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구 감독회장, 여기서 끝내는 것이
자신은 물론 감리회를 위해 좋은 일이다.

1. 여기서 끝내는 것이 전명구 감독회장이 마지막으로 감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다.

이번 재판은 전명구 감독회장 개인이 아니라 기독교대한감리회를 대상으로 하는 재판이다. 따라서 선거무효 판결에 대한 항소제기 여부는 어떤 선택이 기독교대한감리회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인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모든 감리교도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것은 감리회가 더 이상 세상의 조롱과 비판을 벗어나 진정 거룩한 교회이고 정직한 교회이며 또 스스로의 잘못을 회개하고 바로잡는 교회임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것만이 그나마 감리교도들이 하나님 앞과 감리회 역사에 더 큰 죄를 짓지 않고 용서받을 수 있는 길이다.

감리회가 상급 법원에 항소하여 이번 판결을 뒤집어 보려는 시도는 교회가 세상의 법정에 구걸하는 것과 같다. 감리교도들은 다 안다. 지난 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행했던 온갖 부적절한 판단과 행위, 자격에 하자가 있는 후보등록, 최근 당사자들에 의해 폭로된 온갖 불법과 타락에 대해서 부정한다면 그는 양심에 화인을 맞은 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다른 모든 것은 감리회에서 재판을 했으니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이고, 후보들이 저지른 매표와 향응에 대해서는 증거들이 명백하지 않고 선거무효를 다투는 마당이니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하는 거짓말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고 그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이 선거는 무효라는 것이다.

나는 이 판결을 반박할 수가 없다. 생각 같아서는 불법은 불법이라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객관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 말해 주기를 기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은 것이 감리회에 대한 배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고맙다. 그리고 판결문이 선거무효 사유로 지적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현장에 있었고 이 문제를 두고 적극적으로 발언을 했던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감리회 의회법 의사규칙 제1조 제1항 제2호는 “당회를 제외한 모든 의회 및 의회의 소속 위원회 등은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재적회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항은 “회의 중 제1항의 정족수에 달하지 못할 때에는 의장은 회의의 중지 또는 산회를 선포한다.”고규 정하고 있다.

그런데 판결문에 의하면 2016년 4월 7일 서울남연회에는 재적회원 1587명 중 293명이, 선거인을 선출한 4월 8일에는 재적회원 1629명 중 375명이 참석한 상황에서 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4월 8일 회의가 개회되기 위해서는 815명 이상이 참석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일 참석인원은 375명으로 개의정족수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렇듯 개의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회의는 열리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서울남연회 회의록은 “감독회장 및 감독선거권자 선출은 관례대로 지방별로 선출해서 서기부에 제출하기로 하자는 ○○○회원의 동의에 ○○○회원이 재청하여 의장이 가부를 물으니 가결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결의는 없었다. 그날 회의는 개의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 때문에 선거가 무효라면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고, 이를 두고 상급법원에서 다투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2. 항소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것은 물론 감리회는 더 크게 망신당한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성숙한 사람은 그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바로잡는 법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 의해서 교회의 잘못이 지적되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빨리 인정하고 회개하라는 것이 성서의 가르침이다. 오늘 감리회가 취해야 할 태도 또한 그렇다. 우리가 저지른 허물이 고스란히 판결문에 드러난 마당에 이 선거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계속하는 것은 감리회가 미성숙하고 잘못을 회개할 줄 모르는 집단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감리회가 항소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소송은 이미 끝났다. 그런 점에서 이미 끝난 소송을 붙들고 시간을 끄는 것은 공교회로서 감리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성모 목사의 감독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은 인용될 것이다. 그리고 가처분이 인용되면 전명구 감독회장은 직무가 정지되고, 다시는 돌아 올 길이 없다. 가처분이 인용된 상황에서 항소를 유지하고 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감리회의 운명을 세상의 법정에 맡기자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가처분에서의 희미한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항소를 부추기는 자가 있다면 그는 감리회를 망하게 하려는 자요, 감리회가 아니라 개인에게 충성하는 간신이다. 그리고 이런 자들에 의존하면 감리회는 더 크게 망신을 당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

3. 항소 포기는 전명구 감독회장이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길이다.

전명구 감독회장으로서도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최선의 길은 항소를 포기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항소를 통해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전명구 감독호장으로서는 이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성모목사가 제기한 직무정지 가처분을 인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선거무효에도 불구하고 임기 끝까지 직무를 수행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선거무효 판결을 아무 의미도 없는 쓰레기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가처분이 기각될 것이라는 헛된 꿈은 애초에 꾸지 않는 것이 좋다.

