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사의 그레고리가 말하는 완전을 향한 여정(5)- 성령의 역할

이번주는 완전을 향한 길에서 성령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 보려고 한다. 완전에 이르는 길에서 성령은 신적인 은혜 또는 돕는 자로서 묘사된다. 먼저 모세를 돕는 아론에 대한 해석을 통해 성령의 사역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의 본성에 주어지는 하나님의 도움은 덕의 삶을 옳게 사는 자들에게 주어진다. 이 도움은 우리의 출생 때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들을 더 높은 덕을 향해 열심히 훈련하고 보다 더 강한 시험들에 노출할 때 잘 나타나게 된다.

여기에서 그레고리는 성령의 도움이 “우리의 출생 때에 이미 존재한다”고 말한다. 논란거리도 될 수 있겠으나 웨슬리도 양심을 성령의 활동의 하나로 이해한 것처럼 동방정교회의 폭넓은 신학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겠다.

성령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은 홍해를 건너기 전에 나타난 구름에 대한 묘사를 통해 설명한다. 이 건넘에 있어 구름은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우리 이전 사람들은 구름을 성령의 은혜로서 곧잘 해석하였는데 그 성령은 선을 향한 안내자로서 가치 있는 자들을 안내한다. 누구든지 그를 따르는 자는 물을 통과하는데 왜냐하면 그 안내자는 그 따르는 자들을 위하여 물 가운데 길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완전을 향한 성령의 역할에 대하여 그레고리가 세 가지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음을 본다. 첫째, 성령은 돕는 자로서 완전을 향한 영적 여정에서 안내자 역할을 한다. 둘째, 성령은 인간의 출생 때부터 하나님의 보편적 은혜로서 이미 존재한다. 셋째, 그러나 그 성령의 활동은 신자의 영적 훈련의 정도에 비례한다. 위 인용문에서 ‘가치 있는’(worthy)를 의미하는 헬라어 단어가 형용사인데 복수, 중성으로 쓰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성령은 영적 진보를 위해 헌신하는 신자들에게는 누구에게나 그 진보를 돕기 위해 안내자 역할을 한다. 이 점에서 완전에 이르는 길이란 신적 은혜와 인간의 노력이 상호 협력하는 결과로서 이루어지는 신인 협력설(divine-human synergism)의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완전을 향한 성화의 길이 인간의 노력과 성령을 통한 신적 은혜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성령의 임재를 뜨겁게 경험했던 한국교회의 신자들은 왜 성화의 열매가 부족할까? 성령의 능력을 구하는 것과 성화를 위해 성령의 활동 가운데 머무는 것은 다소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성령의 능력을 구할 때 우리의 의지는 신적 의지와 일치한다. 예를 들어, 환자를 위해 목회자가 신유의 능력을 구할 때 목회자의 의지와 신적 의지는 대부분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신유의 능력을 경험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성화를 위해서는 성령의 임재 가운데 우리가 수동적인 상태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유의 능력을 받은 목회자가 자신보다 더 큰 교회를 사역하는 목회자에 대해 시기심을 느낀다면 그것을 다루는 성령의 활동에 머물러야 한다. 자신에게 성령이 임하기를 능동적으로 간구한 후에 성령이 임했다고 느껴지면 수동적인 상태에서 성령의 활동 가운데 머물러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기에 시기심을 느끼는 자아가 죽도록 성령의 활동에 자신을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환자들을 위해 자신에게 임한 신유의 은사를 활용하는 시간만큼이나 꼭 필요한 시간이다. 그렇지 않으면 성화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