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 1 – 1945년까지』의 이용도 서술 부분에 대한 작은 반론

최근인 2018년 6월 발간된 김명구 저, 『한국교회사 1 – 1945년까지』(예영커뮤니케이션)는 “복음주의자의 시각으로 보는 한국의 기독교 역사”라는 흥미로운 부제를 달고 있다. 한국교회사를 보는 새롭고 신선한 시각을 기대하며 584쪽 분량의 하드커버 서적을 구입한 뒤 기뻐하였다. 목차부터 보았는데 “교회부흥운동과 부흥회”라는 장 아래, “이용도 정죄의 이유-교회 전통의 위배”라는 절이 눈을 끌어 그곳부터 펴보았다.

역사자료의 해석과 평가는 역사가의 자질과 관심의 영향을 받지만, 사실관계에 있어서는 최대한 객관성과 정확성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자료를 비평적으로 검토한 뒤에 해석과 평가가 와도 늦지 않다. 아니, 그런 다음에 와야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가장 최근 발행된 한국교회사 서적 중 하나인 본서에서 이용도(1901~1933) 목사에 관한 사실관계 오류, 근거 제시 없는 단정 등이 나타났다. 그로 인한 굴절된 이용도 평가가 이어질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이용도에 관한 역사적 진실이 좀 더 바로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뜨거워, 입을 다물고 잠잠히 있을 수 없어 졸고를 투고한다.

#1

“[이용도의] 부흥회에는 신비적 체험이 있었고 언제나 통회와 자복이 가득했지만, 축호 전도나 노방 전도의 열정은 나타나지 않았다.”(489쪽)

이 진술은 역사적 사실 관계와 역사적 평가를 담고 있다. 상식적인 궁금증이 든다. 이용도의 부흥회에 “언제나 통회와 자복이 가득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저자는 1933년에 눈 감은 이용도 목사의 부흥회를 “언제나” 따라다녀보기라도 했던 걸까?

그러나 더 관심 가는 부분은, 이용도의 부흥회에서는 “축호 전도나 노방 전도의 열정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러한 단정은 어떠한 근거에서 온 것인가? 나는 저자의 주장을 반대하려 하는 바가 아니라, 저자가 자신의 판단이 충분히 근거가 있는 것이라고 밝혀주기를 요청하는 바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밝힐 수 있을 만한, 즉 ‘이용도의 부흥회는 교회 밖 전도에 열정이 없었다’는 평가를 확증할 만한 근거 자료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혹시 저자가 그런 자료를 발견했다면 널리 알려주시기를 부탁하는 바이다.
오히려, 저자의 이용도 평가에 반대되는 자료들이 꽤 있는 듯하다.

1932년 6월 평양 명촌교회 부흥회 참석자의 증언 : 이 명촌 집회 1주일 동안에 낮 집회를 마치시고는 곧 나가서 노방전도를 하시었는데 여러 신자들은 부흥성가 52장 ‘마음에 가득한 의심을 깨치고’를 불러서 도와 드렸습니다.

이용도가 형님 이용채 씨에게 보내는 편지 : 나는 지금이라도 전도를 하지 않으면 - 집에 와있으면 - 앓습니다. 내 몸을 내가 건사할 수 없습니다. 나의 몸에는 피가 극도로 말라서 극도의 빈혈증인데 의사들은 보는 이마다 놀래는 형편입니다.

이호빈에게 보내는 이용도의 편지 : 나는 도보 여행이 원(願)이외다. 여름에 오라는 데는 많은데, 하기 집회로 어디로 끌리어갈지. 할 수만 있으면 유폐(幽閉)한 곳으로 믿음의 형제가 모여 얼마간 지내보렵니다. 혹, 도보로 오시면서 교회마다 찾아 전도하시면서 오시면 어떨까요.

김인서에게 보낸 이용도의 편지 : 대보산(大寶山)을 떠나 내외금강(內外金剛), 북창(北倉), 온정리(溫井里), 고성(高城), 원산, 영흥(永興)을 휘돌아 여기까지 왔소이다. 이번 여름 전도여행에는 특히 주의 은총을 많이 입었습니다.