지난 10년 간 몇 번의 선거소송 과정에서 소위 감독회장 당선자들이 취한 태도는 감리교도들을 매우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했다. 끝내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감리회 신자들이 하나님께 드린 헌금을 소송비용으로 날리면서 자신들의 직위를 하루라도 더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감리회를 더럽힌 자들로 기억될 뿐 김리교도들로부터 한 점의 존경이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결단해야 한다. 항소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과거의 그들처럼 자리에 연연하는 초라한 몰골만 드러낼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감리회를 위해서라며 멋지고 감동스런 성명 한 장 던지고 홀연히 물러나 교회로 돌아간다면 감동에 목말라 있는 감리교도들에게 시원한 감동을 주게 될 것이고, 직무대행이나 선거관리위원 그리고 재선거의 후보자와 선거인 등 모두가 그 모습을 보고 조금은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4. 항소포기는 감독회장으로서 감리회와 감리교도들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길이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저자이자 20세기의 저명한 사회과학자이자 사상가인 막스 베버는 열정과 책임성과 균형적 판단을 지도자가 가져야할 자질로 규정했다. 열정은 자신의 신념을 실행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고, 책임성은 자신에 대한 행동에 대한 구속이며, 균형적인 판단은 이 둘 사이를 조정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또 막스 베버는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이성적으로 충분히 고민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책임의지’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세상의 지도자에게도 이런 책임의지가 요구되는 마당에 거룩한 교회의 지도자에게 이런 책임의지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감독회장은 감리회의 최고위 성직자다. 때문에 감리회는 감독은 임기가 끝나면 목사로 돌아가지만 감독회장은 은퇴한 후에도 목사가 아니라 감독으로 칭하고 예우한다. 감독회장이 감독이나 감리회의 그 어떤 지도자보다도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며 책임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독회장은 감리회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영적지도자다. 감독회장이 잊어서 안 되는 것은 자신의 행위 하나 하나가 감리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감독회장이 감리회를 망신스럽게 하거나 감리교도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혼란한 상황에서 감독회장은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버려 감리회를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감리회의 수정이며 영적지도자로서 감리교회와 감리교도들 앞에서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5. 항소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감리회에 또 다른 갈등과 다툼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진난 입법의회는 발의자들이 이것이 칼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모르지만 매우 위험한 법안이 하나를 개정했다. 바로 일반재판법 제5조 제3항을 “제3조(범과의 종류) 제3항, 제15항에 해당하는 이는 출교에 처한다. 교회 재판을 받은 후 사회법정에 제소하여 패소하였을 경우 출교에 처한다.”고 개정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반재판법 제3조 제3항은 “교회재판을 받기 전에 교인 간 법정소송을 제기하거나, 교인의 처벌을 목적으로 국가기관에 진정, 민원 등을 제기하였을 때”, 제15항은 “감독·감독회장 선거와 관련하여 교회재판을 받기 전에 사회 법정에 소송을 제기하였을 때”를 말한다. 그리고 개정 법률에 따르면 교회재판을 받기 전에 국가법정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처벌을 목적으로 국가기관에 진정, 민원 등을 제기할 경우 감리회는 이들을 무조건 출교에 처해야 한다. 아마도 발의자들은 이 조항이 감리회에서 그토록 지겨운 소송을 못하게 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지는 의문이다.

한번 질문하자. ① 감리교인이 감리회 재판을 거치지 않고 1심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것이 죄라면, 상급심에 소장을 제출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가? ② 1심 법원에 제소했다가 패하면 출교인데, 하급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상급법원에 항소했다가 패했을 경우에는 예외인가? ③ 국가기관이 진정이나 민원을 제기하면 출교인데 법원은 국가기관이 아닌가? ④ 국가의 볍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은 진정과 민원에 해당하지 않는가? ⑤ 재판은 기본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있는 법이고 패할 경우 처벌을 동반하는 법인데 국가의 법정에서 다투는 한 당사자를 지지하는 탄원은 상대방에 대한 패소 혹은 처벌을 요구하는 것과 다른 것인가? 아마도 이런 물음에 대해서 명확하게 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감독회장이 항소할 경우 이 질문 중 몇 개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두고 지루하고도 치열한 논란과 싸움 혹은 지리한 재판을 고쳐야 할지도 무를 일이다. 그리고 전명구 감독회장은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또 이 질문 모두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교회재판과 국가의 법정에서 판결로 확정되지 않는 한 누구도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업다는 점에서 충분히 소송으로 다투어 볼 수 있는 일들이다.

※ 원고를 일부 수정합니다. 원고가 실린 후 서울남연회 감독님과 총무님 등 몇몇이 제 글의 몇몇 표현을 두고 불편해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서울남연회로부터 2016년 연회에서 선거인을 선출하는 장명을 촬영한 영상을 보내왔습니다. 영상을 검토한 결과 내용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제 원고의 표현 중 일부가 당사자들을 불편하게 했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습니다. 하여 원고를 수정합니다. 나아가 마음이 불편했을 모든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2018. 2. 1. 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