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향기는 바람을 거스를 수 없지만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스른다.”는 동양 고전 이야기가 있다. 살랑살랑 봄바람에 실려 오는 꽃 향기가 감미로운 계절이다. 자연은 왜 아름다운 것일까?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의 근원인 하나님이 지으셨기 때문이리라. 사실 기독교 영성가들은 하나님을 아름다움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신자가 해야 할 일의 하나는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꽃의 계절을 맞아 아름다운 자연을 묵상하며 드리는 기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복음서는 예수님이 창조물 묵상의 모범이신 것을 보여 준다. 예수님은 늘 한적한 곳으로 물러나 자연을 묵상하며 기도하셨다. 그래서 들에 핀 백합화가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 입은 옷 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발견하셨다. 묵상 가운데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꽃들을 돌보시는 창조주의 손길을 느낄 수 있으셨다. 그리고 예수님의 설교를 듣던 청중들에게 “하물며 너희일까 보냐?”라는 위로의 말씀을 하실 수 있었다.

종교를 떠나 사람들은 누구나 자연을 좋아한다. 그 자연과 함께 머물다 보면 그 안에서 힐링을 경험하고 무엇보다 생각이 집중되고 자연을 닮아 욕심을 내려놓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영성가들은 영적 삶의 초보자들에게 묵상의 훈련으로 먼저 자연을 묵상하게 했다. 특별히 동방정교회 영성가들은 침묵기도인 관상기도를 할 때 관상의 첫 단계로 대개 창조물을 묵상하였다. 그 다음 단계로 삼위일체 하나님을 묵상하였는데 자연을 묵상하다 보면 그 자연을 지으신 창조주를 자연스럽게 묵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창조물을 묵상하는 침묵기도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첫째, 창조물을 묵상하기에 좋은 장소를 정한다. 실내의 꽃도 묵상할 수 있기에 꼭 야외에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묵상할 장소를 정했으면 그 곳에서 묵상할 창조물을 하나 정한다. 나무, 꽃, 풀, 새소리, 하늘, 구름, 햇빛, 바람 등등

둘째, 자신이 정한 대상의 한 해의 삶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창조물은 대개 한해를 주기로 그 형태를 반복하기에 한 해의 삶을 묵상하면 좋은 것 같다. 그러면서 한 해를 주기로 변하는 그 대상을 묵상하며 평소에 깨닫지 못했던 자연의 이치를 깊이 묵상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 대상을 돌보시는 창조주의 손길을 묵상하면 된다. 그러면 그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것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위한 지혜를 얻게 된다.

셋째, 예수님의 말씀인 “하물며 너희일까 보냐?”를 묵상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백합화의 아름다움을 솔로몬의 화려한 옷에 비유하셨다. 왜 그러셨을까? 아마도 예수님의 설교를 듣던 청중들의 관심이 부귀영화가 아니었을까? 그들은 자신들의 가난한 현실을 생각하며 불행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의 생각을 간파하신 주님은 어떤 부귀영화보다 그 백합화가 더 아름답다고 하셨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 백합화를 아름답게 돌보시는 하나님이 그들을 더 세심하게 돌보신다는 것을 깨우쳐 주신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존재이다. 더 소중한 존재이다. 하나님이 돌보시기 때문이다. 미의 근원인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졌고 그 손에 의해 오늘도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방정교회 영성의 고전 가운데 필로칼리아(Philokalia)라는 책이 있는데 필로는 “사랑”을 “칼리아”는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렇게 자연을 묵상하며 아름다움의 근원인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하나님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영혼도 아름답게 변화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세월이 흐르며 우리의 외모는 날로 쇠퇴하지만 우리의 영혼은 날로 아름다워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고후 4:16). “꽃보다 남자!”가 아니라 “저 꽃보다 내 영혼!”이라고 감탄할 그 날을 이 봄에 꿈꾸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