이종현에게 보내는 이용도의 편지 : 오, 할렐루야 찬송하세. ‘주의 것’들이여, 별 것들이 다 모여 노래하고 춤추고 떠들고 왔다 갔다 하누나. 굿중패 같고 남사당패 같다 할지라도 속은 다 ‘주의 것’들인가. 무엇이든지 다 모여 오라 하라. 같이 춤 출 자면, 같이 기도할 자면, 같이 찬송하고 같이 전도할 자면.

아들 이영철에게 보내는 이용도의 편지 : 할아버지 위하여 기도 많이 하고 전도 많이 하고 오너라. 공연히 의미 없이 날뛰며 놀다 오지 말고 주님의 도우심으로 은혜의 생활을 하다가 오기를 바란다.

이용도의 설교 : 나에게 가장 원하는 바가 하나 있습니다. 집도 처자도 다 버리고 입은 옷 한 벌 입은 그대로 손에 성경, 찬미, 두 책만 들고서 끝없는 나그네의 길을 걷고 싶은 것이올시다. 아침에서 저녁까지 혼자서는 찬송하고 사람을 만나서는 전도를 하고 저녁 해가 서산을 넘어 갈 때는 산기슭, 바위틈에서 마음껏 정성껏 기도를 드린 후 곱게 깔아 놓은 잔디밭에 누워 맑은 하늘 고운 별들을 바라보면서 주님 품속에 편히 잠들어……, 이 얼마나 복 받은 생활일 것입니까. 나는 이걸 원합니다. 일생에 이 생활이 내게 한 번 와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용도의 일기 1 : 조선 교회의 모든 기관, 모든 사업은 굉장히 확대되는 모양인데 전도와 부흥을 위하여는 아무런 열이 없다. 장감(長監)이 다 그렇다. 돈, 시간, 기타 많은 공을 드리지만 구령(救靈)의 결과는 매우 적다. 아, 이 실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인가, 사람의 노름인가. 부흥전도 기관이 있어야겠다.

이용도의 일기 2 : 아침 차에 올라 간도로 향하니 4월 18일이었다. 19일 저녁에 용정 하차. 26일까지 주의 능력 아래서 성회를 마치고 국자가(局子街)에서 27, 28일 양일을 전도하고 다시 두도구(頭道溝)로 가서 29일, 30일 전도한 후 다시 용정에 와서 5월 1, 2일 장로회에서 전도하다. 그리고 3일 아침 출발하여 4일 밤 8시35분에 착경(着京).
“이번에 그 험지에서 주의 특능(特能)이 나타나 나를 보호하시고 또 당신의 권위와 영광을 나타내심 감사하옵니다.”

이제 여기서, 『한국교회사 1 – 1945년까지』의 저자가 이용도에 대해 내린 진술 - “[이용도의] 부흥회에는 ... 축호 전도나 노방 전도의 열정은 나타나지 않았다”가 타당한 진술일지 판단해보자. 도리어 저자의 말이 이용도 자신과 그 주변인들의 평가와 상충되는 것으로 판명된다.

#2

“[1932년] 11월에는 감리교 경성지방회가 [이용도에게] 이단 의혹을 제기했다.”(491쪽)

“이단”이라는 낱말은 가벼이 쓸 단어는 아닐 것이다. 부부가 “이혼”이란 낱말을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 것이 보기 불편하듯 말이다. 어쨌든, 이용도에게 감리교 경성지방회가 “이단 의혹”을 제기했다는 진술은, 감리교 경성지방회가 지닌 권위의 무게 만큼 이용도에게는 수상함을 안겨주는 수사적 효과를 담고 있다.

이는 역사적 사실관계를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주 간단하다. 오늘말로 ‘팩트’를 제시하면 된다. 역사 용어로는 ‘사료’(史料)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떠한 사료가 그것을 보여주는가? 1932년 11월에 감리교 경성지방회에서 이용도에게 “이단 의혹”을 제기했다고 알려주는 당시의 문서가 있는가?

