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는 태풍 솔릭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보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예상보다 태풍이 약화되어 한반도를 지나가게 되어 안도했습니다. 비상 태세를 갖추고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긴장 속에 있던 모두에게 태풍의 약화는 큰 선물이었습니다.

   태풍이 올라온다고 해도 아이들은 방학에 집에만 있기에는 심심해하였습니다. 그래서 태풍이 내륙에 상륙하기 전에 큰아이가 가보고 싶어 하던 삼척의 동굴지대에 다녀왔습니다. 수요일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출발하여 차 안에서 미리 준비한 볶음밥을 먹으며 삼척으로 향했습니다. 삼척IC에서 내리고도 환선굴까지는 30여분을 더 달려야 했습니다. 원래 작은아이는 비가 올지도 모르니 굴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고 큰아이는 날이 맑으면 꼭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수요일은 날이 맑았고 굴을 관람하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매표소에 입장권을 구매하고 환선굴 입구까지 걸어가며 힘들어 하던 아이들은 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씻었습니다. 그리고 굴에 들어가 관람을 시작하자 환선굴 안에서 흐르는 지하수 소리와 어두움에 큰아이는 다소 무서워하였습니다. 반면 굴에 관심이 없다고 하던 작은아이는 한 바퀴를 돌고 다시 한 바퀴를 더 돌자 하였습니다. 다행히 큰아이도 두려움을 물리치고 굴속의 신비한 광경을 관람하는데 주의를 더 집중해 주었습니다. 좁고 어두운 곳을 싫어하는 저도 아이들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애써 두려움을 달래며 출구가 언제 나오는지를 살폈습니다.

   그렇게 환선굴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작은아이가 “엄마 우리 대금굴도 가요.”하고 졸랐습니다. 환선굴과 함께 대이리 동굴지대에 위치한 대금굴은 모노레일을 타고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을 할 수 있는 굴이었습니다. 노점상에서 말린 고사리를 사면서 물어보니 대금굴은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를 해야 관람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종유석이나 석순이 더 분명하게 있어서 아이들이 대금굴에 가면 엄청 좋아합니다.”라는 노점상 어르신의 말씀에 작은아이는 매표소에 가서 혹시 남은 표가 있는지 물어보자고 하였습니다.

    동굴지대 입구 매표소에 가서 대금굴 입장권을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한 시간 후에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기다릴 수 있다는 아이들의 말에 대금굴 입장권을 구입하였습니다. 시간이 되어 대금굴 모노레일을 타는 건물로 가보니 여러 가지 많은 주의사항 중 ‘폐쇄공포증이 있으신 분은 입장금지’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노레일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제가 무서워서 못 가겠다고 할 수 없어 아이들이 보지 않을 때 “혹시 안이 좁고 불빛이 없나요?”하고 안내자에게 물어보니 “좁긴 한데 불빛은 있습니다.”하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저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모노레일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노점상 어르신의 말씀대로 종유석과 석순, 동굴산호, 곡석 등 다양한 동굴 생성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해설사의 설명이 있고 함께 이동하게 되어 있어서 아이들도 저도 그다지 무섭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동굴지대에서의 하루는 저와 아이들에게 새로운 추억을 남겨주었습니다. 

     그리고 목요일 아침, 당초 속초와 고성 사이로 태풍이 지나간다는 기상 예보가 있어 오전 내내 기상방송을 틀어두고 두 아이와 함께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남편이 지난 주간 집을 비우게 된 상황이었기에 아이들과 저는 목요일 오전에 교회 주변의 날아갈 만한 모든 것들을 정리해서 창고에 넣었습니다. 잠금이 되지 않는 창문은 테이프로 고정을 하고 외부의 화분들은 모두 실내로 들여놓았습니다. 행복이(강아지)의 집을 바람이 들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고 아이들의 킥보드와 자전거도 모두 들여놓았습니다. 비를 맞으며 정리를 끝낸 후 아이들은 성취감을 느끼는지 씻고 나와서 기상방송을 청취하며 “이제 우리는 문제없다.”고 큰소리 쳤습니다.

   혹시 전기가 나갈 것을 대비해 후레쉬와 초를 찾아다니는 저를 보고 아이들이 “엄마 이제 그만 하세요.”하고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2016년 5월에 있었던 강풍으로 신호등이 떨어지고 나무가 뽑히고 마을의 피망 하우스가 휘는 것을 겪어본 저는 그보다 더 강한 태풍이 온다니 준비를 하고 또 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뉴스를 보던 아이들은 “엄마 우리 집 뒤가 산인데 산사태가 나면 어떡하죠?”하고 물어보았지만 저는 “산이 낮아서 산사태는 안 날거야. 바람이 많이 불면 아랫마을 00이모네로 내려가자.”하고 아이들을 안심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걱정을 불식시키고 솔릭은 당초 예상했던 피해상황에 비하면 아주 신사적으로 한반도를 건너서 갔습니다. 진부령은 비가 많이 내리긴 했지만 강풍이 불지는 않았습니다. 솔릭이 몰고 온 비로 계곡의 물은 불어났고 가뭄으로 고생하는 농민들에게는 해갈이 되어주었습니다.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있었고 정전과 항공기 결항 등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전해지고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무탈하게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자연의 힘 앞에 자만할 수 없고 하나님의 인자하심에 기대지 않고서 살 수 없는 연약한 인생입니다. 태풍이 지나간 진부령은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자고하지 않고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