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에게 입맞추는 가롯유다

성서중의 인물 가운데에서 대표적인 죄인을 들라면 가룟 유다를 말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나님의 외아들이자 자신이 곧 하나님이시며 왕중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스승을 팔아 죽음으로 내몬 자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기독교가 아닌 일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보다 악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죄’의 보편적인 의미는 ‘양심이나 도의에 벗어난 행위 ’이고, 그 ‘죄’를 지은 사람이 ‘죄인’인데, 가룟 유다 그는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에 이르게 한 대죄를 지었으나 ‘양심’이 완전히 망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자기가 판 스승 예수가 대제사장과 장로들과 빌라도에게 고통을 당하는 가운데 정죄됨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몹시 괴로워하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세상의 죄악상을 보라. 인면수심이라고 하지만, 짐승도 제 새끼는 사랑하여 기르는 데에 사력을 다하는데, 제가 나은 자식을 살해하고도 아닌 척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도 없지 않지 않은가.

아니 ‘닭 잡아먹고 오리발을 내’민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자신할 수 없는 나는 ‘양심’이라는 면에서 가룟 유다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가. 있다면 얼마나 나은가. 필자는 자신의 내면에 가룟 유다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존재하고 있음을 안다. 그러기에 그 가룟 유다를 자신에게서 하나하나 몰아내는 데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것이 믿음이라 생각하여 그리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가룟 유다보다 악한 사람이 많다고 했다 해서 그를 두둔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를 통해서 현대인의 죄악상을 보고 나 자신도 돌아보자는 것일 뿐이다.

가룟 유다 그는 나사로의 여동생 마리아가 정말이지 비싼 향유를 가져다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의 발을 닦는 것을 보고, ‘이 향유를 어찌하여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라고 꾸짖은 적이 있다. 나중에 그 돈을 훔쳐 가려 했음인데, 그것만 아니면 누가 그 말에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아니다. 필자는 앞에서 그를 말하며 ‘기독교가 아닌 일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는데, 기독교의 가치관은 일반적인 그것과 다르다. 일반적인 가치는 그중 최고의 것이라 할지라도 거기에 생명이 없다. 그러나 기독교에는 생명이 있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있다.

마리아의 행위에 가룟 유다가 한 말은 설령 그게 아무리 흑심 없이 순수하다 해도 잘못된 것이었다. 당시의 삼백 데나리온이라면 노동자의 1년 연봉에 해당했다는데, 그 큰 값어치의 향유를 일거에 누군가의 발에 쏟아 버리고 말았으니 보편적인 상식으로 본다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밖에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보편적이 아닌 아주 특별한 진리가 엄청난 역동성을 가지고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독교는 죽어야 산다는 역설의 종교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기에 우리도 죽어 부활함으로 하늘나라의 삶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의 죽음과 장례, 그것은 온 인류를 살리는 대역사이다. 그러니까 마리아의 향유 부음은 그 대역사를 미리 알리는, 가슴 떨리도록 귀중한 팡파르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삼백 데나리온이 크게 느껴지는가.

마태복음은 가룟 유다가 자살한 원인을 예수가 ‘정죄됨’을 보고 ‘스스로 뉘우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저지른 죄를 깨닫고 후회가 되어 스스로를 꾸짖으며 죽음을 택했다는 의미인데, 자신이 지은 죄로 인한 그의 아픔은 죽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큰 것이었음을 말한다. 양심이 발바닥처럼 무뎌진 사람을 가리켜 ‘양심에 털났다’고 하는데, 그때 그는 갓난아기의 살결처럼 예민한 양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불행은 그 예민한 양심이 ‘스스로 뉘우침’에서 끝났다는 데에 있다. 우리는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던 두 행악자 중 구원 받은 한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 죽음에 직면한 그는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을 예수께 의탁했다. 그럼으로 해서 구원을 받았다. 회개했고 그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 거두기까지 한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 예이다.

