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금수강산’, ‘고향’ 듣기만 해도 마음 설래는 것들이며 또한 우리 마음속에 안식처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이런 것들이 우리 민족이 아닌 외인(外人)들에 의해 잠식될 수 밖에 없는 작금의 농촌 현실이 애석한 일이다. ‘농자 천하지 대본’이란 말이 ‘농자 천하지 천민’이라는 말로 변형된지 오래며 우리 민족의 생명인 먹거리 제공을 농민형제에게 맏기는 것이 아니라 외인, 즉 수입 농산물에 내 맡기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로 닥쳐왔다. 지난 12월 7일 농촌에 일생을 바쳐 묵묵히 일해오신 백발이 성성하신 할아버지를 비롯 장래 농촌의 후세를 짊어지고 갈 젊

감하며 엄마등에 업혀나온 어린이들에게까지 모두 모두 힘을 모아 절규하며 한 목소리로 아픔을 외쳐대는 그들의 함성을 볼 때 평등사회, 똑 같은 사람이지만, 너무 형평을 잃고사는 세상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이렇듯 600여만 농민들은 UR뭉치에 크게 얻어 맞은 상처를 안고 지금은 절망속에 농촌의 이웃들은 회망을 찾으러 몸부림 치는 것을 과연 온 국민은 아시겠지요!

지난 20여년 동안 농촌이 2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산파의 역할을 했음은 그 누구도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이전번 보다도 더 희생을 강조하는 현실. 이제 더 이상 희생의 여지가 없다. 더 이상의 양보할 것도 또한 없다.

농촌, 농민의 문제는 단순한 경제론적 논리만 가지고 행동할 수는 없다. 공산품을 기계로 찍어내는 듯한 농산물이 아니며 기간산업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공통으로 심각성을 갖고 있는 환경문제를 음으로 양으로 돕는 일과 홍수피해 및 수재해 예방에 일익을 담당하는 농촌을 보호육성해야 한다. 또한 민족의 자존심과 자긍심, 민족의 뿌리인 농촌은 보호되어야 한다.

2000년까지 수입개방으로 인한 농촌의 피해액은 12조 7000억원. 순수한 쌀 수입으로 인한 피해액은 4조원이 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농촌이 안고 있는 부채와 합친다면 과연 중한짐을 지고 갈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이런 것들은 계수상으로 집계된 것이지만 계수로 따질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 1년동안 쌀외에 곡식들이 우리에게 공급해주는 산소의 가격을 돈으로 환산하면 약 40조원이 된다고 한다. 또한 우리 농촌에 논두렁, 밭두렁이 홍수시에 저수능력이 충주댐 4개 정도에 기능을 한다는데 이 얼마나 엄청난 기능인가. 농민이 농촌을 떠날 때 과연 이 환경재해와 자연재해는 누가 해결할 것인가.

2000년까지 농촌 이농인구가 2백 70만명 정도 된다는데 이들이 과집중된 도시로 유입되면 가득이나 도시가 안고있는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이다. 교통지옥의 가속화, 인구유입으로 인한 환경문제, 실업율 증가(4-7%)로 가진 자와 없는 자와의 갈등으로 인한 불안정 속에 범죄다발생, 이로 인한 국민이 불안 속에서 지내야 하는 것과 도시 인구 폭증으로 주거문제, 2차산업 성장으로 인한 산업폐수와 쓰레기로 인한 국토는 심한 중병으로 시달릴 것이다. 보이는 것 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 피해는 이루 상상치 못할 것이다.

자연 훼손의 예방과 관리면에서 역할도 생각할 수 있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지키고 보존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정부는 경제논리 차원에서 농촌 농민 문제를 다룰 것이 아니라 한민족의 뿌리이며 민족자존심과 자긍심이 달려있고 국민생명을 보호육성하는 차원에서 수입문제를 철저히 다루어야 할 것이다. 수백 차례 외침에는 굴하지 않고 꿋꿋이 지켜온 자랑스런 민족이요 한 겨레가 아니었던가. 이 점을 위정자들과 국민은 다시 한 번 뒤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쌀에 대한 타결을 10년 유예기간 동안 1%에서 4%까지 수입하겠다는 결말을 지은 것으로 정부와 국민은 생각하나 94년 4월까지 국회 비준동의

를 받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 과연 국민의 대변자이며 지역의 일꾼이라고 자처하는 의원들이 얼마나 심도있게 이 문제를 처리할 것인가 기대해 본다.

흙을 사랑하며 속일줄 모르는 흙속에 묻혀 사는 농민들의 천성이 아니든가. 하지만 지금보다 더 큰 위기가 있겠는가. 아쉬운 것은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고 장차 농촌의 미래에 대하여 걱정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울 뿐이다.

바라기는 UR의 거센 폭풍우로 인해 정부는 큰 몸살을 앓게 됐고 이로 인해 개각이 되는이 때 자리바꿈으로 어려운 농촌현실을 묵과하지 말고 농촌의 근본문제를 치료해 주고 해결해 주길 바란다. 그러므로 서로간에 신뢰속에서 고루잘사는 우리 건강한 사회가 되길 기도해 본다. 농촌은 도시의 뿌리요 도시는 농촌의 꽃이란 말이 생각난다. 도시와 농촌은 불가불의 관계가 아니던가. 격언에 어려움은 나눌 수록 적어지고 기쁨은 나눌 수록 커진다는 말과 같이 서로간에 어려운 일을 나눌 수 있는 일에 동참하여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바이다.

들녘은 온통 흰 세상이 되어 버렸다. 아마 이시간도 땅은 눈덮인 속에서 새해에 심겨진 씨앗을 맞이 하기 위해 갖가지 양분을 모으고 있을 것이다.

94년 갑술년 새해는 새로운 출발이 되어 지난날에 상처를 잊고 알찬 새해 설계와 더욱 열심히 일하는 해가 되어 소망하는 바 범사에 하나님의 도우심이 함께 하시기를 모든이에게 기원해 본다.

정해곤(영농후계자, 선장위탁영농책임자)

▷ 이글은 지난 12월 12일 아산 신항교회에서 쌀 개방 저지를 위한 기도회 때의 강연내용입니다.                 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