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키에 잎맥이 뚜렷하고 둥글며 반질거리는 늘 푸른 잎! 하얀 꽃에 배어있는 향기와 한겨울에도 빨간 채 매달려있는 열매. ‘돈나무’란 이름표를 달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부르던 ‘똥낭(똥나무)’이 변해서 된 이름이라는데 엉뚱하기만 합니다. 향기로운 5월의 하얀 꽃을 잊은 걸까요. 좋은 모습보다는 추한 모습이 인상에 강하게 남는게 인지상정이라고는 하지만 ‘똥낭’이라니 조금 심해 보입니다.

 올겨울, 흐드러진 열매를 만났으나 봄비에 촉촉이 젖어 짙은 향을 뿜어내던 그 하얀 꽃내음의 기억을 밀어내지는 못하더군요. 뿌리와 잎을 문지르거나 가지를 꺾을 때 나는 냄새에 더해 한눈에도 끈적끈적해 보이는 열매에 달려드는 파리들은 ‘똥낭’이라는 이름에 한 번 더 신뢰를 얹어주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따듯한 남쪽인 제주를 비롯한 섬과 전라도, 경상남도에 삽니다. 양지를 좋아하나 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가뭄에도 강하고 가지를 열심히 뻗어 수형도 아름답고 해풍에도 강해 울타리용이나 방풍림으로도 알맞고... 바닷가 바위사이에서 바람을 맞고 있는 돈나무를 보면 그 기상이 의연하기까지 합니다. 엉뚱한 이름 ‘돈나무’에 대한 오해를 푸느라 본래 나무가 갖고 있는 이러한 장점과 풍성한 특징은 뒷전이 되어버렸습니다.

 차라리 그냥 똥낭 이면 좋았을 것을 돈나무라니요. 일본사람들이 된 발음을 못해 ‘돈’으로 알아들었다고도 하고 옮겨 적는 과정에서 부드러운 ‘돈나무’로 변했다고도 하는데 그 속사정이야 누가 알겠습니까. 우리가 좋아하는 그 ‘돈’이 아니어서 실망스럽나요. 그렇지만 돈이나 똥이나 파리가 꾀는 것은 매한가지니 참 절묘한 개명인 듯도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