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당수 로펌은 기독교계 송사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를 두고 있거나, 팀을 두고 있다고 한다. 기독교계 쪽서 교회분쟁이나 선거관련 하자 등의 사유로 송사가 잦은 때문이라고 한다.

교계 쪽에서 송사가 얼마나 많은지, 많은 교단이 ‘교회법을 거치지 않고 세상법으로 곧장 갈 경우 출교’시키는 조항을 교단법에 신설한 것은 물론 신설하려는 교단들이 늘어날 정도다. 소송에 드는 비용만도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자신들이 정한 ‘룰’을 조금만 더 잘 지키면 이러한 송사는 상당수 줄어든다는 게 교계 사정을 아는 이들의 분석이다. 교계 쪽 송사들 대부분이 정치적 이유로 회의절차나 선거규정을 무시한 때문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는 지난 19일 법원으로부터 ‘지난 2016년 치러진 감독회장 선거는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현재의 감독회장을 내리고 다시 선거를 치러 새 감독회장을 뽑아야 한다.

법원이 ‘2016년 치러진 감독회장 선거’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기감 11개 연회 중 서울남연회의 선거권자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선거권자였기 때문이다.

기감 헌법인 ‘교리와 장정’은 “당회를 제외한 모든 의회 및 의회소속 위원회 등은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재적회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開議)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바, 재적 과반이 안 되는 가운데 진행된 회의에서 확정된 선거권자의 선거권은 효력이 없으므로 선거무효라는 것이다.

서울남연회가 ‘재적회원 과반수 출석 개의’라는 회의 절차를 지키지 않음으로 선거가 끝나고 감독회장이 세워진지 2년이 지나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한기총의 경우 지난해 1월 열린 제22대 대표회장 선거에서 소송전이 벌어져, 대표회장에 오른 이영훈 목사가 직무정지를 당하고 대표회장직무대행 체제 속에서 8월에 보궐선거가 진행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한기총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특정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한 것과 자의적 법해석을 통해 이영훈 목사에게 3연임의 길을 열어준 것을 문제 삼았다.

이와 같은 사례들을 찾아 기록하려면 끝도 없이 이어질 것이다.

한편,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기총 제24대 대표회장 선거를 보면 한국교회가 자신들이 정한 ‘룰’을 조금만 더 잘 지키면 세상법에 의한 송사는 상당수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 긍정적 지지를 받는다.

한기총선관위는 궤변에 가까운 논리로 현 대표회장인 엄기호 목사에 대해 후보자격을 부여했다가 비난의 여론이 일자 후보자격을 박탈했다. (관련 기사 <늦긴했지만 한기총 선관위 “엄기호 목사 후보 탈락”>보기)

만일 엄기호 목사의 후보자격을 그대로 인정한 채 선거를 치르려 했다면 ‘선거중지 가처분’이 신청됐을 것이고, 가처분 기각으로 선거가 치러져 엄기호 목사가 당선됐다면 ‘당선무효 소송’ 및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이 진행됐을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가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격언처럼 후보 정견 발표 직전에 후보자격 없음을 결정, 엄기호 목사를 후보 탈락시킴으로써 예견되던 세상 법정에서의 소송전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됐다.

이런 이유로 한국교회 사정을 잘 아는 거의 모두는 “자정능력을 상실한 한국교회가 자정능력을 회복하고 세상 법정에서의 송사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에 만연된, 자신들이 정한 룰을 안 지키는 ‘나쁜 풍토’를 속히 벗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