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성탄절을 보내셨는지요? 예수님이 이 땅에 신이자 인간으로 오신 놀라운 날, 성탄절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흘리는 24일날 하루 종일 눈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질척대며 녹던 눈이 해가 지고 나니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산타할아버지가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고 오실 수 있도록 작은 아이는 캄캄한 밤에 열심히 삽질을 하면서 눈을 치웠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만들어 놓은 큰 부직포 양말 두 켤레가 어김없이 교회 현관문에 걸렸습니다. 선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산타가 없다고 생각하는 큰아이에게 “너는 산타가 없다고 했잖아”하고 제가 말했더니 “엄마, 이 시점에 꼭 그렇게 어린이의 동심을 파괴하는 말을 해야겠어요?”하고 되받아 쳤습니다. 산타가 ‘있다’와 ‘없다’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던 큰아이도 결국 선물을 받아야 하는 그 순간에는 ‘산타는 있어야만 한다.’에 한 표를 던졌습니다.

   성탄 전야에는 마을의 청소년 3명과 함께 속초시내로 나가서 영화를 보고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서울 이모네로 나들이를 갈지도 모른다던 아이도 영화 관람을 함께 하기 위해서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함께 ‘위대한 쇼맨’이라는 영화를 보고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학업이야기, 취업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평소 바빠서 서로 길게 이야기를 주고받지 못하던 아이들과 마주앉아 식사를 하며 웃음을 주고받으니 그저 좋았습니다. 나이를 막론하고 사람을 만나서 허물없이 이야기 하는 것이 얼마만인가 싶었습니다. 편안하게 아무 계산도 하지 않고 일상의 일들을 두런두런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가 딱 한명만 주위에 있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65세가 되신 한 어르신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일을 하고 싶어요. 집에서 가만히 있자니 도저히 무료해서 시간을 보내기가 어렵고 자꾸 우울해져요.” 어르신은 아직 자신은 건강하고 일을 하면서 사회적인 관계를 맺고 싶은데 나이가 많아 아무도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제 50을 바라보는 독신 여성은 저에게 “ 퇴근하고 집에 가면 뭘 하세요?”하고 진지하게 물어봅니다. 이야기인즉슨 자신은 퇴근을 하고 집에 가면 아무도 없으니 저녁을 먹고 나면 별로 할 일이 없고 시간이 잘 가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은 집에 가면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퇴근 후 쏜살같이 가는 시간에 대해서 설명하니 “아~ 아이들이 있어서 그렇군요.” 하면서 도리어 별로 할 일이 없는 자신은 영화를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다가 새벽에 잠을 잔다고 했습니다.

   65세 어르신의 말씀도, 50세 독신여성의 질문도 짙은 외로움이 묻어났습니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알 수 없도록 무료하고 쓸쓸하기도 한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마주하였습니다. 감정은 주관적인 것이기에 외적인 환경과 무관하게 누구나 외롭고 쓸쓸할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권사님은 오랜 우울증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계시지만 성도들에게는 말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기도로 이겨야지 왜 우울증에 걸리느냐고 다른 성도들이 비난 할까 싶어서 말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때와 장소에 따라서 역할에 맞는 옷을 입고 살아가지만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머물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합니다. 이것저것 기준에 맞추어야 해서 외로워도 외롭다 말하지 못하고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 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믿음이 흔들리고 무언가 잘못되어 가는 것 같다고 느낄 때조차 솔직하기가 어렵습니다. 기도마저 ‘~답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돌이켜보니 저도 항상 외로워 왔습니다. 사람에게 기대려고 하면 여지없이 무너지는 저 자신을 보아왔습니다. 그래서 화도 나고 안절부절 못할 때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믿음 없음의 발로인 것 같아서 창피함으로 말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믿음 없는 것이 절망적인 것이 아니라 믿음 없는 것을 숨기는 것이 절망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올해 성탄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외로움을, 우리의 부족함을 하나님께 드러내면 예수님은 바로 그 눈높이에 맞추어서 우리를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예수님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나셨습니다.

   혹여 성탄이, 연말연시가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지신다면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숨기지 않고 드러내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라도 우리 마음의 손을 잡아주실 예수님이 나셨습니다. 올해 성탄은 이렇게 외로운 이들의 손을 잡아주시는 예수님께서 제 손을 잡아 주셨습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의 나심을 기뻐하며 더욱 굳게 예수님과 손잡고 걸어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