. 그의 몸부림에 하나님이 손을 잡아 주신 것이고, 그러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사도 바울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바울의 애씀과 노력의 결과 위대한 신앙인이 된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그의 수고와 애씀이 다가 아니라 하나님의 손 잡아주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흔들리며 인생을 간다. 다만 그 흔들리며 가는 삶 속에서 누구의 손을 잡느냐가 중요하다. 시인의 말처럼 꽃도 흔들리며 피는데, 인생이야 더 말해 무엇 하랴.

이왕에 흔들리며 가는 게 인생이라면, 흔들림에 주눅 들지 말고 내밀어 주신 하나님의 손을 잡자. 그리고 또 일어나고, 그리고 또 일어나면 아름다운 인생 꽃을 피울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