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시내에서 온양여자종합고등학교쪽으로 가다보면 해동검도 도장이란 간판이 눈에 띈다. 그 간판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검은 도복을 입고 엄격한 표정으로 목검을 잡고 기합을 외치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는 현재 해동검도 도장의 관장이기도 하며 온양 나눔의 집 교회에 출석하는 이동식 성도이다. 부산 해양대를 졸업한 후 화물선을 타고 마도로스로 바다를 누비기도 했고,  배에서 내린 후에는 해운회사에서 간부로 의욕적인 활동을 하다가 후에 조그만 공장을 세워서 매출을 올리기도 한 경영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대표적인 활동은 검도도장의 관장 역할이며 살고있는 시골 터전에서 동물(개, 흑염소, 사슴)을 키우고, 버섯을 키우는 일들이다. 서울에서 온양 근교의 시골로 내려온 지 8년째. 이제야 비로서 이 곳 사람들의 심성을 파악했다면서 그간의 일어났던 해프닝을 이야기 할 때면 파안대소하면서 목청을 높인다.

그는 올해 여름 순천향대학교 대학원에서 양식 새우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기도 한 학구파이다.

가족과 떨어져서 산 속에서 혼자 살기에 처음에는 간첩으로 오인 받기도 했던 그는 나와는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인생의 선배님이기도 하다. 90년 12월 친구의 생일잔치에 참석하면서 알게 되어, 나이차는 있지만 선배님으로 모시자는 의견과 함께 많은 시간을 같이 해왔다.

특별히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인생의 선배로서 위로와 함께 힘을 얻을 수 있는 밑거름을 심어주곤 했다.

올해 초 내가 나눔의 집을 담임했을 때 선배님은 기꺼이 우리교회 교인이 되어 주셨다. 교인이 한 명도 없는 교회를 담임한 나에게 선배님은 수십명 이상의 역할을 감당해 주셨다. 그러면서도 신학대학을 졸업한 나 이상의 해박한 지식과 많은 삶의 경험들을 토대로 교회의 부정적 역할과 역사속에서의 잘못된 모습을 서슴없이 지적하신다. 목회자들의 안일함과 게으름을 볼 때에는 무척이나 안타까와 하신다. 후배이며 전도사인 나에게 많은 질문들을 던지시면서 나와 함께 현실의 문제들을 정리해 보곤 하신다. 특별히 한국의 역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통일을 위한 마음이 간절하다. 그의 고향이 북쪽이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때문에 그는 내가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을 가장 좋아하신다. 일과가 끝난 후 그는 종종 한 잔의 술로 하루를 정리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강한 황해도 사투리로 목청을 높이시면서 “야! 내가 비록 불평 불만이 많고 술을 마시며 남들에게 특별히 의미있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어쨌든 나는 기독교인이야!”라고 말씀하시는 선배님은 나눔의 집에서도 꼭 필요한 성도이며 하나님 나라 건설을 위해서 주님이 크게 쓰시는 일꾼이 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호명현(온양동 나눔의집 전도사) 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