만약 있다면, 진실로 있다면, 변종호로부터 시작하여 이어진 동서양의 이용도 연구자들은 왜 지난 80년 동안이나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던 걸까? 『한국교회사 1 – 1945년까지』의 저자는 이용도의 동시대인들도 발견하지 못했고, 후대의 이용도 전문 연구자들도 확보하지 못했던, 어떤 전설적인 ‘이용도 이단 의혹 제기 문서’를 어딘가에서 입수하였던 걸까?

조금도 그랬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용도가 1932년 12월 30일에 썼던 편지에 보면 다만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이천농 씨에게.
‘기독신보’ 보셨겠지요. 12월 19일 경성지방 교역자회에서 이용도는 이세벨의 무리 중 하나라는 [기독신보의] 기사를 증거로 조사위원 3인 신공숙, 김창준, 이규갑 씨 등이 1시부터 8시까지 상의하였고 내가 증거도 하였습니다. 그 외에 홍000, 김0변, 원0상 제씨도 참석. 그 다음날 나는 사임원을 감리사님에게 드리었더니 불수리되어 그냥 왔소이다.

이러한 역사적 정보에 근거하여 “[1932년] 11월에는 감리교 경성지방회가 이단 의혹을 제기했다”라고 평가한다면, 이는 충실한 역사기록인가? (“11월”이 아니라 “12월”이라는 사실관계의 오류에 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이용도의 편지에 따르면, 1932년 11월 한준명으로 인한 논란 때문에 최근 기독신보에 실렸던 이용도 비판 기사를 가지고 경성지방 교역자회의에서 이용도를 조사해보았다. 이용도는 이때 ‘시무언’(是無言)하지 않고 “증거”도 하였다. 7시간이나 캐보았으나 이용도에게서 특기할 만한 것이 나오지 않았다. 이용도는 다음날 사임원을 냈으나 당시 감리사인 김종우는 사임원을 반려하였다.

질문 : 1932년 11월에 열리지도 않았던 감리교 경성지방회가 11월에 이용도에게 이단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가? 경성지방회가 이용도를 조사하였다면 그것은 이단 의혹 때문이었는가?
둘 다 “아니오”다.

“이단 의혹”이라니, 단어 선택이 부주의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단”이라는 낱말은 아주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쓰는 ‘역사’는 애먼 인물들에게 욕을 끼치는 ‘욕사’가 될 수 있다.

아니면 저자는 정말 “경성지방회가 11월에 열려 이용도에게 이단 의혹을 제기했다”라고 쓰였거나 아니면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내용을 지닌 어떤 사료를 독보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걸까? 그런 것이라면 속히 공개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한국교회사의 발전과 진실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3

“절친한 친구였던 감리교회의 이환신과 장로교회의 송창근, 김인서 등도 그를 외면했다. 이용도가 한국 교회 신학 전통을 위배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491쪽)

이환신, 송창근, 김인서는 모두 이용도와 독특한 관계를 맺었던 이들이다. 간단히 말해, 김인서를 제외하고는, 장로교의 송창근도 이용도를 “외면”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 정도의 근거가 되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그 정도 사료가 있다면 어서 공개하여 이용도 연구사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송창근은 ‘한준명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만 해도 이용도에게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우님,
주님과 함께 일하다가 주님과 함께 오시오. 오나가나 내 마음이 늘 아우님의 뒤를 따르는 줄 알고 계시오. 세상이 용도를 ‘성자’라고, ‘은혜의 사자’라고 높이고, ‘친하다’고, ‘사랑한다’고……. 내 보고 듣기에는 다 우스운 일이오. 믿지 않소. 그 사람들을 믿지 않소. 다 사람들이오. 다 이 세상 사람들이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작은 사랑과 신뢰가 있고 인정이 있어 용도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생각하는 사람이 나인 것을 나는 아직 믿소. 할말이야 적지 않지만 더 쓰지 않소. 주님이 불쌍히 여기시는 인간들을 위하여 크게 수고하고 오시오. 오는 길에 집에 들리시오.

이용도가 ‘이단’으로 낙인 찍히고 세상을 떠났을 때에 조전을 보내오는 송창근이다. 해방 이후 이용도의 아들 김영철은 송창근(의 아들)의 중매로 결혼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부분은 이환신과 이용도의 관계다. 주지의 사실이듯, 이환신은 이용도 사후 감리교단 안에 남아 감리교회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교육과 청년 운동 등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1962년에는 감리교회의 감독(당시 감독은 현재와 달리 1인이었다)으로 선출되어 1966년까지 총수로서 교단을 이끌었다.

