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 그러면 눈이 부셔

내가 이곳에 온지도 - 물론 내가 태어나고 자라난 곳이기도 하지만 - 교육전도사로 부임한지도 벌써 1년 10개월이 흘렀다. 이곳 합덕은 은골이라고 불리우는 송산리와 굴미, 창정리, 돌모루, 우강 등의 희한한 이름들의 마을과 인접해 있는 조금은 넉넉한 읍내이다. 기독교적 분포들을 볼 때는 교파적 다양성 - 감리교, 장로교, 성결교, 구세군, 안식일, 천주교 등 - 을 지니고 있는 시골이지만 분주한 동네이기도 하다.

내가 있는 합덕중앙감리교회에서도 여러가지의 일들을 하고 있다. 그 중 작년 8월경부터 전형적 시골의 한 속(굴미 1속)을 치리하고 있는데 모두가 50대 후반부터 70이 가까운 할머니들로 이루어진 속이다. 언제나 고정적으로 3-4명이 모여서 찬양하고 기도하고 말씀보는 평범한 속이다. 나이 어린 전도사가 할머니들 앞에서 무엇을 위로해야 하고 가르쳐야 하는지 막막하고 무안하기까지 하다. 언제나 속회를 보러 갈 때는 맨 먼저 들려서 모시고 가는 분이 있는데 바로 박 집사님이다. 박 집사님은 조그만 집에서 바둑이라는 개 한 마리와 사시는 할머니 집사님이다. 그 동네의 초입에 있기 때문에 늘 박 집사님댁에 들러서 모시고 속회 예배지로 간다.

“집사님, 집사님”

“으응, 그려”

변함없는 부음과 대답으로 모든 것이 통한다. “속회 가요”라는 말 한 마디 없어도 이미 집사님과 나는 다 안다. 불을 끄고 문을 잠그고 집을 나서면 큰 길, 차들이 뽐내듯 달리는 길로 들어선다. 집사님에게는 큼직한 손전등이 들려 있다. 이 또한 처음 나섰던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이다. 이 얘기, 저 얘기 하며 길을 가다보면 차들은 수도 없이 그 시뻘건 눈알을 부라리며 잡어 먹을 듯 덤벼들었다가는 자취도 없이 내빼곤 한다. 나는 그 때마다 누니 부셔 눈을 찡그리거나 손으로 가려야만 했다. 헌데 옆에서 뚜벅뚜벅 걸으시는 집사님을 보면, 가지고 있는 손전등을 뉘었다 들었다 하곤 했다.

“어휴, 집사님 무거우세요? 제가 들을께요.”

손전등을 거머쥐고 나는 씩씩하게 넘어지지 않으시도록 앞 길을 잘 비추어 드렸다. 여전히 차는 씽씽 잘도 달려 지나갔다.

“어휴, 그러면 눈이 부셔”

“예?”

“손전등을 그렇게 번쩍 들고 있으면 저기 차 운전하는 양반들이 눈이 부시다고”

“아하”

머리를 숙였다. 예수님의 모습을 본다. 지나는 차는 여전히 손전등의 밝기보다 몇백배 더 밝은 눈을 부라리고 덤벼든다.

우리의 모습이었음 싶다. 자기밖에 모르는 우리의 생활방식에서 남을 바라본 남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마음었음 싶다. 그 손전등 빛이 밝으면 얼마나 밝아서 그 운전수들에게 눈이 부시도록 비추일까마는 얼마나 그 마음이 넉넉하고 아름다운가! 내 눈이, 내 시야가 더욱 밝아지려고 아랑곳 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시야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 우리들일게다. 때문에 아직도 어려워하고 인생의 무게에 지쳐있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박 집사의 넉넉한 여유있는 마음이 필요치 않을까?

미움이 있는 곳에, 분열이 있는 곳에, 시기와 질투가 있는 곳에 바로 박집사님의 마음이, 생각이 있어야 할 게다. 어쩌면 그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이 아닐까?

이종남(합덕중앙교회 교육전도사)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