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자로 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기에 보람된 일이다. 예수는 화해를 위해 십자가를 친히 지셨다. 아무나 십자가를 질 수 있다면 예수의 가치는 그렇게 높이 평가될 수 없을 것이다. 예수의 삶은 한 마디로 화해자의 삶이다. 자신이 화해자로 살았기에 그리스도인을 향하여 화해자로 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다 화해자로 사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분명히 그 어느 나라의 간섭도 받지 않고 사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한반도의 반도막은 공산주의라는 독재 하에 살고 있다. 이 민족을 남북으로 갈라놓은 전쟁의 상흔은 지금도 여전히 가슴 한켠에서 꿈틀거리고 올라와 화를 내고 있다. 그럴 때마다 아프다.

이 민족은 이런 아픔을 숙명인양 믿고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이 아픔이 숙명은 아니다. 숙명이라고 착각하는 것뿐이다. 일본의 보이지 않는 압제가 계속 되고 있고, 남북이 화해하지 못해 겪는 아픔 또한 찡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게 숙명이 아니란 걸 빨리 깨달아야 한다.

남북의 지도자가 만나고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도 만날 날을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연일 이런저런 변수들이 터져 우릴 불안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화해해야만 한다. 이게 숙명이다. 화해자로 살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현재를, 그리고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지독한 인종차별을 종식시킨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만델라라는 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델라는 1918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 주의 동부에서 태어났다. 만델라가 백인들의 도시인 요하네스버그에서 살면서 흑인들은 도로나 하수도도 없고 전기도 공급되지 않는 흑인집단거주 구역에 내몰리는 현실을 몸으로 산 사람이다.

죽음으로까지 몰리는 생활을 하고 나서 대통령이 된 후, 그리고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그의 삶의 모토는 늘 화해였다. 전체 인구 70%의 흑인이 13%의 흑인구역에 몰려 살면서 겪었을 아픔은 권력을 잡았을 때 상식적으로 복수로 나와야 한다. 그러나 그는 항상 화해만 생각했다.

아이러니 한 것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인 차별정책의 입안자들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이었다는 것이다. 주로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이주해 온 아프리카 백인들은 ‘하나님이 백인들을 택해서 세웠다’는 선민사상을 내세워서 인종차별을 정당화했다. 온 세계가 지탄하던 인종차별정책을 떠받친 밑바닥에 교회와 신학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다르지 않다면 몰매 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경악스럽게도 기독교인들이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아주 극도로 분노한 모습으로 화해자들에게 돌을 던지고 있다. 물론 기독교인 다는 아니다. 그러나 많은 기독교 언론매체들이 그렇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렇다.

예수께서 사신 삶이 화해자의 삶이었고, 지금도 그가 주고 간 말씀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화해자로 세웠다고 말이다. 당신은 지금 그리스도인인가? 당신은 지금 화해자인가? 대화가 능하지 않은 세대에 우리만이라도 대화하고 화해하는 삶을 사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