『한국기독교사 1 – 1945년까지』의 저자 김명구의 스승인 민경배 박사도 이용도와 이환신의 관계에 대해 그의 역작 『교회와 민족』에서 유사한 주장을 펼쳤었다.

이환신 목사는 그의 신비주의에 찬동할 수 없어 역시 떠나갔다는 말이 있다.(329쪽, 2007년판) 

이용도가 1933년 10월 세상을 떠났을 때 이환신은 아직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다. 귀국한 뒤에는 1935년 7월 평양에서 변종호를 만나 이용도를 추모하는 글을 남겼다. 이용도가 한국 교회 신학 전통을 위배하였다고 보았다는 주장(김명구)이나 이용도의 신비주의에 찬동하지 못해 이용도를 버렸다는 주장(민경배)이 성립되려면, 이환신은 1935년까지는 이용도를 사모하고 추모하다가 이후 이용도 서간집(1934년 출간)이나 전기(1958년), 일기(1966년) 등을 읽은 뒤에는 이용도가 한국 교회 신학 전통의 위배자 또는 절연해야 할 신비주의자라고 판단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추측도 성립되기 힘들다. 1963년 변종호가 이용도 목사 30주기 추모회를 열었을 때 이환신 감독은 축도를 맡았기 때문이다.

민경배 박사의 『교회와 민족』은 1981년 초판이 발행되었다. 그로부터 6년 뒤, 이환신도 회고록을 출간하는데 여기서 이환신과 이용도의 관계가 멀어졌는지, 외면의 관계였는지, 확실하게 판가름할 수 있는 고백이 나왔다.

남을 평가하고 논한다는 일이 얼마나 두렵고 조심스런 일인지 모른다. 혹자는 이용도 목사 같은 이에 대해 지극히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듯 하나 그의 진실을 모르는 편견은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신비적이라고 하는 그런 요소가 남달리 많았던 데서 야기된 평자들의 오류로 볼 수 있을 것이며 이런 류의 오류들로 교단을 등지거나 떠나야 했던 몇몇 분들에 대한 기억은 그저 아플 따름이다.(『속사람과 겉치레』, 243~44쪽, 1987년)

이환신은 어느 사람들이 자기와 이용도의 관계를 두고 썼던 역사 기록들을 “진실을 모르는 편견”, “평자들의 오류”로 평가한다. 사실과 거리가 먼 그런 억측은 그의 마음을 심히 아프게 하는 것들이다.

1981년부터 오늘까지도 『교회와 민족』에 아로새겨져 이어지는 ‘이용도를 저버린 이환신’은 이제 새로운 저자를 통하여 2018년부터 그 신선한 출발을 고하고 있는 것인가. 『한국기독교사 1 – 1945년까지』의 재판이 나온다면 그때에는 적어도 “이환신이 이용도를 외면했다”는 문구만은 빠져 있기를 고대한다.

#4

“생생한 체험과 무차별적인 기독교적 사랑을 강조했지만, 이용도는 교회의 전통, 성직자, 교리, 성례전과 같은 통로를 무용한 것으로 간주했다. 오히려 그리스도와의 직접적 사랑과 합일체험에 방해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도를 직접 접촉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교회라는 매개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여겼다.”(492쪽)

상당히 파격적인 진술들이 각주나 충분한 설명이 없이 쏟아져 나온다. 저자는 자기의 주장을 증명해내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어렵지 않다. 그는 이용도가 “~라고 주장했다”라고 분명히 기록했다. 그렇다면 그 근거가 되는 부분이 어디인지, 즉 이용도의 어떤 대목인지만 밝히면 아무 논란할 것이 없다.

