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회 교인들은 설교 끝나고 기도할 때도 설교와 상관없는 간구기도를 해요.” 몇 년 전 다른 교단의 신학대학원에서 가르칠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학생들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교단 신자들만 그럴까? 대부분의 한국교회 신자들이 그렇게 기도하고 있지 않을까? 이처럼 기도자가 자신의 의식을 성찰하지 않고 간구기도만 할 수 있는데 사실 한국교회의 신자들이 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지 않고 기도하기 때문이고 그러한 기도의 태도를 지도해 주는 영성지도 사역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렇게 기도자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전통은 초대교회 때부터 있어왔다. 일찍이 동방정교회의 4세기 이집트 사막의 수도자였던 에바그리우스(Evagrius Ponticus)는 기도란 순수한 지성의 활동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기도자는 욕심이나 잡념 없이 순수한 사고만 활동하는 가운데 하나님께 기도해야 함을 강조했다. 내면의 심리적 성찰에 탁월했던 그는 인간 내면을 혼란스럽게 하는 8가지 죄악의 목록을 가르쳤다. 그것은 식욕(gluttony), 육욕(fornication), 탐욕(avarice), 노염(anger), 낙담(depression), 게으름(acedia), 자만(vainglory), 그리고 교만(pride)인데 이것은 후에 그의 제자였던 존 카씨안(John Cassian)에 의해 서방교회에 전파되어 가톨릭 교회에서 일곱 가지 죄악의 목록으로 정착되게 된다.

기독교 영성 전통에서 의식 성찰 기도를 개발하고 소개한 로욜라의 이그나티우스(Ignatius of Loyola)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자신의 삶을 반성해 보지 않는다면 당신이 기독교적 삶을 살고 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당신이 실제로 행하고 있는 것을 보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당신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 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기도자가 자신의 삶 특별히 자신의 의식을 늘 성찰해야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는 삶을 살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서 이그나티우스는 그러한 훈련을 위한 영신수련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그 유명한 의식 성찰 기도를 유산으로 남겼다.

그럼, 의식 성찰 기도는 어떻게 드리는가? 의식 성찰 기도는 대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15분 정도 드리는데 두 단계로 실시한다. 첫째 단계는 준비 단계라고도 할 수 있는데 세 가지를 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하나님께 주목하기, 성령의 조명을 구하기, 현재의 시간을 감사하기이다. 그러한 것을 통해 기도자는 생각이 다소 집중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 둘째 단계로 하루의 삶을 성찰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오늘 하루 나의 생각, 언어, 행동, 노력, 의지, 의도 등이 하나님의 뜻에 부합했는지 살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성령의 감동이나 활동이 하루 중 언제 있었는지를 뒤 돌아보며 그러할 때 내가 어떻게 반응했었는지를 성찰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우리의 잘못을 아파하며 기도하는 것이다. 잘못을 반복하는 우리의 죄악을 슬퍼하되 실망하거나 좌절하기 보다는 주님의 은혜를 구하는 것이다. 끝으로 끊임없이 성령의 활동에 민감하게 응답해 간다면 변화 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갖고 자유로움을 맛보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의식 성찰 기도의 유익은 무엇일까? 이러한 의식 성찰 기도는 우리를 주님과 동행하는 관상적 삶의 태도를 갖게 한다. 관상적 삶의 태도란 요 5:17-20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사는 것이다.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을 보지 않고는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나니 아버지께서 행하시는 그것을 아들도 그와 같이 행하느니라...” 다시 말해 지금도 내 주변에서 일하시는 하나님께 주의를 기울이는 삶(attentive life to God’s activities around me)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식 성찰기도를 통해 매일 매일 하나님의 일하심에 동참하는 삶을 꿈꾸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