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피드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미 성경은 말세가 되면 속도의 세상을 살 것이라고 예언했다(단 12:4). 지금 우리는 그 속도 속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다. 잠시라도 쉴라치면 다른 사람이 벌써 저만치 가 있으니 맘대로 쉴 수가 없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달력을 빨갛게 물들인 휴일이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느긋하게 쉬었다면 더 좋을 터인데 너도나도 보따리 싸들고 비행기를 탄다. 속도 좀 나는 비행기를 말이다.

그렇다. 우리는 내남직 쉬는데 그리 익숙하지 않다. 특히 목사인 나로서는 쉬는 게 여간 부치는 게 아니다. 어쩌다 새벽기도를 쉬어보려고 밤중에 하는 영화를 보고 새벽기도 시간에 맞춰져 있는 알람을 끄고 잔다. 그런데 몸이 내 마음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이게 웬일인가. 그 시간만 되면 눈이 떠진다. 그리도 힘들여 일어나던 시간에 이미 난 물들어 있었다. 억지로 더 자려고 노력하고야 조금 더 잘 수 있다.

요즘도 토요일이면(우리 교회는 토요일 새벽기도회는 자유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혹시 우리는 속도 속에 갇혀 살면서 나도 모르게 분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쉴 줄 모르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면 이건 큰 문제다. 빠르면 편리하다. 사람들은 빠른 걸 좋아한다. 철도도 빨라야 하고, 차도 빨리 달릴 수 있어야 한다. 컴퓨터도 처리속도가 빨라야 하고, 인터넷도 빨라야 한다. 그런데 빠른 것 좋은 건 아는데, 멈출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무리 빨라도 브레이크가 없는 기차나 차를 탈 사람은 없다. 그런데 자신의 삶에 브레이크가 없는 것에 대하여는 아무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무엇도 쉬어야만 한다. 쉴 수 있어야만 한다. 어느 음악가가 노래를 부르다 죽었다. 그의 사인은 숨을 쉬지 않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란다. 웃으라고 지어낸 이야기지만 진리가 숨은 이야기이다. 쉬지 않으면 죽는다.

영국의 노예제도를 법적으로 종식시킨 정치가 윌버포스는 바쁜 중에도 주일에는 꼭 교회에 갔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오늘처럼 쉬면서 신앙에 전념할 수 있는 날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이 날에 이 땅의 것들은 그 본래의 크기를 드러내고, 내 야심은 수그러들었습니다.”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쉴 시간을 얻지 못하던 윌버포스에게 주일은 바로 은총, 그것이었다.

야심을 억누르지 않으면 쉴 수 없다. 쉬는 날이어도 진정한 쉼을 얻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주일에 교회에 나와서도 진정한 쉼을 얻지 못하는 이들이 성도들 중에는 의외로 많다. 오락은 쉼이 아니다. 여가를 즐기는 것도 쉼이 아니다. 물론, 일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쉼이라 할 수 없다. 일들에 대한 고민과 걱정 근심을 털어버리지 못한다면 쉼은 아니다.

우리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바쁘고 일거리가 많고, 스피디해야만 살 수 있는 시대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일을 멈추고, 걱정을 멈추고, 생각을 접고 하늘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조물주는 엿새 동안 창조의 일을 하고 하루를 쉬심으로 우리에게 쉼이 무엇인지 손수 보여 주셨다. 이제는 억지로라도 브레이크를 달자. 브레이크를 단 후에야 하늘에 떠가는 구름과 별들이 보일 것이다.

▲ 김학현 목사