저자는 1) “이용도는 교회의 전통, 성직자, 교리, 성례전과 같은 통로를 무용한 것으로 간주했다”고 기록했는데, 어떠한 자료에 근거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는지 그 출처를 밝혀야 한다. 2) “오히려 [전통, 성직자, 교리, 성례전 같은 것들은] 그리스도와의 직접적 사랑과 합일체험에 방해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했으니, 이용도 자료의 어느 부분에서 이용도가 그렇게 주장했는지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는 설득력을 일으키는 충분한 근거가 없이 고인을 오해하고 그 오해를 역사화하는 것이 된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어느 사람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기술할 권리가 인간에게 없다. 저자의 글만 읽어보면 어떠한 이용도가 그려지는가? 교회의 조직과 직분, 역사, 전통, 교리, 예전 등을 거부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는 매우 수상한 자요, 자기의 신비적 감각 충족을 위해서 그런 것들을 무용으로 여기는 아주 이기적인 신비주의자가 머릿속에 그려질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용도의 이용도’는 여기에 동의할까?
1931년 여름 장로교 황해노회가 이용도 목사는 무교회주의자라고 비난하며 황해도의 장로교회들은 그를 초청하지 말라고 결의하였을 때 이용도가 편지에 쓴 내용 일부다.

황해노회(黃海老會)의 나에 대한 처분설(說)은 한편으로 놀랍고 한편으로 우습고 또 감사한 일이외다. 나의 무교회주의설에 있어 나는 변호하고 싶지 않습니다. 변명할 여지조차 없지요. 교회 안에 있는 자는 벌써 무교회주의자는 아닐 줄 압니다. 나는 내 교파의 상부에서 파송하는 대로 순종하기로 하고 또 지금도 그대로 하는 사람입니다.

이용도는 자신이 교파에 속한 목사요, 또한 교파의 지시를 따라 활동하는 목사인데 그것만으로도 벌써 무교회주의자는 아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럼 이용도가 김명구의 설명처럼 교회의 전통과 성직을 무용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고 할 것이다.

이용도는 교회의 전통, 성직자, 교리, 성례전이 무용하다고 여긴 것이 아니라, 신자가 그것들로 신앙의 외형은 지탱하나 실제 신앙 내용에 있어서는 성령의 진리와 사랑이 결여된 상태를 향하여 변화를 촉구하였다.

아, 이 조선 교회의 영들을 살펴주소서. 머리 속에 교리와 신조만이 생명 없는 고목같이 앙상하게 뼈만 남았고 저희들의 심령은 생명을 잃어 화석이 되었으니 저의 교리가 어찌 저희를 구원하며 저희의 몸이 교회에 출입한들 그 영이 어찌 무슨 힘과 기쁨을 얻을 수 있사오리까?
교회 표면에 쳐 놓은 신성의 막(幕), 평화의 포장을 걷어치우고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분쟁, 시기, 냉정, 탐리의 마가 횡행하오니 그 속에서 어찌 천국을 찾아보며 또 신성(神聖)을 보겠나이까. 어서 주의 신령한 손이 일하여 주시고 진리와 사랑의 성신이 충만하게 임하여 주옵소서. 아멘.

또한 교리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교리와 신조가 살아있는 상태가 아닌 죽은 상태에 있게 되는 것을 이용도는 문제시하였다.

자매여, 그대는 그대의 병을 기뻐할 수 있나이까? 만일 거기서 감사와 기쁨을 가질 수 있다면 자매는 진실로 구원을 얻은 성녀요, 병석에 있어 몸은 불우에 처해 있을지라도 자매는 영으로 하늘의[天的] 생활을 하는 하늘의 사람일 것입니다.
이제야 바야흐로 자매가 신앙하여온 바 모든 교리와 신조가 생명적으로 자매에게 움직이고 있었는지, 죽은 껍데기[死殼]만, 공리공론(空理空論)만 머리 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지, 시험해볼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믿습니다.

맹목적인 교리 비판이 아닌, 교리와 신조에 머무는 것에만 안전함을 느끼어 결국 교리와 신조를 죽은 껍데기로 만드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오히려 합당한 비판이라 할 수 없겠는가? 교리와 신조가 지적 차원에서 시작되고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질병까지도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일으킴으로 하나님과 동행하게 만드는 교리와 신조라면 그것은 참된 것이요 권장할 것이며 생명적인 것이다.

