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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서울 강남에서 어느 교회가 땅을 사서 건축을 하려고 하는데 동네 주민들이 심하게 저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요즘은 도시 사람들이 자기
집 주변에 교회 들어서는 것을 무슨 혐오 시설이나 들어서는 것처럼 곱지 않은 눈으로 쳐다보기 일쑤다.
이런
착찹한 현실이지만, 이곳 김포에서는 교회가 건축을 하고 땅을 사는데 마을 주민들이 적극 협조해준 아주 흐뭇한 일이 있었다.
김포군
월곳면 깊은 곳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는 고양리 마을, 마을 앞에는 염하강이 흐르고 강 건너는 강화가 보인다. 이 동네 한편 언덕에 37년
역사의 고양교회가 동네를 향하여 가슴을 활짝 열고 서있다.
고양교회는
재작년 건축업자가 5천만원을 산출한 개축공사를 교인들이 손수 1,950만원에 하였다. 천정이 높은 45평의 단층 예배당을 2층으로 만드는
공사였는데, 바닥을 더 파서 1층을 만들고 중간에 슬라브를 쳐서 2층을 만드는 까다로운 공사였다. 5천만원 공사를 1,950만원에 할 수 있었던
것은 목사님을 위시해서 교인들이 난공사지만 힘을 모아 직접 하였기 때문이고 또 돈을 절약하기 위해 싼 자재를 썼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기존 건물 중간에 45평의 슬라브를 치는 이 난공사를 거뜬히 해낼 수 있었던 데는 동네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교회
안 다니는 인근 주민들이 새참을 만들어주는가 하면, 50명이 동원된 슬라브 공사 때는 많은 주민들이 나서서 직접 일을 해줬다고 한다.
담임목사이신 박춘봉 목사님은 처음에는 재정 문제와 공사의 어려움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이렇듯 마을 주민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거뜬히
끝내게 되어서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인데 내가 괜히 걱정했었구나” 생각하기도 하였단다.
고양교회에서는
흐뭇한 일이
올해 또 하나있었다. 교회가 들어서 있는 259평의 땅은 종중 땅을 빌려서 쓰고 있는 처지였는데 이번 봄에 사야 할 처지가 되었다. 교회 옆집의
땅값이 평당 20만원이니 259평의 교회 자리 땅값은 5천만원이 넘는 것이었다. 고양교 회로서는 엄두도 못낼 거금이었다. 하늘만
바라보고 못낼 거금이었다. 하늘만 바라보고 한숨만 쉴 처지였다. 그런데 이번엔 먼저 교회 밖에서 도움의 힘이 역사하였다. 교회 안 다니는 마을
이장님이 나선 것이다.
이장님은
땅 중개자 입장에 서서 종중 땅 관리인을 만나 열심히 설득하여 땅값을 낮추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게 중개료를 주어야 하는데 중개료를 안
받을테니 중개료까지 빼서 4천만원만 받으라”고 해서 5천만원의 땅값을 4천만원으로 내려뜨렸다. 이렇게 땅값을 내려뜨리고 나서 이장님은 동네의
유력자들을 찾아나서서 이장님은 동네의 유력자들을 찾아나서서 모금을 했다. 그리고 고양교회에는 부인만 교회 나오는 집의 남편들을 묶어 형식상
남선교회를 조직한 것이 있었는데 이장님은 이 남편들을 찾아다니며 “천국 가려면 이럴 때 돈을 내야 한다”고 하며 일인당 100만원씩을 거두었다.
이렇게 해서 이장님은 천만원을 모금해 주었다. 박 목사님이 돈을 내 준 분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하면 오히려 그분들은 ‘죄송합니다. 형편이
안되서 조금뿐이 못했습니다“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양교회는 마을 분들이 내준 천만원과 교인들의 헌금 천이백만원 그리고 천팔백만원의 융자를 받아 4천만원을 마련하여 교회의 숙원이었던 땅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고양골에서
하나님은 교회 밖에서 역사하시면서 교회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우리를 놀라게 하셨다. 크신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당신의
충성스런 교회를 도우셨다. 하나님의 나라를 교회 울타리 밖으로 확산시키려고, 그리스도를 본받아 세상을 섬기는 선교를 꾸준히 해온 고양교회를
하나님은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셨다.
고양교회의
담임 박춘봉 목사님은 당신의 목회를 ‘대접해주는 목회’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교인들과 주민들에게 봉사해 오셨다. 교인들도 목사님을 본받아 때마다
지역 주민들을 도와왔다. 작게는 교회 주변 밭에서 일하는 분들을 보면 차를 들고 나가 대접해 드리는 것으로 시작해서, 크게는 절기 때마다
노인분들과 어린이들에게 옷, 양말 등의 선물을 드리거나 마을의 각종 경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등 기회가 되는대로 지역 주님들을 향해 사랑의 손길을
베풀었다고 한다.
박춘봉
목사님은 농촌교회의 자립 방편으로 그리고 농촌 소득증대의 한 모색으로 당신이 직접 양봉을 하고 유기농법으로 양계도 해오셨는데 이것도 지역
주민들이 박 목사님과 교회를 가까이 하게 된 또다른 원인이었을 것이다.
목사님이
솔선해서 봉사하는 목회를 해오시는 동안 교인들도 목사님을 많이 닮게 되었다고 한다. 단적인 예로 고양교회에는 청소 당번을 따로 정하지 않아도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와서 할 정도라고 한다.
근래에
우리 나라의 교회 성장률이 자꾸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해에는 교인 증가율이 0.6%뿐이 안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된 주요 원인은 교회가
세상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땅의 교회들은 밝은 빛을 자꾸 잃어버리고 있다. 서서히 쇠태해가는 모습을 보이는 한국교회지만
그 중에 고양교회와 같이 이 땅 구석 구석에서 밝은 빛을 비추고 있는 교회들이 있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동안 도시의 큰 교회들이 각광을 받아왔다. 모두가 도시 큰 교회들을 눈이 뚱그레 가지고 올려다 보았다. 하지만 이제는 부드럽고
차분한 눈을 가지고, 이 땅 구석 구석의 밝은 빛(高陽) 교회들을 보아야 한다. 그들은 진심으로 높이 평가하고 그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는
풍조가 이루어지는 때 한국 교회는 제 빛을 찾게 될 것이다. 이런 교회로 인하여 우리 나라는 진정 동방의 밝은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광후(김포
영광교회 목사)
푸른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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