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섭 교수(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

인류는 자유(freedom)와 평등(equality)과 박애(philanthropy)의 사회를 향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앙시앙 레짐(ancien regime)을 부수며 프랑스 혁명이 진행되었고, 잇따른 사회개혁과 제도의 개선으로 근대 시민사회를 거쳐 인류는 오늘의 소위 문명사회를 건설해오고 있다. 이런 역사발전의 근저에는 인간 고유의 인권과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와 희망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선각자들에 의해 정의로운 사회, 살기 좋은 나라에 대한 비전과 다양한 제도들이 제시되어 왔다. 서양의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의 이상국가에 대한 논의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그리고 솔론과 페리클레스 등의 개혁은 그리스의 문명을 꽃피우는 근간이 되었다. 탁월한 그리스문명의 이면에는 대다수에 해당하는 노예들의 피땀 흘린 노동과 희생이 깔려있었다.

동양에서도 공자(孔子)는 논어(論語) 계씨편(季氏篇)에 ‘문유국가자(聞有國有家者)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하며 불환빈이환불안(不患貧而患不安)이니 진균(蓋均)이면 무빈(無貧)이오 화(和)면 무과(無寡)요 안(安)이면 무경(無傾)이니라’( 나라가 있고 가정이 있는 사람은 백성의 수가 적은 것을 근심하지 않고 균등하지 못함을 근심하며 가난을 근심하지 않고 불안이 근심이라. 모두가 균등하면 가난이 없고 화목하면 적음이 없는 것이요, 편안하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고 말씀하며 균등과 나눔의 가치를 강조하였다. 노자(老子)의 핵심사상도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제시하며, 인위와 제도를 거부하고, 문명의 발달이 없는 무위(無爲)와 무욕(無慾)의 이상 사회를 설명한다.

근대 계몽주의 시대의 루소(루소Rousseau, J.J.1712~1778)나 로크(J. Locke, 1632~1704)의 천부 인권사상과 이후 칸트(I. Kant 1724~1804)의 이성중심의 인간관 그리고 존 롤스(J. Rolls 1921~2002)와 근래의 샌델(M. Sandel,1953~) 등에 의해 정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많은 선현들의 가르침과 인류의 노력과 실천으로 인류사회는 발전하고 진보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제들이 온존하고 있다. 이상 사회와 정의과 공평에 대한 주장과 이론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사회를 특징짓는 주요 핵심단어의 하나가 양극화(polarization)이다. 양극화란 그 의미에서 서로 상이한 양끝으로 지향되는 경향성의 심화를 의미한다. 양극화란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방향과 추세에서는 물론이고 구체적 사안에서도 전혀 다른 시각을 갖기도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양극화는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의 심화가 핵심 주제이며 그 대안으로 성장과 분배이 우선순위에 대한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경제측면의 양극화는 97년의 외환위기 이후 더욱 심해졌다. 특히 고용의 형태에 따른 불균형이 존재하여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간의 임금의 격차 등이 지적되고 있다. 1980년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은 100%와 96.7%(전산업)/91.0%(제조업)의 수준이었으나 그 차이가 점차 벌어져 2015년에는 대기업 100%에 중소기업 60.6%(전산업)과 54.1%(제조업)으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차이가 난다.

경제 측면에서의 양극화의 지적은 개인차원에서 빈부 소득격차의 심화, 기업차원에서는 대기업과 중, 소기업간의 격차 구조화이며, 원청기업과 하청기업과의 종속적 관계로 인한 격차 심화와 공정성의 결여가 지적된다. 근로자간의 임금의 격차 심화와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적 차이와 국토의 불균형적 발전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심화되는 양극화의 시대에 제시되는 공존과 공생의 가치가 강조되고 있다. 더불어 함께하는 공동체가 건강하고 오래 유지되며 더 발전한다는 선현들의 가르침과 경험에 근거한다.

흔히 경영학자들이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를 효율성을 최고로 평가하는 준거로 활용하기도 한다. 즉 10과 5달란트 받은 자가 열심히 충성되게 일하여 투자수익률(ROI) 200%를 실현하여 칭찬과 상을 받는 것에 비해 1달란트 받은 자는 땅에 묻어 두어 그대로 가져온 것을 책망하며 악하고 게으른 종으로 평가하는 비유를 활용한다.

달란트의 비유는 능력과 자원의 크기보다 열성과 믿음으로 충성되게 일해 일정한 수익률을 실현한 사람에게 동일한 칭찬과 반대 급부(임금)를 제공함을 의미하고 있다. 여기서 1달란트 받은 사람의 문제는 그가 주인에 대한 두려움과 잘못된 인식과 게으른 행동으로 저주를 받고 슬피 울며 이를 갈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즉 “이 무익한 종을 바깥 어두운 데로 내쫓으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갈리라 하니라”(마25:30). 반면에 10과 5달란트 받은 사람들은 착하고 충성되게 맡은 일을 해 칭찬과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하는 복을 누린다.

이런 달란트 비유와 대비를 이루는 또 다른 비유가 있다. 마태복음(20:1-14)에는 이른 아침부터 일한 사람과 3시, 6시,9시 그리고 11시부터 일한 사람에게 동일하게 1데나리온의 임금을 지급하는 포도원 주인의 이야기가 있다. “...저물매 포도원 주인이 청지기에게 이르되 품꾼들을 불러 나중 온 자로부터 시작하여 먼저 온 자까지 삯을 주라 하니 제십일시에 온 자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을 받거늘 먼저 온 자들이 와서 더 받을 줄 알았더니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 받은지라. 받은 후 집 주인을 원망하여 이르되 나중 온 이 사람들은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아니하였거늘 그들을 종일 수고하며 더위를 견딘 우리와 같게 하였나이다. 주인이 그 중의 한 사람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친구여 내가 네게 잘못한 것이 없노라 네가 나와 한 데나리온의 약속을 하지 아니하였느냐 네 것이나 가지고 가라 나중 온 이 사람에게 너와 같이 주는 것이 내 뜻이니라”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1데나리온은 일군들의 하루의 품삯을 나타낸다. 먹고 자고 살아가는 생활과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소득이다. 건장하여 먼저 일군으로 뽑힘을 받은 사람이나 여러 가지로 부실하여 맨 나중에 선택을 받은 일군도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고 영위해야할 최소한의 삶이 있다. 그리고 예수님은 각 사람에게 하루의 품삯인 1데나리온을 약속한 것이다. 즉 인간의 기본적 삶을 영위하는 생존권은 보전되어야하고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되어야 함을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된다.

두 비유를 통해 먼저 인간에게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는 소득과 경제력이 제공되어야 한다. 동시에 사업과 경영의 효율성을 일정 비율 높힌 경우에 대한 성과급 성격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경쟁심화와 양극화의 우리시대에 후자의 임금성격은 잘 운영되고 있으나, 전자의 기본생존권과 생계보장에 대한 임금의 운영은 많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성경은 생존권과 기본권 보장의 임금을 강조하며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잘 대접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에 의한 경제의 평등실현은 무망한 것으로 판명났으며, 한 나라의 최빈층과 실업자 등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소비와 유효수요를 증대시키고 궁극적으로 생산을 늘려 선순환 구조로 진행될 것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게 된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P.Drucker)도 한 조직의 최고임금은 최저임금의 20배를 넘지 말아야 함을 권고하고 있음을 아울러 기억할 필요가 있다.

(월간 공공정책에도 기고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