이용도가 말하는 사울의 회심의 의의를 들어보면, 그가 교리나 신조, 형식과 제도의 어떤 면을 비판한 것인지 볼 수 있다.

법과 의문(儀文)에 눌려 화석이 된 교리와 제도 형식에 흘러 고목이 된 신조를 붙들고 자랑하던 바울이 이제는 생명이요, 진리인 예수에게 그 몸을 바치게 되었다.

이용도가 외적 형식을 비판하였다면 그것은 자기가 교인이라는, 혹은 목사라는, 혹은 선교사라는, 혹은 교리를 안다는 등의 이유로만 안심하지, 정작 생명과 진리이신 예수를 붙들지 않고 있는 위태로움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런 예언자적 비판은 어느 시대에나 들려야 할 것이다. 도상(in via)의 교회는 늘 새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개혁되어야 한다. 어쩌면 오늘날 그런 비판이 잘 들리지 않아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관심병사 취급을 당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교회가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교회사가들의 붓대가 그렇게 외치는 이들의 입술을 채찍질해온 역사 때문인지도 모른다.

#5

“[이용도의] 신학은, 내밀한 감격과 내면적 신앙은 강조되었지만, 교회론을 약화시켰기 때문에 대중적 운동으로 확산될 수 없었다.”(492쪽)

이용도가 교회론을 약화시켰다는 진술이 충분한 설명 없이 툭 던져지고 그것이 사실인양 전제된 채로 평가가 이어진다. 이용도가 교회론을 약화시켰다는 주장만 있지, 어떠한 부분에서 그러한 것인지 설명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용도에 관한 것이라면 가갸거겨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읽었던 이들이 적지 않은데, 그들 중 누구 하나도 “이용도가 교회론을 약화시켰다”는 말하는 것은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용도를 읽고 또 읽은 사람이라면 이용도가 매우 개방적인 교회관을 가졌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집회 인도차 이용도를 초청하거나, 이용도와 편지를 교환하거나, 아니면 이용도를 칭찬한 적이 있는 인물들을 적어보면 당시 교계의 주요 인사들 상당수가 망라된다. 그러면서도 또한 당시 교계의 적으로 간주되기도 했던 ‘무교회주의자’들과도 교제를 나누었던 이용도다. 특히 김교신과는 예배, 편지 교류, 사택 방문 등의 개인적 교제가 있었다. 나아가 가장 의심을 많이 받았던, 오늘의 용어로 하면 ‘은사주의자들’과도 친분을 가졌다.

사실 이용도는 교회론을 확대시켰다. 협소한 ‘조직’으로서의 교파교회를 더 넓은 초교파적 ‘교제’의 교회로, 교권적인 사제주의적 교회를 성령 안에서의 전신자 제사장적 교회로 확대한 것으로 보이면 보이지, 그 반대는 아니다. 이용도는 교회론을 약화시킨 것이 아니라 심화시켰다. 이용도의 교회론은 ‘가나안 성도’ 현상 가운데 있는 오늘날, 앞으로 더욱 관심을 받을 연구 주제로 보인다.

이용도가 교회론을 약화시켰기에 이용도의 부흥 운동이 대중적으로 확산될 수 없었다는 단정 또한 설명이 결핍되어 지나치게 단순하게 들린다. 대중운동으로 확산되지 못했다는 말이 이용도의 예수교회가 주류 교단으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면 이는 제국주의적 발상일 것이다. 그러나 혹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충분히 설명이 되지 못하는 것은, 예수교회의 성장세를 보면 일제 말기에도 계속해서 조금씩 성장했기 때문이다(1940년 1월 당시, 교회 27개 처, 목사 6인, 복음사 15인, 집사 133인, 교인 2,776인, 주일학교 23처, 학생 1,374인, 교사 114명).

오히려, ‘협소한 교회론자’들이 이단 정죄까지 하며 막으려 했음에도 예수교회가 꾸준히 성장하였다는 점이 차라리 놀랍지 않은가. 그 ‘협소한 교회론자’들이 일제말 친일로 경도되어 일제의 침략전쟁을 후방 지원하고 있는 때에도, 등록된 교단 중 신사참배를 공식적으로 끝까지 하지 않은 유일한 교단으로 이용도의 예수교회가 남아 있음은(성백걸 저, 『예수교회 팔십년사』, 230쪽), 오히려 예수교회 앞에 와 감사하다고 절을 해야 할 판이 아니겠는가. 그러고 나서 교회론을 논해도 늦지 않으리라.

