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예수의 복음을 외면한다고 하면,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하고 싶을 것이다. 교회는 예수의 복음 위에 세워졌고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 예수의 복음을 외면하는 교회가 많다. 믿음에 치중하다 보면 삶에 대해서 소홀해지고, 삶을 강조하다 보면 믿음을 외면하기 쉽다. 예수를 사랑하다 보면 인간에 대한 사랑을 소홀히 하기 쉽다. 중요한 것은 균형 감각이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예수님은 십일조는 드리면서 공의와 하나님께 대한 사랑을 외면하는 바리새인들에게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눅 11:42)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나에만 몰두하는 바리새인들을 “화 있을진저”라고 저주하셨다. 그런데 바리새인들만 그렇게 하나에 치중하면서 다른 것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교회도 그렇게 해 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우리를 질책하실 것이고 우리 교회에도 화가 미치지 않겠는가?

우리가 예수의 복음을 외면한 전형적인 경우를 유대인들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증오에서 본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형제를 일곱 번에 일흔 번을 곱한 수만큼 용서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고발한 유대인들을 2천 년 가까이 증오했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유대인들과 함께 살지 않았기 때문에 유대인에 대한 증오의 물결에서 한 발 비켜 서 있지만, 유럽 전역에서 교회는 예수를 죽인 유대인들을 용서하지도 사랑하지도 않았다.

 4세기의 교부 크리소스톰은 진리와 사랑에 대해 유창하게 설교한 사람이었지만, 그리스도를 죽인 유대인들을 미워했다. 중세의 기나긴 암흑시대에 유대인들은 세례냐 추방이냐, 세례나 고문이냐, 세례자 죽음이냐의 선택을 강요받았다. 그리고 교회가 이슬람 이교도들로부터 성지를 탈환하기 위해서 십자군 전쟁을 일으켰을 때, 무슬림들뿐 아니라 유럽의 유대인들도 공격 목표로 삼아서 무수한 유대인들을 살해했다. 종교개혁자 루터까지도 그의 말년에 유대 랍비들이 탈무드를 가르칠 때에는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군주들에게 사탄 같은 유대인들을 없앨 수 있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독교의 반유대주의가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부추겼다. 히틀러는 유대인들에 대한 교회의 증오심을 부추겼고, 개신교나 가톨릭을 가릴 것 없이 대부분의 교회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에 동조했다. 나치가 유대인 숙청 작전을 수행할 때, 유럽 전역에서 유대인 학살이 무자비하게 자행된 것은 교회의 유대인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심이 표면화한 결과였다.

2차 대전이 끝난 후에 교회는 그들의 손이 유대인의 피로 물든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의 유대인에 대한 증오심으로 인해서 수백만의 유대인들이 참혹하게 살해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의 증오심의 사악함을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은 그때서야 교회에서 믿는 하나님이 유대인들의 하나님과 같은 분이라는 것을, 2,000년 전에 예수를 고발한 그들의 원수들이 실상 자기들의 형제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예수도, 사도들도, 초기에 예수를 믿었던 사람들도 모두 유대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유대인의 경전을 그들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기독교인에게 믿음의 조상일 뿐 아니라 유대인들에게도 믿음의 조상이다.

물론 예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유대인들은 교회의 원수이지만, 원수를 사랑하라는, 형제를 용서하라는 예수의 복음을 외면해 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유대인들의 조상이 예수를 죽였더라도 그들의 후손들 모두에게 그 죄를 씌우는 연좌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거의 2,000년이 걸렸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그동안 예수를 사랑해 왔다. 그래서 예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유대인들을 미워했다. 예수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했기 때문에 그들의 원수를 미워하게 된 것이다. 예수의 말씀대로 우리는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예수를 사랑하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예수를 사랑하는 사람이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예수의 복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현대 교회에서도 하나를 취하고 다른 것을 외면하는 것을 흔히 발견한다. 바울의 서신서들을 중시하는 사람들,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흔히 복음서나 다른 서신서들에서 말하는 행함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로마서를 비롯한 바울의 서신서들 자체에도 교인들의 삶에 대한 권면이 나와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한다. 나아가서 기독교 신앙에서 신비적인 요소가 중요하지만, 신비주의에 빠지면 평범한 일상생활을 외면하게 된다.

교회에서 지도자들의 권위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면서 겸손을 강조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교회의 부흥을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들은 자기 교회를 키우는 데에 몰두하면서 작은 교회나 이웃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예수는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고 가르쳤지만, 많은 교회가 재물로 인해서 부패하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교인들이 십일조를 반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설교자들은 한 가지 복음에 치중하면서 다른 것은 모두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물질의 축복을 강조하는 목사는 날마다 축복에 대한 설교만 하면서 구원에 대한 진정한 복음을 외면한다. 영적인 것을 중시하고 천국 소망을 강조하는 설교자들은 땅 위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예수가 흘린 피를 강조하는 설교자는 그 피로 인해서 구원받은 자들이 살아야 할 현실적인 삶을 외면하기 쉽다.

우리에게는 좋아하는 어느 한 가지에 집착하면 다른 것들을 외면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원수를 사랑하라든지, 재물을 탐하지 말라든지, 겸손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우리의 본성적 욕구를 억누를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욕구에 맞는 쉬운 넓은 길을 택하기 쉽다. 그리고 영과 육, 천국과 세상, 권위와 겸손 같이 상반되는 예수의 복음을 균형을 잃지 않고 받아들이기가 아주 어렵다. 그러나 실상 예수는 우리의 욕구를 거스르는 것들 그리고 상반되는 것까지 모두 받아들이라고 가르쳤다. 그 가르침이 바로 예수의 복음이다.

그런데 우리가 다양한 복음 중에서 하나에 치우치면 예수님이 저주하셨던 유대인들처럼 저주의 대상이 된다. 성경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을 택해서 설교한다면 그런 설교자는 코끼리를 더듬는 맹인들의 우를 범하는 셈이다. 그럴 경우 그들은 예수의 복음을 왜곡하는 죄를 짓게 된다.

설교자는 예수의 복음을 이것도 가르치고 저것도 가르쳐야 한다. 교회는 예수가 가르친 것을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한다. 교회는 예수의 복음 전체를 받아들여야 한다. 교회가 예수의 복음을 취사선택함으로써 편향될 때, 복음을 편식시키는 교회는 바리새인들처럼 저주의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