구원은 다른 어떠한 조건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선행이 구원의 조건이 아니듯 죄의 경중도 구원을 막는 장애의 크고 작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나 죄는 하나님께서 싫어하시는 것으로 구원을 막는 장애임이 틀림없다. 그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죄의 삯은 사망”(롬6:23)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감사하게도 ‘죄의 삯’이 ‘사망’이 되지 않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회개! 그렇다. 아무리 크다 해도 용서받지 못할 죄는 없다. 용서받지 못한 죄로 ‘성령을 거역 하는 죄’(마12:32 참조)를 들기도 하나, 이는 성령의 역사를 거부함으로 회개의 기회를 얻지 못함을 의미한다.

가룟 유다 그는 정말이지 안타깝게도 ‘회개’에 이르지 못하고 ‘뉘우침’으로 끝나 구원을 놓침으로 멸망의 나락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런 안타까운 일은 그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뉘우침’이 ‘회개’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뉘우치고 예수에게로 돌아오는 것, 그것이 회개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죄란 예수, 그러니까 성삼위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진 상태를 말한다. 하나님과 밀착된 상태에서는 죄를 지으려 해도 그럴 수 없다. 죄를 지었다면 그건 하나님과 멀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회개’란 ‘죄’와 단절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구원받은 십자가상의 행악자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빤한 말을 늘어놓다니 필자가 생각해도 답답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에 ‘뉘우침’을 ‘회개’로 착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몰라서가 아니라 뉘우쳐 놓고는 그저 막연히 회개했거니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나님,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하고 기도하는 것을 ‘회개’로 생각는 사람도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가룟 유다를 보고 불쌍하다 한다. ‘회개’라는 면에서만 본다면 자기도 그와 다를 것이 별반 없으면서도 말이다.

‘믿음’이 은총이듯 ‘회개’ 또한 은총이다. ‘믿음’이 성령님의 도움을 받으며 기도와 땀으로 길러가야 하하는 것이듯 ‘회개’ 또한 성령님의 도움을 받으며 노력함으로 죄와 단절함에 따라 하나님과 밀착되어 완성하는 것이다.

세상은 날이 갈수록 살기 편해져 가고 있다. 그러나 양심에 난 털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불어만 가고 있다. 제 눈에 들보가 있는 사람이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을 보고 비난하며 빼라 한다. 모두가 ‘네 탓’뿐이다. 누구라 할 것도 없이 필자가 그렇다. 그래서 헉헉거리며 ‘내 탓’이라 생각하려 애는 쓰고 있다. 양심에 난 털을 뽑으려 애를 쓰고 있다. 자신의 안에 있는 수도 없이 많은 가룟 유다를 몰아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것이 ‘회개’의 중핵이고 ‘회개’해야 예수의 힘을 입어 구원의 문으로 들어감으로 천국백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천들이 회개만 제대로 한다면 기독교는 세상으로부터 비난을 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 비난이 아니라 칭송을 받게 될 것이다. ‘개독교’라는 듣기에도 민망한 말이 전장의 화살처럼 쏟아져 와 박혔던 그 자리에 선망의 눈길이 와 머물 것이다. ‘먹사’라 비난을 받던 ‘목사’가 성직자로서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누가복음은 “회개에 합당한 열매”(3:8)를 맺으라 말한다. 그렇다면 그 ‘회개에 합당한 열매’란 무엇인가. 하나님께 지은 죄에 대한 용서를 입으로 또는 마음으로 빈 뒤 같은 죄를 두 번 다시 짖지 않도록 변화된 상태까지를 말한다.

누가복음은 이어 같은 절에서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 말하지 말라”고 한다. 마치 오늘을 사는 우리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한 말씀 같다. 나에게는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상대적인 우월감이 눈곱만큼도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물론 하나님의 자녀라는, 하늘나라의 백성이라는 자긍심은 필요하다. 그런데 그것은 겸손과 봉사와 희생과 사랑으로 나타나야 한다. 자긍심을 우월감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 같은 관점으로 볼 때,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 말하지 말라”의 뒷부분은 앞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회개에 합당한 열매’란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 말하지 말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이에 사족을 붙여 첨언한다면 진정한 ‘회개’는 겸손히 주를 섬기는 것까지가 되는데, 주를 섬기는 것은 이웃을, 그중에서도 특히 작은 자, 즉 사회적 약자를 섬기는 일로 열매를 맺는 것이 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돌아보자. 나는 십자가상에서 구원받은 행악자인가, 아니면 아직도 가룟 유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