▲ "1931년 북간도의 이호빈 목사가 이용도 목사의 현저동 집을 방문했다. 밥상 위에 반찬통들보다 책들이 더 많은 것이 인상적이다."

#6

“1932년 가을, 이용도는 금강산 부근에서 집회 후에 돌아오다가 백남주, 이호빈, 한준명 등이 활동하던 원산신학산에 머물게 되었고”(493쪽)

원산신학산은 빨라야 1933년 3월에 운영되는 곳으로 나타난다(성백걸, 158쪽). 1932년 가을에는 그런 기관이 없었다. 1932년 가을 이호빈은 원산신학산과는 전혀 무관한, 북간도 지방의 감리교 교역자였다.

#7

“[이용도는] 1932년 11월 평양에서 재림주로 자처하며 물의를 일으킨 한준명 ... 과 교제를 계속했다.”(493쪽)

한준명이 1932년 11월에 평양에서 “재림주”로 자처하였다는 내용은 금시초문이다. “재림주”라는 표현은 1932년 당시에 쓰이지도 않았다. ‘한준명 재림주 주장설’은 사료비평이 전무한 상태에서 역사가(歷史家) 자신의 상상이 어디까지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인가. 아니면 “자칭 천사라고 했다”는 기독신보의 비판기사를 오독(誤讀)하여 오기(誤記)한 것인가.

먼저, 한준명이 재림주로 자처하였다는 설명은 역사가 아닌 허구다. 이어서 김명구는 이용도가 그런 물의를 일으킨 한준명과 교제를 계속했다고 하는데, 왜 그랬는지에 대한 설명은 제시하지 않으니 독자에게 이용도는 수상한 인물로만 그려질 것이다. 하지만 이용도의 말을 들어보면 왜 교제를 끊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다. 평양 김인서가 이용도에게 원산의 장로교도인 백남주, 한준명과의 관계를 단절할 것을 요구할 때 이용도가 쓴 답장의 일부다.

주님께서 누구에게 이상한 이름을 지어 부쳐 놓아가지고 욕을 해낼 권세를 가지셨다고 할지라도 나는 아무도 논란하거나 욕할 권리를 가지지 못하였고 혹은 주님이 악신접(惡神接)한 자들을 교회 안에서 책벌하고 죄인들, 특히 사람에게 버림을 당한 자들을 쫓아내는 권세를 가졌다고 할지라도 나는 누가 악신접을 했다 하여, 또는 내 경험과 다르다 하여, 혹은 죄인으로서의 버림을 받았다 하여 그를 책벌하고 쫓아낼 권리를 가지지 못하였습니다. 형, 주께서 그리하시지 못하셨음이니다.
나는 김성실파(派)도 아닌 동시에 [김]인서파나 [최]태용파도 아니요, 마찬가지로, [백]남주파나, [한]준명파도 아니올시다. 태용(泰鎔)이 세상에서 버림을 당할 때에 나의 마음이 그를 향하여 간절(懇切)하였고, 성실(誠實)이 버림을 당할 때도 나의 마음은 역시 그리하였고……. 내가 그들의 주의(主義)를 찬동해서가 아니요……. 그들의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도……. 남주(南柱), 준명(俊明)이가 축출과 멸시를 당하여 나는 또 그들에게 대한 나의 간절한 열정[熱]의 정도[度]가 올라가는구려. ...... 나는 욕을 먹고 쫓겨남을 받아 마땅한 자로 압니다. 욕을 먹고 축출을 당하는 자들을 애호(愛護)하고 싶으니깐. 더욱이 예수의 이름으로 욕먹는 자라면.
(중략)
나는 늘 배울 자로 있어서만 만족입니다. 남을 가르치고 비판하려고 하여 벌써 마음의 불안을 느끼는 것을 보아 나는 영원히 학생심의 소유자로 있어 그것이 나의 최상의 축복인가 합니다.
(하략)

이용도는 자기와 신앙상의 경험이 어딘가 다르다고 하여, 또는 주변에서 “악신접”한 자들이라고 손가락질 한다고 하여, 그것이 버림받은 저들을 자기도 버릴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한다. 이용도가 이해하는 예수는, 신앙체험의 차이나 주변의 비방 때문에 누구를 버리거나 하시는 분이 아니다. 오히려 버림 받는 이들을 버리시지 못하시는 예수이시다. 그래서 이용도 자신도 그런 이들을 버리거나 비난할 수 없다고 한다.

