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아침 고성에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직장 동료들은 산불로 인해 도로가 통제되어 출근을 하지 못한다며 전화가 왔습니다. 진부령은 산불의 영향권이 아니어서 제가 제일 먼저 사무실에 도착을 했습니다. 산불 통제지역의 고성군 공무원들은 혹여나 주민들에게 위험상황이 생길까 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차를 돌려 미시령과 진부령을 넘어 출근을 했습니다. 하루 종일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서 40여대의 소방헬기가 읍내를 날아 다녔지만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번져갔습니다. 낮 시간에 바다 쪽으로 불던 바람이 밤이 되어 방향이 산 쪽으로 바뀌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다들 입을 모았습니다. 그 위험성을 가장 잘 아는 소방청과 산림청, 군, 경찰이 총력을 기울여 신속히 주민을 대피시키고 위험지역을 통제하여 진화한 덕에 인명 피해 없이 해가 지기 전에 산불은 진화가 되었습니다. 위급한 상황에 주민들의 안전과 산불 진화를 위해서 애써준 분들께 감사했습니다.

   토요일에는 부활주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군인교회와 저희 교회 두 곳을 군인 용사들과 함께 청소를 하였습니다. 청소가 끝난 후 용사들과 교회 뒤쪽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였습니다. 요즈음 남편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용사에게 마음을 많이 쏟고 있는데 그 용사도 함께 했습니다. 그 용사는 ‘제대를 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어려움이 있어도 휴가 후 의연하게 부대로 복귀하였습니다. 군 복무를 다 하고 제대를 하겠다는 이 용사의 의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에너지이며 강점입니다. 모든 용사들의 목표이기도 한 ‘제대’이지만 누군가에는 더 멀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부디 모든 용사들이 무사히 군 복무를 마치고 건강하게 재대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지난주 한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 주셨습니다. 가출청소년 생활시설에서 일하던 시절의 일화였습니다. 선생님은 당시 시설에서 수많은 가출 청소년들을 만나 “너는 왜 가출을 했니?”, “부모님이 계시니?”, “학교에서 문제가 있니?” 등등 질문을 하면서 초기 접수면담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원인을 묻는 질문을 자세히 하고 정보를 기록하고 자원을 연계해도 그 청소년들의 가출 원인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인 경우가 많기에 반복적으로 가출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출 20단인 친구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더 이상 “왜?”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질문을 바꾸어 보았다고 합니다. “네가 가출 20단인데 그렇다면 이전에 19번은 집에 다시 들어갔다는 이야기네. 어째서 다시 집에 들어갔니?” 하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그 청소년의 대답이 “제가 가출을 해서 알바를 해보니까요 고등학교를 졸업을 해야 좀 괜찮은 알바 자리를 구할 수 있더라고요. 고등학교 졸업 안하면 알바 구하기도 어려워요. 제 목표는 빨리 졸업해서 독립하고 돈버는 거예요. 그래서 유급 안 당하게 출석일수를 맞추려고 들어갔어요.”였답니다. 그래서 이 선생님이 “그래 좋다. 그러면 네가 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뭘 도와줄까?”하고 질문을 했습니다.

   가출 20단 청소년의 강점은 바로 ‘졸업을 향한 열정’이었습니다. 이전에 선생님이 아무리 문제점을 파헤치고 해결해 주려고 해도 협조를 하지 않던 청소년이, 자신이 원하는 것에 선생님이 협조하려고 하자 마음을 열고 도움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문제를 보려고 하지 말고 강점을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사회적, 가정적 상황을 가지고 문제점을 파헤치면 질문을 받는 이는 도움을 받는다고 느끼기 보다는 자신의 수치를 드러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더 거부적이 됩니다. 하지만 상대가 원하고 있고 또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을 지원하면 그 사람의 강점은 더욱 강화됩니다.

   교회에서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왜 그렇게 되었는지’, ‘누가 그렇게 한 것인지’ 이야기 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부활주일에 성도님들이 반찬을 해 오셨는데 두 가정에서 잡채를 해 오셨습니다. 잠시 왜 같은 음식이 중복해서 준비되도록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느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 때 한 성도님이 “나 잡채 좋아해. 군인들도 잡채 좋아해서 많이 먹을 거야. 걱정 말아”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잡채를 해 오신 두 분이 서로 바라보며 허허 웃으셨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잡채가 많은 것을 이번 부활주일 식사의 강점으로 삼으면 될 일이었습니다. 손이 많이 가서 하기 어려운 잡채를 두 분이 넉넉히 해 오셔서 부족한 떡을 보충해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그 사람이 삶을 지속하게 하는 희망이기도 합니다.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강점을 보고, 그 사람의 희망에 협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이겨낼 수 있습니다. 믿음의 선조들도, 지금 우리도 부활의 소망으로 삶을 건너가고 있습니다. 상징적인 의미로 부활주일 오후에 아이들과 함께 교회 마당에 꽃씨를 심었습니다. 오늘 하루, 하나님이 저를 세상에 심으셨고 꽃을 피우고 다시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인도하실 것이라 믿고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