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받아보는 메일이 있다. 하나는 고도원의 <아침편지>이고, 다른 하나는 이주연 목사의 <산마루서신>이다. 좋은 내용의 글들을 아침마다 대한다는 건 행복이다. 두 사람 다 서신을 통해서만 만나는 이들이다. 참 감사하다.

<아침편지>는 의욕 넘치는 한 사람이 읽어 낸 책 속의 한 구절이 그의 열정과 함께 전달되어 좋다. <산마루서신>은 늘 영혼으로 다가온다. 때론 마음을 찌르고, 때론 마음을 다독인다. 하여튼 둘 다 내가 아침에 만나는 작은 행복 중 하나다.

한 동안 <산마루서신>은 지난 편지를 다시 배달했었다. 목사님이 바쁘신가, 어디를 긴 기간 동안 가셨나, 그저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다 새 소식이 왔다. 이 목사는 그간 회개와 준비의 시간을 가졌다며 ‘산마루예수공동체’를 세우는 일을 시작하려 한다며 ‘함께할 8복의 형제(목사)를 찾는다’며 아래와 같은 조건을 말했다.

하나, 한 평의 땅도 자신의 소유를 위하여 갖지 않는다.

둘, 자녀에게 믿음과 교육과 사랑을 물려주되, 소유를 상속하지 않는다.

셋, 일생 절약하여 쓰고 남은 것은 주께 드리고 떠난다.

넷, 2500CC이상의 개인용 승용차를 타지 않는다.

다섯, 고비용의 유흥이나 취미 생활은 하지 않는다.

이 목사는 첫 번째 조건을 만드는데 꽤 긴 시간이 든 모양이다. 12년 전부터 그렇게 되었다고 썼다. 이 조건들을 읽으며 여러 생각을 했다. ‘8형제에 한 번 도전해 봐!’ 하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조건에 이미 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부터 한 평의 땅이나 집이 없었으니 첫 조건은 무조건 통과다. 믿음과 교육 그리고 사랑?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그렇게 키우려고 애썼다. 자녀들에게 재산을 상속하지 않아도 된다. 아예 없는데 무얼 상속한단 말인가. 둘째 조건도 당연히 통과다.

셋째 조건도 늘 생각하던 바다. 남는 게 있을지 모르지만... 휘르륵~ 통과! 넷째 조건은 어떤가. 최근 교회가 사준 차는 개인의 것도 아닐뿐더러 2500cc가 안 된다. 또 통과! 취미생활이 뭐더라? 책 읽기, 글쓰기, 해변 길 걷기, 몇 년째 못하고 있지만 수영이나 볼링 정도다.

수영과 볼링은 돈이 좀 들어가기는 한다. 이게 고비용일까. 아니라면 통과다. 물론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딸아이가 사준 기본사향의 DSLR 카메라가 전부다. 골프를 치자고 전도하는(?) 주변 이들이 있지만 그럴 용기까지는 안 내고 있으니 고비용 취미는 없다. 다섯 번째 조건까지 통과다.

자, 그럼 난 이주연 목사가 찾는 8형제가 된 것이다. 되었다. 이 목사가 하는 공동체 운동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었다. 조건에 다 맞는다. 하지만 마음 깊은 데서 알싸함이 서리는 건 무얼까. 내 노력이 별로 없어도 조건이 된다는 것 때문이리라.

한편으로 생각했다. 이런 조건을 의지적으로 만들어야 가능한 목사가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될까, 하고. 나는 그런데 다른 이들은 아닌가 보다. 그러니 이리 찾는 것이려니. 아, 이제 우리(목사)가 앉은 자리가 어딘지 살필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