김인서는 이용도 주변의 ‘문제의 인물들’로 김성실, 최태용, 김교신, 백남주, 한준명 등을 언급했던 것 같다. 물론 그중 가장 심각한 인물들은 아마 “악신접”의 무리로 보는 백남주, 한준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용도는 누구를 버리라고 하면 더욱 버리지 못하는 마음이 생기고, 오히려 함께 욕을 먹고 쫓겨남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길 정도였다. 이용도는 이전에도 대중보다는 한 개인이 소중하다고 고백한 바가 있다. 많은 사람의 말보다 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에 예수의 진실이 있다는 말이 아닐까.

나는 대중을 위하여 있는 자가 아니로다.
다만 한 개인을 위하여 살려고 하노라.
대중은 나의 대상이 아니요,
개인만이 나의 진실한 대상이로다.
나는 개인보다 대중을 더 중시하지 아니하며
개인보다 대중을 더 두려워하지 아니하노라.
나는 대중을 위한 다는 일의 허명(虛名)을 버리고
한 사람을 위한 진실에 돌아가려 하노라.

저 예수는 한 사람을 위하여 있는 자요,
대중을 위하여 있는 자가 아님을 나는 알았노라.
대중을 대하였을 때에는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피어 그 정지를 긍휼이 여기시도다.

한 사람의 주림을 통찰(洞察)치 못하고는
대중의 주림을 살필 수 없느니라.
나는 대중을 위하여 크게 이름 있게 살지 않겠노라.
다만 한 사람을 위하여 작게 이름 없게 살려 하노라.
“지극히 작은 자 중 하나를 대접한 것이 곧 나를 대접한 것이요 지극히 작은 자 중 하나를 푸대접한 것이 나를 푸대접한 것이니라” 하고 주님은 신자들로 하여금 소자(小者) 중 하나를 주와 같이 대접할 것을 가르치셨도다.

역서서술이라면 소개되는 인물이 오해를 사지 않도록, 그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입체적인 설명을 붙여주는 책임감이 역사가로서의 필수적 윤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졸고를 닫으며

몇 가지 더 사실관계 오류가 눈에 띄지만 이 정도만 쓰고자 한다. 미화도 위험하지만 비사실에 근거한 부정적 판단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실관계가 정확한 터 위에서 설득력 있는 논리를 세워야 했다. 하지만 사실관계 문제와 근거가 받쳐주지 않는 논리로 이용도 관련 부분이 기술되어 있어 유감이다.

저자의 정성이 담긴 작품이기에, 그리고 한국교회를 위한 저자의 노고에, 치하와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저자가 이용도에 관하여 던진 진술들이 이용도의 이용도, 즉 이용도 자료가 말하는 이용도와는 상충되는 부분이 있고, 그것이 이용도에 관한 진실을 흐릿하게 할 것이 우려되어 책을 일부 비판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것은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다시, 그런 식으로 한국교회사가 쓰이는 것은 고인들에게만 아니라 후대에게도 더욱 죄송하고 미안할 일이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쓰지 않는다면 결국 자신이 두렵고 떨리는 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신중함으로 역사가들은 붓을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더욱 건전한 교회사를 후대에게 남겨주는 마음자세라고 생각한다.

정재헌. 『이용도 목사 평전 : 기독교의 재출발』, 『이용도 목사 시편 : 주님이 들어오시는 문』, 『이용도 목사 365 묵상집 : 진리를 드소서』, 『이용도 목사 이단론 비판 : 주의 것들의 노래』의 저자. 이용도믿음학[信學]연구소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