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미미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반달같은 남북 평화-  

4월 마주막 주 목요일 , 아침 햇살이 유난히 찬란하게 빛난다.

정원를 둘러보니 며칠 전에 뿌린 씨앗들이 새롬새롬 파랗게 솟아오고 있다.

역시 하느님은  새것을 좋아하신다.

난 평소에 ‘처음 처럼” 소주를  줄겨마신다.  나는 술맛을 알 정도의 술꾼은 아니다.

그 이유는  술맛 때문이 아니다.  고 신영복 교수가 지워주었다는  소주 이름이 산뜻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처음 처럼’ 소주를 마실 때마다  한잔 한잔을

‘마지막 처럼’ 간절함으로 마신가.  나에게 ‘마지막’은 ‘처음’보다 훨씬 더 싱싱하다.

평소에 소통이 별로 없는 한 지인이 어제 내 전화에 보이스  메세지를 남겼다.

‘오늘  판문점에서 이루어 지는  역사적 남북 정상회담을 한자리에 모여

저녁을 나누며  함께 축하를 하자’ 는 전갈이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 는 예수의 가르침은 생활신조 중 하나로 삼고있는 내가

‘혹시라도 회담이 틀어져 옛날로 되돌아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두려움이 앞선다.

 희망적인 회담결과 소식이 들려올 때까지 테레비와 인터넷에 눈과 귀를 막고 있어할 지도

모르겠다.

선사 이후 인류는 3년에 한 번 꼴로 온갖 이유로  전쟁을 치뤘다.

평화는 인류가 전쟁과 전쟁 사이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간들었고,

인류의 지난 역사를 전쟁의 역사였었다.  특히 나의  분단된 조국 한반도 위에서는

하루도 전쟁 분위가 그칠 날이 없었다.

나는이천년 전 이스라엘 초원의 한 목동에게  예수 탄생일 새벽에 불러주었던

천사 가브리엘의 노래  ‘하늘에는 영광, 지구 위에는 평화” 라는  노래를 사랑한다.

평화는 내 삶의 모토이자 내가  예수를 나의 구제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유이도 하다.

 ‘평화!’, 나는 그 말만 들어도 이슬라엘 목동처럼 가슴이 뛰고 설렌다.

‘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 는 예수의 말씀을 나는 깊게 신뢰한다.

그래서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의 갑작스런 서거로 깁정은이  약관 27세 나이로

 그 권자를 계승했을 때 한 가닥 희망을 보았었다. 내가 그 당시 썻던  한 칼럼에서 ‘

스위스에서 서구식 교육을 받은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이나 아버지 김정일과는

다를거라’ 는 희망적인 예언을 했었다.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무자비하게 처형하고,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때에도 실망은 하면서도 그런 나의 희망을 버린 적이 었었다.   

나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35년간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습관을 깨고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에게 한 표를 던졌다. 트럼프를 지지했던  이유는

김정은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었던 이유와 같은 맥락이었다.

미국은 이미 늙어가고 있다.  비록 예측이 불가능 하고  위험부담이 다소  있더라고

미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과  사고의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었다.

인도에 이런 일화가 전해온다.

초강대국과 국경을 나누고 있는 한 약소국이 있었다.  그 강대국이 머지 않는 장래에

약소국을 침략할거라는 소문에  온 국민들이 생업을 제쳐놓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약소국 왕은 어떻게 해서라도 전쟁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루는 가장 신뢰하고 있는

현명한 신하를 평화협상 특사로  택해서 상납할 선물을 잔뜩 싸들고

강대국으로 급파를 했다.      

강대국 왕을 알현한 자리에서 그  특사는

“ 당신의  관상이 어두운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보름달 같습니다”  하는 극찬을 했다.

그에 왕이 “그러면  너희 나라 왕의 관상은  어떻느냐? “ 고  물었다.

현명한 특사는 “ 우리 주군은 당신에 비하면 반달과 같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 대답에 마음이 우쭐해진 왕은

“ 전쟁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 는 약속을  흔쾌히 주게 되었다.

현명한 신하가 조국에 돌아오자  ‘상대방 왕을 보름달,  자국의 왕을 반달’ 로 비하 한

그의 말을 두고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 이라며 ‘즉각처단’을 요구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비등했다.

왕도 국민들의 여론에 굴복해서 그를 처형을 결정하고 처형 전에  작별인사 차원에서

그를 앞에 불러놓고 ‘그런 망언을 하게 된 연유’ 를 추궁했다.   그러자 현명한 신하는,

“ 보름달은 이미 차있어서 그 다음 날 밤부터 기울기를  시작하니 희망이 없고,

반달은 그 다음 날 밤부터  차오를 희망만 남아 있습니다.”   “ 자연의 이치를 모르고 있는

어리석은  상대국 왕을 비웃으려  한 말이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대화는 상호이해의 첫걸음이다.  상호이해는 평화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한 것이 대화이다. 그런 대화에 희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

나는 여짓껏 외국 여행이라곤 사업차 며칠간 방문한 일본밖에  없다. . 

남과 북이 평화를 유지하게 된다면  북한은 미국 시권자로써 내가 여행하는

첫번째  외국이 될 것이다.

평양 옥류관 냉면을 먹고,  백두산 물로 빚은 소주를 마시고,

북한에 살고 있는 나의 친척인  단군 할아버지 자손들과  함께 어울려

밤새워,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출 것이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04/27/2018 아침에

버지니아 숲속에서

박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