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악 한 가운데 자리한 작은 읍 세르반테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나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이상한 옷차림과 화장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시청 앞에서 얼굴에 짙은 화장과 머리를 파마하고

입술을 빨갛게 칠하고 여장을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알고 보니 게이였고 시장님의 친구인 차기 시의원후보였습니다.

아침 조깅시간엔 남장을 한 여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나를 보고 서툰 한국말로 ‘안녕’하며 늘 아는 척합니다.

그분은 고등학교 선생님이고 톰 보이입니다.

어느 날 리메이저스 산골마을 치유심방 갔다가

두 여자가 다정히 들마루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들이 부부라는 말을 듣고 속으로 많이 놀랐습니다.

그들은 부모의 허락 하에 동거하는 레즈비언이었습니다.

나를 맨 처음 시장과 의사에게 소개한 분은 게이입니다.

그분은 교수로 정년퇴임하고 고향에 내려와 정치인으로 변신한

엘리트 시의원으로 마을사람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받는 분이지요.

그리고 현재 내가 세 얻어 살고 있는 집주인도 게이입니다.

이처럼 주변에 레즈비언, 게이, 톰 보이가 흔하게 눈에 뜨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곳 사람들은

이들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심지어 어떤 부모는 어린남자애를 예쁘게 꾸며 게이라고 자랑합니다.

시에서는 일 년에 한 번 게이들의 큰 축제를 행사하고

우승한 게이 팀은 도 대회에 나갑니다.

학교에서는 게이들의 축제가 인기를 끌고

공영방송 가장 인기 있는 TV프로그램의 MC도 게이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휴가 와서 나의 옆에서 매우 성실하게

나의 선교사역을 돕고 있는 분 중의 한 분도 게이입니다.

기하학적인 정신과 직관적인 정신이 상호 이해하려면

다양한 문화체험과 인식훈련이 필요합니다.

필리핀 선교지에서

▲ 게이축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