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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세상의 꿈
김기석  |  vorbli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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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년 07월 11일 (수) 00:32:42 [조회수 : 5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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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의 정상이 얼싸안고,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서로에게 엄지를 세우는 광경을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1989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는 베를린의 유명한 관문인 체크포인트 찰리 앞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2번 ‘사라방드’를 연주했다. 그것은 동서 냉전 시대에 죽거나 고통을 겪었던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애가였다. 그 연주가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김종삼 시인은 ‘민간인’이라는 시에서 분단 상황이 빚어낸 비극을 고통스럽게 그리고 있다. “1947년 봄/심야/황해도 해주의 바다/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嬰兒를 삼킨 곳./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水深을 모른다.” 서술어 하나 없이 전개되는 1연은 아무도 몰래 그 바다를 건너야 했던 이들의 숨막히는 긴장감이 오롯이 담겨 있다. 2연은 그 비극의 바다에서 벌어진 일을 건조한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감상적인 단어가 하나도 담겨 있지 않기에 오히려 그 사건의 비극성이 더욱 도드라진다. 거듭해서 등장하는 마침표가 마치 골고다 언덕에서 울리던 못 박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은 과민한 탓일까?

다른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아기를 포기해야 했던 엄마의 숨죽인 피울음은 쉬 멎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그 바다에 빠진 것은 평화였다.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분단을 자연상태처럼 여기며 살았다. 평화의 꿈, 통일의 꿈을 노래하는 하는 이들은 불온시 되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이들은 박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리석어 보이던 꿈이 이제 옹골차게 무르익고 있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지만 평화의 물결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제국들이 발흥하던 시기에 조국의 위태로운 현실을 보면서도 예언자들은 평화의 꿈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었다. 사람들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고, 나라와 나라가 칼을 들고 서로를 치지 않고, 다시는 군사훈련도 하지 않는 세상의 꿈 말이다. 그 꿈은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꿈이기 이전에 분열된 세상을 치유하려는 하나님의 꿈이다. 하나님은 ‘하나 되게 하시는 분’이 아니던가.

그러나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치열한 투쟁을 통해 온다. 브루더호프 공동체의 장로였던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는 “평화는 갈등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직면하고 극복해서 돌아온 결과”라면서, 하나님의 평화인 참된 평화는 “거짓 관계를 무너뜨리고, 부정한 제도를 교란시키며, 가짜 평화를 약속하는 거짓말을 폭로한다”고 말한다. 평화의 문은 열렸다. 평화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신뢰가 요청된다. 교회는 오랫동안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해왔다. 이제는 그 기도를 일상 속에서 구현하기 위해 애써야 할 때이다. 우리 속에 깃든 분단의식들을 극복하고, 혐오와 수치의 대상이 된 사람들을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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