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사막수도자들의 영성훈련 이해- 2. 순수한 사고에 대한 이집트의 안토니의 교훈

기독교 이전에 헬라 철학자들은 이미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부정적인 생각들과 감정들을 이해하였다. 그들은 그 부정적인 생각들과 감정들이 내면을 어지럽게 하는 것을 깨달았다. 기독교 영성이란 이렇게 복잡한 생각을 훈련하는 것이며 그 훈련의 핵심은 성령을 통한 하나님의 임재를 갈망하는 것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영성가들은 마음을 훈련하는 것을 생각을 고정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 수도원에서 수도하는 사람들을 monk라고 부르는 반면, 홀로 수도하는 사람들을 anchorite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anchor라는 말은 ‘닻’ 또는 ‘닻을 내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 -ite가 결합되어 ‘닻을 내리는 사람’이라는 말이 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나님께 고정하고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살기 위해 영성가들은 세상을 이탈하여 사막으로 들어갔다.

안토니(Anthony the Great)는 이집트 사막 수도의 아버지로 불리운다. 대략 251년경에 출생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10대 때 부모의 별세후에 그는 복음서를 읽는 중 모든 것을 팔아 나누어 주라는 말씀에 감동을 받아 순종했다. 그래서 여동생에게 줄 생활비만 제외하고 모두 처분한 뒤에 이집트 사막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20년간 수도 생활을 한 뒤에 그는 지혜와 분별력으로 충만하게 되었다. 그 후 일시적으로 속세로 귀환하여 콘스탄티누스 황제에게 조언을 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속세에 있는 동안 탄광의 광부들과 감옥에 있는 자들을 위해 사역했지만 결국 노년에는 다시 사막으로 돌아갔다.

그의 전기(Life of Antony)를 기록한 아타나시우스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그의 육체적 측면들이 그를 다른 사람들과 구별시킨 것은 아니다. 인격의 확고함과 영혼의 청결함이 그를 구별시켜 주었다. 그의 영혼 깊은 곳에 혼란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외적

감각들도 평정을 유지했다. 혼의 기쁨으로 인해 그이 얼굴은 쾌활하였다.”

안토니는 잡념을 극복하고 아담의 타락 이전에 주어졌다고 믿은 순수한 지성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그 순수한 지성의 활동이 영적 진보를 이룬다고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타락이전의 아담은 순수한 사고 가운데 동물들의 이름을 적절하게 지었던 것을 창세기는 증언한다. 당연히 그의 내면에는 혼란이 없었다. 안토니는 후대의 수도자들을 위해 두 가지의 교훈을 남겼다. 첫째, 기도란 순수한 사고의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마음으로는 통회의 슬픔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심령의 애통함을 강조한 것이다.

아타나시우스는 안토니가 기도생활을 통해 이룬 내면의 경지를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인격의 확고함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하나님의 마음과 일치한 자가 경험하는 인생에 대한 확신이다. 언제 어디서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분명한 상태를 말한다. 영혼 깊은 곳에 혼란이 없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내면이 통합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정신과 마음이 성령이 계시는 마음 안에서 하나로 통합되어 있기에 당연히 외적인 모든 감각들은 평정심 가운데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롬 14:17이 이루어진 상태로 마음에 넘치는 하나님의 생명 가운데 사는 삶을 말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 영성가들은 이것이 아담이 타락 이전에 누렸던 원복(The Original Blessing)의 상태였다고 믿었고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 분투했다. 원죄에 방점을 두어 칭의와 내세에서의 구원에 초점을 맞추는 한국교회의 구원관에 참고가 되는 교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