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령의 날씨도 포근해져 가고 있습니다. 월동한 부추 싹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소천하신 권사님이 심어 놓으신 달맞이꽃이 올해는 얼마나 번성해서 필지 기대가 되고, 작년에 따먹을 수 없을 정도의 작은 세 알의 열매를 맺은 딸기도 올해는 아이들의 입을 즐겁게 할 튼실한 딸기를 맺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입원하셨던 장로님께서 폐렴을 잘 이기고 퇴원을 하셔서 지난주일 예배에 함께 하시니 예배당이 꽉 찬 것 같았습니다. 장로님이 병원에 계시느라 함께 하지 못한 한 주 동안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옛 말이 절실히 느껴졌습니다. 평소 아내이신 권사님이 일을 하시니 장로님은 정보화마을에서 근무를 하시다가 혼자 점심 식사를 하시곤 하는데 그럴 때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함께 식사를 하십니다. 또 교회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들리셔서 이모저모 살피고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주시고, 마을에서 난 야채를 교회 입구에 놓고 가시거나 쌀, 달걀 등을 가져다주십니다. 장로님에게는 교회가 집과 같고 저희에게도 장로님은 가족과 같습니다. 장로님의 도움이 없었으면 낮선 진부령에 이렇게 빨리 적응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장로님의 쾌차는 지난주 저희 부부와 교우들이 가장 감사하는 일입니다.

   저희 교회 앞에는 빈 집이 두 채가 있고 폭설이 올 때 문을 열고 교통 통제를 하는 경찰서 건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서는 가끔 환경정리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경찰이 상주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교회 뒤쪽은 산이고 앞 쪽은 빈집들이어서 교회는 상당히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교회에 서서 내려다보면 길 건너에 진부령 광장이라는 휴게소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진부령을 지나갈 때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간단한 간식거리를 구매합니다. 진부령 광장은 세모 모양의 건물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또 다른 세모 모양의 빈집이 한 채 있습니다.

   비어있던 세모 집은 재작년 강풍에 2층 창문 유리가 깨진 후 수리가 되지 않아 점점 낡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일에 기쁜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누군가 그 세모 집을 구매하였다는 것입니다. 제 머리 속에서 추측해보기로는 앞으로 그 세모 집에 누군가 살게 될 것이고 혹시 장사를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웃이 한 명 더 늘어나는 것입니다. 혹시나 젊은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이사를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자 혼자서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물론 저 혼자만의 상상이지만 누군지 모르는 이웃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마음속에 피어올랐습니다.

   그런가하면 지난 주말에 마을 어르신 한 분이 소천 하셨습니다. 자녀들은 멀리서 어렵게 생활을 하고 있어 소천하신 어르신의 마을 친구들이 모여서 장례절차를 의논하고 진행하였습니다. 남편도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어르신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발 벗고 나서서 장례를 준비한다고 하니 마을 공동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서로 갈등이 생기고 마음이 상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힘겨운 순간에는 나서주는 이웃들입니다.

   교회와 비교적 멀리 떨어진 깊은 숲속 마을에 사시는 성도님은 직접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두 통이나 들고 오셔서 주일 공동식사 때 대접해 주셨습니다. 어른들은 몸에 좋은 것이라고 마셔보라고 권하지만 아이들은 고로쇠 수액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입에 맞게 달지 않고 밋밋한 맛이 별로인가 봅니다. 밤에 깨어나면 무슨 맛인지 모르고 마실까 싶어서 침실에 고로쇠 수액을 한 컵 떠다 두었더니 아침에 작은 아이가 “엄마 저녁에 고로쇠 수액 담아주지 말고 그냥 물 주세요. 노린재 두 마리가 고로쇠에 빠져 있어요.”하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안 마시고 야간에 방안을 어슬렁거리던 노린재들만 단 냄새가 나는 고로쇠를 마시다가 빠져 죽었습니다.

   누군가의 후원으로 넉넉해진 주일 공동식사, 청와대 어린이날 행사에 흘리분교를 초청해달라고 애절한 편지를 쓰는 큰아이, 건강하게 돌아오신 장로님, 바쁜 중에도 나물을 무쳐 오신 집사님, 순한 마음으로 살펴보면 도처에 감사할 일들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 다양한 일상 속에서 기쁨을 찾고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